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26> 한라산의 고려장

당오름 앞 무덤들. 매장풍속이 뿌리내리면서 제주 특유의 묘지 형태가 이루어졌다.
"노인이 70세가 뒈는 날은
한라산 정상에 부모님을 모셔강
부모님 앞에 음식 촐려놔뒁 오문
신선 뒈영 하늘로 간뎅 허여십주"
신선의 놀이터로 일름난 한라산은 하간 사름덜이 선망는 신성 산입주. 불로장생 여보젱 는 엿 사름덜은 한라산에서 좋은 경치를 즐기멍 영생는 신선이 부러울 수베끼 엇어실 거난. 경난 부록부록 한라산에 강 신선 뒈는 걸 열망는 사름이 하게 마련이라십주.
경 따문인 중은 몰라도, 엿날 제주섬에선 노인이 70세가 뒈도록 살문 그 사름은 신선이 뒐 사름이옝 아십주. 경영 70세가 뒈는 날은 그 아이 라 가지 맛 좋은 음식을 령 부모를 한라산으로 모셔 가는 겁주. 한라산 정상에 올랑 젼간 음식을 부모님 앞의 려놔뒁 오문 그날로 신선이 뒈영 하늘로 올라간뎅 여십주.
이 풍속은 조선조 때지 려왓젱 는디, 세종 연간에 기건(奇虔)이옝 목사가 부임연 이신 땐디, 어느 날 이방(吏房)이 목사신디 아뤠여십주.
“넬은 아바님이 신선이 뒈는 날이라서 나왕 일지 못쿠다.”
“어떵영 신선이 뒌다는 말인고?”
이방은 아바님이 신선이 뒈는 날이라부난 한라산 곡데기, 백록담에 모셩 갓당 와사 는 연을 세게 고여서마씀.
목사는 그 말을 들언 참 생각단 입을 아십주.
“음, 경문 나가 옥황상제신디 편질 장 쎵 보낼 거난, 아바님신디 전달여 주시도록 부탁여 줄 수 이시카?”
“예, 그건 어렵지 아니우다.”
목사는 꼬만 봉투 나를 주멍 아바님의 가심에 꼭 쿰게 영 소중히 졍강 넹기도록 여서마씀.
뒷녁날 이방이 등청난, 목산 옥황상제신디 보내는 편질 소중히 가심에 쿰게 여시녱 으멍 확인여십주. 이방은 틀림읏이 경엿노렝 아서마씀.
“경문 넬랑 한라산으로 올라강 보게. 아바님이 신선이 뒈연 잘 올라가신가 확인 겸.”
이번엔 이방을 란 목사도 이 올라가십주. 신선이 뒈게 젠 아바님을 앚져 둔 자리에 강 보난, 그딘 큰큰 구렝이가 리 죽언 넘어젼 이서십주.
목사는 그 베염을 잡앙 베 소곱을 보도록 여서마씀. 베 소곱엔 이방의 아바님이 오고셍이 담아젼 이서십주.
“이방, 잘 봐봐. 나가 옥황상제신디 보내켄 편진 편지가 아니라 독약 담은 거랏주. 영여도 아바님이 신선이 뒈영 올라간뎅 는 말을 믿으크라?”
그 후제부터 70세가 뒌 노인을 한라산에 올려부는 풍속이 엇어졋젱 여마씀.
이런 이왁은 제주에 널르게 분포영 이시멍 전승뒈는 고려장 이왁이 한라산광 기건 목사에 결부뒌 거주마는, 이치록 결부뒌 건 그만 이유가 이십주. 한라산은 신성 산이랑, 신선이 왕 유람는 산이옝 는 엿날부터 려오는 신앙이 이 이왁을 한라산에 결부시켜 놓은 거고, 기건 목사의 현명성을 베와주기 위영 베염신디 공희(供犧)는 이왁으로 결말을 맺게 뒌 거라마씀.
'명환'으로 불리던 기건 목사 |
| *기건 목사는 1443년(세종 25년) 9월에 발령 받안 12월에 신처강(辛處康) 목사의 후임으로 제주에 도임엿단, 1445년 12월에 첨지중추로 발령 받안 떠나신디, 사름덜이 명환(名宦)이렝덜 아마씀. 학행(學行)이옝 일름이 나난 세종 때 과거도 안 봔 지평으로 제수뒌 후제 연안군수가 뒈여신디, 군민이 진상는 붕어 잡는 고충을 생각연 부임 3년 동안 그런 궤기를 번도 먹지 아니고, 제주목사 시절엔 수가 막 언날 바당에 들어간 전복 무는 걸 봔 전복을 안 먹엇젱 주. 제주에 완 보난 엿날 풍속대로 부모가 죽으문 고망에 들으쳐 불거나 산더레 올려부는 고려장 풍속이 엇어지지 아니여시난, 고을에 명연 반드시 염습을 곡 관을 추왕 장사 지내게 엿젱 아마씀. 를은 꿈에 300여명이 잇돌 아래 엎더젼 절멍 ‘공의 은혜를 입언 몸이 훼손뒈는 걸 멘여시난 은혜 갚을 길이 엇십니다. 올힌 꼭 똑똑 손지 나지쿠다.’ 여십주. 목사신딘 아 싯이 셔신디 아무도 아기가 엇단, 기건 목사의 아 찬이 그해부터 아을 총총 다섯이나 낫젠마씀. 왕조실록에 보문 기건 목사가 제주에 근무 때, 나병(癩病)이 하영 돌아가난 구실막을 짓언 환자 100여 명을 수용멍 고삼원(苦蔘元)을 멕이곡 바당물로 모욕시키멍 태반이나 치료엿젱 나와 이서마씀. |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쿰다 : 가슴에 품다
뒷녁날 : 이튿날. 뒷날
명환(名宦) : 중요한 자리에 있는 벼슬아치
잇돌 : 섬돌. 집채와 뜰을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든 돌층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