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에 대한 이해] 대립되는 씨끝들의 쓰임(4)

왜 제주말 ‘이시냐’를 ‘잇느냐’로 쓰려는 현상이 생기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한때 제주는 여러 가지에서 열악한 처지여서 정책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제주 것’이라면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도 마찬가지였지요. 제주 사람 스스로도 제주말의 독특한 짜임이나 쓰임을 기피하고, 표준어에 더 접근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으로 봅니다.

제주말의 독특하게 쓰이는 때소 ‘-ㅇ, -ㄴ’이 있어 ‘먹엉 가민, 먹언 가난’에서처럼 분명하게 갈리어 쓰이는데도, 제주 냄새가 너무 나서 어영부영 써버리는 것이나, ‘이시냐’가 표준어와는 다른 꼴이니까 그것을 피해서, 표준어와 소리가 같은 ‘잇느냐’로 바꾸어 ‘이시냐’의 뜻으로 쓰려는 것이나, ‘잇저’가 ‘잇다’보다는 더 제주말 쓰임이지만 ‘잇다’로 쓰는 점들을 보면, 그 말의 주체들의 인식과 심리적 태도에 따라 그 말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시대여서, 우리의 특성을 잘 드러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여기서 다루어지는 제주말의 물음과 대답의 짜임은 제주 사람들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표준어와 다른 점을 모르고는 제주말을 잘 이해할 수도 없고, 표준어를 잘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주말의 현상들을 더 체계적으로 잘 밝혀 놓아야 표준어와 제주말이 상보적인 관계가 유지됩니다.

ㄱ. *?철순 집이 완 잇느냐?/으, 철순 집이 완 잇다.

ㄴ. 철순 집이 완 이시냐?/으, 철순 집이 완 잇저.

ㄱ은 표준어와 뒤섞인 것이고, ㄴ이 제주말 표현이란 점은 확실하게 이해가 되시겠지요.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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