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제주도무형문화재 제13호 무형문화제 제주큰굿(놀이의식)

도내 모든 형식·내용 담아 "완벽한 체계" 평가
제주도 지정 심의 보류로 보유자는 5년째 공석
제주에는 1만8000신이 있다. 그만큼 풍부한 신화와 무속신앙이 있다는 증거다. 제주의 기층문화인 '굿'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큰굿'은 '두이레 열나흘' 동안 진행되는 가장 큰 종합적인 연희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1년 8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제주의 정신과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큰굿은 이제 도민와 가까워지기 위한 행보를 보이며 문화유산으로써 성장하고 있다.
△보름간 행해지는 도내 최대 연희행사
큰굿은 4~5명의 심방이 4일에서 보름 동안 행해지는 일종의 종합제다.
제주도 무속의례 중 가장 크기도 하지만, 저승법인 굿법에 따라 제대로 하는 중요한 굿이란 의미로 '큰굿'이라 불리기도 한다.
큰굿은 크게 심방집에서 하는 '신굿'과 일반 가정집에서 하는 '큰굿'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신굿은 큰굿 중의 큰 굿으로 '차례차례 재차례' 굿으로 제주도 굿의 모든 형식과 내용이 다 들어있다. 완벽한 굿의 체계와 질서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큰굿을 제사 순으로 살펴보면 △청신의례(초감제-초신맞이-초상계) △공연의례(추물공연-석살림-보세감상) △지원·영신의례(불도맞이-일월맞이-초공본풀이-이공본풀이-초·이공본풀이-젯상계) △천도·해원의례(시왕맞이-요왕맞이-세경본풀이-제오상계) △오신의례(전상놀이-세경놀이-양궁숙임) △가신·조상의례(문전본풍이-본향두리-영개돌려세움) △송신의례(궁웅만판-칠성본풀이-각도비념-말놀이-도진-가수리-뒤맞이) 등이다.
경륜있는 큰 심방이 수심방을 맡아, 대양 설쉐, 북, 장구, 바라, 신칼, 산판, 요령 등 전 무구를 이용해 소미들과 함께 큰굿을 치른다.
△'대물림' 되는 심방…보유자는 아직 공석
심방은 신을 모시고 생활하는 무업의 종사자다.
심방은 역례를 바치는 횟수만큼 심방 사회에서 무덕이 높은 심방으로 인정받았다. 역례는 심방질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뜻한다.
초역례를 바치면 하신충, 이역례를 바치면 중신충, 삼역례를 바치면 상신충이라 했다. 큰 심방이 되려면 굿과 함께 역례를 바치는 '당주맞이' 신굿을 3차례 이상 해야 했다.
심방은 스승으로부터 굿법과 예절을 배우며 '대물림'으로 보전돼왔다.
제주 큰굿이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당시 고 이중춘 심방이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4대째 무업을 잇고 있었으며, 16살 때부터 굿법을 익히고 굿을 직접 주관해왔다.
특히 이 심방은 제주특별자치도무형문화재 제2호 영감놀이의 기능을 보유하는 등 제주무형문화재의 원형보존과 전승에 힘써왔다.
2011년 5월 이 심방이 별세한 이후 '대물림'의 맥은 끊겼다.
현재 서순실 전수교육조교(54)와 전수장학생 정태진(70)·이승순(65)씨가 제주 큰굿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보유자'는 5년째 공석이다.
그동안 보유자 지정 심의가 몇 차례 진행됐지만, 도의 입장은 아직 '보류' 상태다.
△부정적인 이미지 '놀이'로 순화
현재 제주큰굿 전수자들은 '무속'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놀이'로 순화하기 위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과거 큰굿은 1년에 한 번 탐라문화제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전통행사'로 다가가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큰굿은 탐라입춘굿과 전통문화엑스포 등의 다양한 전통축제는 물론 노리안마로·간드락 등의 문화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중들과 가까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행사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통 굿을 보기 위해 방문한 가족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서순실 전수조교는 "큰굿도 충분히 놀이로 즐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제주 굿 '세경본풀이'에서 농축을 관장하는 여신 '자청비'의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녹여내 마치 한편의 마당극을 보는 듯한 공연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는 2월3일부터 5일까지 제주목관아에서 열리는 탐라국 입춘굿에 참여해 '신명 나는 굿'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성'을 잃지 않으려는 전수자들의 행보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소진 기자

"일년에 한번 공연하기 위해 무형문화재로 보존하는거 아니잖아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3호 제주큰굿의 서순실 전수교육조교(54)는 무형문화재의 미래의 대안을 '대중성'이라고 했다.
서 전수조교는 "제주 전통과 풍속을 살리려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보여줘야 한다"며 "예전에는 1년에 1번 탐라문화제에서 재현하는 것이 전부였다. 현재 큰굿 전수자들은 돈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해서 어떤 행사장이든 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 전수조교는 최근 몇년간 가장 대중적인 활동을 활발히 보여왔다.
2011년 10월12일부터 28일까지 성읍민속마을에서 양창보 큰심방과 함께 제주큰굿을 재현했다.
이날 큰굿은 '두이레 열나흘 굿' 규모의 원형 그대로 보여준 것은 물론, 30년만에 재현이라는 점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뒤이어 간드락에서 매년마다 큰굿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노리안마로와 함께 미국 등 해외활동을 벌이며 제주 큰굿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왔다.
지난 2013년부터 '탐라국 입춘굿'에도 참여, 대중과의 매년 만나오고 있다.
서 전수조교는 "원형을 보전하는 것은 기본,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놀이굿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굿에 대한 어려움을 깨는 것이 문화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전수조교는 앞으로 '전수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역할로는 전수에 어려움이 많다. 지금 도내에 제주큰굿을 모두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이 나 포함해 5명 정도 뿐이다. 어서 전승해서 보전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소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