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도두·이호·외도동

용이한 취수·비옥한 토지로 생업 유리 일찍부터 마을 발전
'도도릿개' '백개' '가물개' 등 해안지형서 유래된 지명 많아
울퉁불퉁한 현무암으로 이뤄진 지반에 파도가 부딪히는 장관이 타지역의 그것과는 다르다. 바람과 돌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제주 해안마을의 모습이다. 제주시 북서쪽에 위치한 도두동·이호동·외도동은 저마다의 해안절경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물을 구하기 어려웠던 제주도의 특성상 도내 어느 지역보다 마을 형성이 유리했고 비옥한 토지로 다양한 생업이 가능한 도두·이호·외도동의 마을유래를 살펴보자.
도도록한 봉우리·둥근 지형
겨울바다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그 마을의 상징인 듯 마냥 우뚝 서 있다. 바로 도두봉이 자리잡은 도두동이다.
도두동의 옛 지명은 '도도릿개' '도두릿개'로 불렸고 학계 해석도 다양하다.
먼저 제주어의 '도도록하다'에서 나온 해석으로 도두봉의 도드라진 모습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또 도두동의 둥근 지형에서 '둘레'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학계는 보고 있고 도두를 '섬의 머리'라고 불렀다는 점에서 지명유래가 나왔다는 해석도 있다.
도두동은 400여년전에 이씨가 도두리 일대에, 문씨는 '몰레물'(신사수동) 일대에 들어와 살면서 설촌됐다.
용천수 등 수자원과 연안 어자원이 풍부하고 넓은 들을 갖춘 환경으로 일찍부터 공동부락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군용 비행장이 신설되면서 150세대가 이주됐는가 하면 제주 4·3 당시에는 200여채의 가옥의 소실돼 이재민이 발생하는 불행도 겪었다.
도두동은 1990년대 들어 해안도로 개설, 수산물 가공공장 등 개발로 관광객들을 겨냥한 상권이 형성됐고 대형마트와 교육시설도 갖추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흰 모래·검은 모래서 유래
이호동은 전체적으로 해발고도가 낮은 해안지역에 위치해 주민들은 일찍부터 생활터전을 가꿔나갔다.
이호동은 본동과 현사마을로 구성된 이호1동, 대동마을과 오도마을로 구성된 이호2동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호동이 도두리에서 분리된 점이 확인됐으나 '제주읍지' '호구총수' 등에는 이호동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부터 도두리 소속일 것으로 학계는 추측하고 있다.
이호동은 예부터 '백개' '가물개'로 불렸다.
'남사일록' 등에 따르면 '백개'의 '백'은 이호테우해변 인근의 흰 모래, '개'는 포구를 뜻하는 제주어에서 나왔다.
'가몰개'의 '가몰'은 '감은모살'에서 소리변형된 것으로 즉 '검은 모래'를 뜻한다. 가몰개에 해당하는 곳은 검은 모래를 한자로 해석한 현사마을 일대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호라는 지명은 이호마을이 도두에서 분리됐을 당시 '백개'란 이름을 추앙하기 위해 나왔다. 바로 흰 과일인 배를 상상해 만든 것으로 '배나무 이'에 호수와도 같은 해변에서 '호수 호'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호동의 옛 지명은 이호테우해변을 중심으로 동쪽에 분포한 흰모래와 서쪽에 분포한 검은 모래와 연관이 깊다.

외도동은 해안으로 내려가는 완만한 지형과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이 어우러지면서 전원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외도동은 외도천 하류 일대에 형성된 마을로 외도1동·외도2동·내도동의 3개의 법정동으로 구분된다.
외도1동은 우령동·절물·수정동·계명동 등 4개의 자연마을을, 외도2동은 월대동과 연대동 등 2개의 자연마을을 포함하고 있다.
외도동의 옛 이름은 '밧도근내' '우렝이' '수정마을'이지만 언제부터 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외도지석묘·주거지 및 유구 등의 고고학적인 발굴로 제주시 삼양동 마을의 경우처럼 기원전 2~3세기에 마을이 형성됐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도근천을 중심으로 안쪽으로 내도, 바깥쪽을 외도라고 부른다. 구전에 따르면 우령동은 설촌 당시 소를 풀어 놓아 둔 동산에서 비롯됐고 계명동은 새벽에 마을에 있는 닭이 심하게 울어서 얻게 된 지명이다.
절물은 고려시대에 창건된 수정사에서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샘물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월대란 옛날 시인들이 달을 보며 시흥을 돋구던 곳으로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월대마을로 커지게 됐다.
외도동의 마을 유래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재로는 지정문화재인 외도지석묘 5기, 비지정문화재인 수정사터 비석·조부연대, 그리고 내도동 해안도로에 위치한 방사탑이 있다. 김영모 기자

해안마을의 방사탑 - 마을평화·발전 기원
방사탑은 마을에 불길한 징조를 막고 평안을 바라는 마음에서 쌓여졌다.
제주도 일원에 있는 방사탑 17기는 문화재로 지정됐다. 그중 도두동에 몰래물 방사탑 2기·이호동 골왓마을 방사탑 5기·내도동 방사탑 1기가 있다.
몰래물 방사탑은 꼭대기에 새의 형상을 한 돌이 있는 탑을 동탑, 없는 탑을 서탑으로 부른다. 새의 형상을 한 돌이 세워진 목적은 바다쪽의 액운을 막기 위해서다.
골왓마을 방사탑의 새의 형상은 까마귀에서 비롯됐는데 까마귀는 신의 사자로 재앙을 쫓는 상징물로 여겼기 때문에서다.
내도동의 방사탑은 본래 둥그스름하게 높이 쌓였지만 4·3당시 성 축조 이용 목적으로 훼손돼 현재의 모습만 남았다고 전해진다.
김영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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