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31> 산방산과 방철 스님

   
 
  산방산  
 
아주 오랜 엿날, 안덕면 사계리 을에 가난 농바니가 살아신디, 아방 어멍은 물론 친척도 성제도 읏인 사름이라서마씀. 경난 을 사름덜은 그 사름을 외롭고 궤롭뎅 연 ‘고단’이엥 불러십주.

고단은 가난여부난 매날 놈의집 일을 여주곡, 각시는 바농질 영 버실엉 보태멍 살아서마씀. 그치록 고생은 뒈염주마는 큰 걱정은 엇어신디, 이 산 지 7년이 뒈여도 식 읏인게 이라십주. 경난 아이 낳게 여도렌 매일 산방산 암자에 간 기도를 드련 아 날 나신디, 일름을 귀동(貴童)이옝 지와서마씀.

귀동인 아무 탈 읏이 무룩무룩 크멍 머리도 영역난, 두갓은 가난 살렴이주마는 열심히 후보멍 큰 기대를 걸어십주. 경디 귀동이가 일곱  뒈단 해에 갑제기 어멍이 아판 눵게 약도 벤벤히 못 쎠반 죽어서마씀. 경디 불행은 그게 끗이 아니라마씀. 1년 후젠 아방도 급질(急疾)로 씨러젼 죽어부난, 귀동인 그날로 고아가 뒈여부러십주.

엇인 재산에 벵 수발 멍 장롈 치르단 보난, 귀동인 걸바시가 뒈연 동녕레 뎅길 수베끼 엇어서마씀. 경여도 동네 사름덜은 그 집안 정을 아난, 불쌍 아의옝 영 느나 엇이 가읠 멕연 살려십주.

를은 귀동이가 산방산 절더레 올라가는 디서 씨러젼 들어신디, 한밤중이 오줌 류완 깨어난 보난 캄캄 디 혼제만 눠져시난, 수완 왈칵 울음이 터져십주. 왁왁디서 이레 주왁 저레 주왁멍 울엄시난, 산방산 암자에서 도 다끄단 스님이 무신 소린고 연 완 보난, 웬 얼아의가 울엄시난, 아단 은 디서 보난 보통 아의가 아니라마씀.

뒷녁날 을에 간 알아 보난 어멍 아방 죽어분 아읜 걸 알게 뒈연, 절에서 키우기로 여십주. 이 이서 보난 보통 영역 아의가 아니라서, 각벨 관심을 젼 글을 르치기 시작여서마씀. 글로부떠 귀동이는 암자에  부름씨를 멍 공뷔를 여십주. 처얌에 귀동이를 아온 스님은 혜일법사(慧日法師)로 귀동이가 컹 큰 스님이 뒐 걸 알아봔, 글 공뷔를 시키멍 스님의 행실광 법도를 르쳐서마씀.

를은 귀동일 불런

“귀동아! 이젠 글은 꼼 알게 뒈여시난 본격적으로 공부 생각은 엇이냐?” 연 들으난

“스님 덕택에 이치록 생멩을 보존게 뒌 것만 여도 큰 은혜고, 덕분에 일름자를 익힌 것도 감지덕진디, 다시 공부가 가당키나  일이우까?” 난

“이놈, 내가 말는 뜻을 몰르문 만히 이실 것이지, 무엄게 입을 하영 놀렴시냐?” 멍, 칭찬을 문 앞으로 간세카부덴 역부러 엄게 몰아부쳐서마씀.

경난 귀동인 그날부터 스님신디 본격적으로 글을 배우기 시작여십주. 글은 루가 다르게 늘언 천자문부떠 5년 동안 사서삼경을 다 익어서마씀. 를은 스님이 귀동일 불러앚젼 앞으로 공부 방향을 정렝 난, 아멩 여도 스님의 뜻을 르켕 연, 그로부떠 혜일 스님신디 15년간 불경을 공부연 계를 받으멍 법멩을 ‘방철(房哲)’이렝 여십주.

혜일법사는 방철 스님신디 명산대찰을 두루 참배멍 수행 것을 권여서마씀. 방철 스님은 은사가 는 대로 팔도를 돌아뎅기멍 참배고 또시 중국장 간 봔 돌아오란, 금강산 유점사에 머물멍 천일을 기약고 관음기도를 드리기 시작여십주. 계획 대로 수련을 시작 지 꼭 천 날째 냑이 뒈난 몸이 게베와지고, 바당 듸서 이상한 삣이 훤게 비치는 거라마씀.

방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난 바당 삣이 나는 딜로 가십주. 그 벌겅 기운은 전복껍데기 소곱에서 나왐서마씀. 아무 생각 읏이 그걸 심젱 는디, 머리에 금관을 씨고 소복단장 부인이 나오란, ‘이 전복은 생진준디 먹으문 만벵을 고칠 수 싯고, 백미 소곱에 놔두문 그 수량이 날로 불어낭 부족이 엇게 뒈난, 이 물건을 요긴게 쎵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라,’ 여둰 읏어지는 거라마씀.

방철 스님은 그 여인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옝 생각연 그 생진주를 건젼,  방올을 져십주. 경난 눈을 아도 세상이 훤게 보이는 거라마씀. 그 남제긴 젼 도로 제주로 들어완 산방굴사에 정착여둠서 궤로운 사름덜을 고쪄주고, 베고픈 사름덜을 구제여 주는 펜으로, 음이 약 사름덜을 위영 불공을 드려주멍 펭생을 보내여십주.

경단 나이 90이 뒈연 세상을 뜨난 세상 사름덜은 방철 스님을 생불(生佛)이옝 여서마씀. (「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농바니 : 농부. 농사꾼

영역다 : 영리하고 야무지다

왁왁다 : 캄캄하다

간세다 : 게으르다

심다 : 손으로 붙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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