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주도시 패러다임 바꾸자 1. 외형적 팽창 치중

▲ 제주도시는 외형적으로는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도시개발면적과 주택과 사무용건물 확충 등에 치중되면서 온갖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연동·노형동 등 신도시에 인구가 몰리고 원도심은 감소하는 공동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연동 전경. 김용현 기자

인구증가 맞추기 급급…건물밀집공간 확충 우선
행정주도 획일적 개발 자연·문화 등 고유성 외면
도시 공동화 심화 생활 환경 열악 경관적 문제도

 
제주도시는 1960·70년대 사업화가 본격화되면서 40~50년이라는 단기간에 빠르게 팽창했다. 하지만 도시개발이 건물밀집공간 확보에 치중되면서 제주의 정체성과 생활쾌적성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팽창된 도시 부작용
 
제주도 인구는 1994년 51만4449명에서 2000년 54만3323만명, 2005년 55만9747명, 2010년 57만1787만명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13년에는 60만4670명으로 60만명을 넘었다.
 
이처럼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밀도(㎢당 인구수)는 1994년 281명에서 2000년 294명, 2005년 302명으로 300명을 넘었고, 2010년 315명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인구과밀도 역시 높아졌다. 
 
특히 제주시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기준 45만8325명으로 전년보다도 1만2868명(2.9%) 증가하는 등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도 도시 생활·경제활동지역은 1960년대 건입동, 삼도동, 용담동, 일도동 등 원도심을 중심으로 형성됐었다. 
 
하지만 인구증가 및 과밀화에 따라 새로운 생활공간 확충이 필요했고, 새로운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이로 인해 도시공간은 연동과 노형, 삼양과 화북동, 아라동 까지 급속도로 확산됐다.
 
제주도시는 외형적으로는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도시개발면적과 주택과 사무용건물 확충 등에 치중되면서 온갖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의 경우 신도시에 인구가 몰리고, 원도심은 감소하는 공동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도심 역시 인구집중화로 인해 생활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이다.
 
제주시 동지역의 경우 삼화지구 등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삼양동이 2014년 1만5067명으로 전년보다 2732명(22.1%)이  화북동 역시 2만5732명으로 1759명(7.3%)이 증가했다.
 
또한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조성되고 주택단지 개발이 활발한 아라동 역시 2만2642명으로 1795명(8.6%)으로 늘었다.
 
신제주권인 노형동은 5만3867명으로 전년보다 2461명(4.7%), 연동은 4만4008명으로 1126명(2.6%)이 증가했다.
 
반면 일도1동은 3576명으로 전년보다 122명이 줄었고, 일도2동은 3만6583명으로 301명이, 삼도2동은 9250명으로 165명이, 용담1동은 8408명으로 117명이, 용담2동은 1만6954명 전년보다 78명이, 건입동은 1만436명으로 137명이 감소하는 등 원도심은 쇠퇴했다.
 
▲ 옛 연동의 전경 모습.
건물밀집화만 정체성 사라져
 
도시는 건물의 단순한 결합체가 아닌 인간들의 집합체로 수백년의 오랜 변천과정에서 다양한 삶과 문화적 가치들이 축적돼 형성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제주도심은 1960~70년대 근·현대화사회와 산업화 사회에 30~40년 단기간에 급속도로 개발이 이뤄졌다.
 
제주지역 건축물은 1990년 8만9835동에서 2010년 15만1347동으로 2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도 노형, 아라, 삼양·화북 서귀포혁신도시 등 여러 지역에서 신도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의 정체성과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이 없이 외적팽창만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생활만족도가 떨어지고, 오히려 더욱 열악해지는 상황을 낳게 됐다.
 
제주의 도시개발은 차별성과 고유성이 사라진 채 건축물의 고층화와 밀집화되고, 구획 및 획일적인 도시공간 구성, 균등하게 개설된 도로 등으로 문화와 환경적 요소를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시가 고유성과 정체성을 지키며 균형적으로 개발·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은 물론 행정, 공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자연·생태학자, 법계, 문화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고유성과 특성을 살린 의미 있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도시개발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채 일부 위정자와 전문가들이 주도한 결과, 정체성 보존과 생활환경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고 새로운 건축밀집 공간확대 중심으로 이뤄졌다.
 
제주도시는 경관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우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개발시스템 미흡으로 토지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됐다. 
 
또한 제주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양적개발로 획일적인 건축물들이 들어서면서 제주자연과 고유의 마을풍경이 크게 훼손됐다.
 
제주해안선만이 지닌 지형적인 조건을 무시한채 새로운 주거지가 조성되고,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아름다움이 훼손되고 있다. 
 
또한 용암이 흐르면서 형성된 제주하천은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지만 재해방재라는 명목으로 하천폭 넓히기에만 치중되면서 결국 배수로처럼 변형됐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1960~70년대 산업화와 근대화가 시급했던 시절에는 도시팽창위주의 개발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0~90년대에는 문화 및 녹색공간 확보 생활환경 향상 등으로 도시계획이 획기적으로 전환됐어야 했지만 이전 방식이 고수되면서 현재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교수는 "제주도시가 1960년대 이후 외곽으로의 팽창 중심으로 개발됐고, 이 패러다임이 현재까지도 바뀌지 않고 진행되면서 50년이 지나서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신제주권 뉴타운개발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도시형성은 마을단위의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제주도시정책은 최근까지도 택지와 도로 개발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정체성을 잃게 됐다"며 "특히 녹색공원, 문화시설, 복지시설 등 공익적 공간을 중심으로 계획이 이뤄지지 못하고 건물밀집 공간을 확보하는데 치우쳤다"고 밝혔다.

또 "이 때문에 현재 교통문제와 주차난, 도심경관훼손 문제, 생활편의시설 및 문화공간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도가 그동안 전문적인 도시계획 및 개발 능력이 미흡하고, 토목중심으로 도시를 확장시킨 것이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주의 도시개발은 경제가치와 물리공간 확장에만 치우치면서 제주의 정체성을 잃고, 역사와 자연의 배려·존중이 없다"며 "앞으로는 도시의 고밀도화를 낮추면서 자연과 문화 그리고 복지공간을 적절히 확보할 수 있는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건축, 도로, 공원, 문화, 주차, 복지시설 등이 컨트롤타워 없이 각자의 담당기관이 제각각 조성하면서 엇박자가 발생했다"며 "이제는 도시개발을 총괄적으로 기획·담당할 수 있는 부서 또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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