[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 19.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66호 망건장

제주서 유일하게 명맥 유지…말총 공예품 출시로 소비자 관심
목장이 많은 제주도의 지역 특색에 따라 자연스럽게 망건과 탕건, 갓일 등의 '말총 공예'도 발달했다. 중산간 공동목장 등으로 말을 많이 키워왔던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재료인 말총을 구하기도 쉬웠다. 이처럼 망건 등의 말총 공예의 발달은 환경적인 뒷받침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은 이제 옛말이다. 재료 조달의 어려움, 전수장학생 부족, 가족 중심의 전승 등의 무형문화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비교적 체계적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일 뿐이다.
제주 여인들의 수입원
망건은 갓과 탕건과 더불어 한국 고유의 전통 의관이다. 갓을 쓸 때 머리털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머리를 둘러치는 머리 장식을 말한다.
망건은 갓양태·갓모자·탕건 등과 함께 제주도 여인들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도에 따르면 1925년 한 해 동안 망건은 812호에서 5만9000개가 생산됐다. 망건을 많이 사용한 조선시대로 갈수록 생산규모는 더 컸을 것이다.
제주시(옛 북제주군)에서 희귀하게 불리던 '망건민요'에서도 망건의 '소중함'이 증명된다. "한 간에는 옷 빋은 망건/한 간에는 집 믿은 망건/정의좁쌀 내 믿은 망건/함덕 짚신 내 믿은 망건"이라는 소절을 보면 망건으로 옷·집·좁쌀·짚신 등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높은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망건은 소멸하는 상황에 놓였다.
망건은 19세기 이전에는 제주와 더불어 대구·공주·김제·평양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작업이 이뤄졌으나 조선 말기 단발령으로 망건 문화가 점차 사라져갔다.
1970년대 접어들자 수요가 거의 없어 망건 1개에 200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제작을 포기하는 집들이 늘어나 망건 제작은 보기 힘들어졌다.

현재 망건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주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라북도 완주에 살던 고(故) 임덕수 보유자가 1980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나 그가 사망하자 1987년 제주시 삼양동에 사는 이수여 명예보유자(90)가 명맥을 잇고 있다.
또한 보유자는 그의 외손주인 강전향씨(69)가 맡고 있으며, 그의 외동딸인 전영인씨(45)가 이수자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강전향 보유자의 며느리 2명도 망건 작업을 배우고 있다. '가족'들이 명맥을 잇고 있는 셈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고된 작업과 관심 부족 등으로 배우려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전수 강의를 하고 있지만 끈기있게 수강하려는 학생들이 드물다.
제작이 힘들다 보니, 망건을 직접 볼 기회도 적다. 박물관이나 1년에 한번 제주 탐라문화제에서 시연을 하는 것에 그친다.
'전통'은 남아있지만 '현실과의 접점'이 없는 것이 문제로 남아있다.
문화유산으로의 접점
최근 말총을 소재로 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망건' 등의 말총 공예가 문화 콘텐츠나 관광상품으로써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마미(馬尾)체' 장인 백경현씨는 고운 입자가 장점인 말총을 이용해 '커피 거름망'을 개발, 출시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로컬푸드 요리사' 박소연씨가 최근 수업 등에서 마미체 거름망을 사용하는 모습이 일반에 알려지며 도내에서도 점차 입소문이 나고 있다.
제주에서는 총모자 보유자인 강순자씨가 '여성모자'는 이름으로 현대적인 갓 디자인을 선보였다. 큰 화제가 되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 만큼은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강전향 보유자는 "상투가 사라지고 망건이 상용화되지 않으면서 전통도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라면서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이처럼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주고 있어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진 기자

망건, 갓일, 탕건 등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수강생들의 결과물이 도민에게 첫 공개되는 것이다.
제주시는 수강생들의 자긍심 도취과 도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전수회관에서 무형문화재 전시회를 열 계획을 밝혔다.
전수회관 수강생들은 올해 4월1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전수회관을 방문, 망건을 비롯해 갓일, 탕건, 제주농요 등의 무형문화재를 배워왔다.
오는 29일 수업을 마무리하며 9개월간의 수업 결과물을 도민들 앞에 내놓는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보유자, 전수장학생 등을 비롯해 수강생들의 작품 26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제주농요의 경우 활동 사진(15점)으로 대체한다.
제주시는 "개인적인 전시회는 있었지만 전수회관 수강생 전시회는 최초"라며 "도민들이 직접 작품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제주 무형문화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수강생들이 전수회관을 거쳐갔지만, 작품을 만드는 것에 그쳐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전시회 추진을 통해 무형문화재에 대한 '옛 것'이라는 거리감이 좁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이소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