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에 대한 이해]짝이 없는 씨끝과 때가림소의 호응(4)
이번에는 짝이 없는 씨끝 ‘-주’의 쓰임을 보겠습니다. 제주말에서 ‘-주’는 쓰이는 자리에 따라서 여러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예사 높임의 서술법씨끝로만 쓰이면서 때소와 호응하는 현상을 보겠습니다.
ㄱ. 철순 비 오민 집이 왕 잇느냐/이시느냐?/으, 철순 비 오민 집이 왕 잇나 - 잇주.
ㄴ. 철순 비 오난 집이 완 이시냐?/으, 철순 비 오난 집이 완 잇저/다 - 잇주.
위에서는 ‘-주’가 서술법인 대답으로 쓰였습니다. ㄱ의 ‘왕 잇느냐’에는 때소 ‘-ㅇ’과 호응하는 ‘-느냐’로 물으니까 대답에도 때소 ‘-ㅇ’과 호응하는 ‘잇나’나 ‘-주’로 대답했습니다. 높임의 등급은 다르지만 ‘잇나’의 자리에 ‘잇주’를 넣어도 그대로 대답이 됩니다. 물음과 대답에서는 높임이 등급이 다르더라도 쓸 수가 있습니다. ㄴ의 ‘완 이시냐’에서도 때소 ‘-ㄴ’과 호응하는 ‘-으냐’로 물으니까 대답에서도 ‘잇다’와 ‘잇주’로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잘 보아야 할 것은 표준어에서는 ‘있느냐’의 물음에 ‘있다’로만 대답하는데, 제주말에서는 ‘잇느냐’에는 ‘잇나’나 ‘잇주’가, ‘이시냐’에서는 ‘잇저/다’나 ‘잇주’로 대답하여 꼴로 대립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주’나 ‘-네’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잇느냐, 잇나’는 때소 ‘-ㅇ’과 호응하고, ‘이시냐, 잇다’들은 때소 ‘-ㄴ’과 호응해서 쓰이는데, ‘잇나’나 ‘잇다/저’와 같은 뜻으로, ㄱ, ㄴ의 대답에 쓰인 ‘-주’는 같은 하나의 꼴로만 ㄱ에서는 때소 ‘-ㅇ’과, ㄴ에서는 때소 ‘-ㄴ’과 호응하여 쓰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뜻으로 다른 것으로 보게 됩니다. 앞에서 다루었던 ‘-네’와 같은 쓰임입니다.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