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명숲 곶자왈 연대기 20. 곶자왈 개발 현황

 

▲ 1990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이후 제주개발사는 수십만년을 유지해온 제주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낳고 이에 따라 곶자와 지역은 개발이란 이름아래 무분별하게 훼손됐다. 사진은 대정곶자왈지역에 들어선 영어교육도시 전경으로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골프장·관광시설 등 곶자왈 지역 곳곳 건물 난입
신화역사공원·영어교육도시 개발 경제논리 치중
오랜 세월 버려져 보존된 땅 생태계 보고로 부상

무분별 파헤쳐진 상처

언제부턴가 곶자왈을 보는 마음이 불편하고 안타까움으로 채워져 갔다.

겨울 바람속에서도 백서향은 하얀 소금꽃 같은 꽃잎과 천리를 간다는 향기로 곶자왈을 한껏 꾸며보고 있으나 어느덧 곶자왈은 곳곳에 건물이 들어서고 자동차 배기가스와 누군가 먹다버린 음료수 캔과 과자봉투가 바람에 날리는 곳이 돼버렸다.

곶자왈을 알아버리고 난 지금, 개발이란 이름 아래 곶자왈이 찢어지고 파헤쳐지는 아픔만 더 크게 다가올 뿐이다.

1990년 제주도개발특별법과 함께 본격 시작된 제주개발사는 수십만년을 유지해온 제주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낳고 있다.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빨대를 꽂고야 마는 자본이 곶자왈이라고 피해갈 리가 없다. 오히려 땅값이 싸고 뛰어난 생태환경을 지닌 곶자왈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달려들기 시작한지 오래고 이제는 곶자왈 곳곳에 골프장, 관광시설, 건축물, 채석장 투성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7군데였던 도내 골프장이 지금은 29곳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곶자왈 지역에 들어선 골프장은 모두 10곳으로 2004~2007년 사이에 문을 열었다.

곶자왈이 제주사회에 제대로 알려지고 보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있기도 전에 이미 곶자왈을 중심으로 개발사업은 꿈틀대고 있었다.

여기에 골프장처럼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관광시설도 개발분위기를 타고 곶자왈을 비롯한 중산간 지역에 들어서고 있으며 채석장을 비롯한 산업시설도 하나둘 늘어나면서 푸른 물결이던 곶자왈은 폭격을 맞은 듯 군데군데 파헤쳐있다. 지금까지 골프장을 비롯한 관광시설, 도시개발, 채석장, 도로 개발 등으로 사라진 면적은 20.6㎢로 곶자왈 면적 110㎢중 18.7%에 이르고 있다.

자치단체도 직접 개발 나서

▲ 곶자왈 한 가운데 들어선 골프장.
곶자왈을 개발하는데 기업들만 달려든 것은 아니다. 곶자왈보전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하는 자치단체도 지역경제발전이라는 논리아래 곶자왈 개발을 지원하거나 심지어 직접 개발에 나선다.

최근 카지노 시설계획으로 논란을 부르는 신화역사공원이나 제주영어교육도시 역시 정부와 제주도가 만들어낸 개발사업이다.

터파기를 하고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신화역사공원에는 대규모 중국자본이 복합리조트를 만든다며 며칠전 착공식을 한 후 화려한 간판으로 곶자왈을 에워싸고 본격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이 불과 몇 해전만해도 숲과 초원이 드넓게 펼쳐졌던 곶자왈이었음을 믿기 힘들 지경이다.

이제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숲 사이 사이 들어선 영어교육도시도 새소리 꽃 향기 넘쳐나던 곶자왈이었다. 제주영어교육도시개발을 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유지 곶자왈 208만㎡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 무상양여했다.

제주 개발이 제주 발전이며 제주 발전은 곧 행복한 삶을 보장하리라는 믿음아래 이뤄진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지켜왔던 많은 믿음은 미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경제를 위해서,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살고 있는 우리다.

하지만 곶자왈이 개발로 사라져간 지 10년이 지나지만 경제발전과 행복에 만족하기보다  여전히 조금 더 만을 얘기할 뿐이다.

제주개발사는 제주 자연환경을 이용한 관광개발에 초점이 맞춰져있으며 자본이 자유로운 투자와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편의제공 정책이 뒤따랐다.

결국 10년이 넘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은 곶자왈과 중산간 곳곳을 골프장과 관광지로 만들어놓고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새로운 투자자를 위해 싸고 좋은 땅을 요구하고 있다.

군유지이자 도유지였으며 수백년을 이어오며 소나 말을 키워온 마을공동목장이던 곶자왈은 싸고 넓고 경관이 좋다는 이유로 개발 유혹에 하나둘 팔려나가며 사라지고 있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데없어 버려진 것이 나중에 큰 쓸모가 있다는 뜻으로 「장자(莊子)」에 나온 말이다. 한때 쓸모없는 돌투성이 땅이었던 곶자왈이 버려진 채 세월을 얻어 어느덧 생태계보고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쓰임 때문에 사라지는 신세인 곶자왈을 보며 차라리 무용지용을 빌어본다..▲특별취재팀=김영헌 정치부 차장, 고경호 사회부 기자 ▲외부전문가=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

카지노 포함된 신화역사공원 '지록위마'

도민·시민단체 사업취소소송 제기
"사행성 도박시설 신설 위법" 이유

서귀포시 안덕면에 들어서는 신화역사공원을 놓고 도내 23개 시민단체와 도민들이 사업취소소송을 내면서 법정다툼에 들어갔다.

신화역사공원을 한다 해 놓고 대규모 '카지노공원'을 설치하려는 계획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세워진 법정계획인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개발에 관한 종합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행성 도박시설인 카지노를 신설하려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시민단체와 도민소송단은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 변경승인처분취소소송'을 내고 사업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이번 논란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10년전인 2005년 곶자왈지역인 이곳에 대한 신화역사공원 개발이 논란될 당시 곶자왈사람들은 성명을 내고 "당초 계획이었던 신화·역사공원의 주된 시설물은 전체 토지이용계획의 11.7%인 47만8100㎡에 불과한 실정이며 투자비용도 전체 투자비용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는 신화·역사공원을 빌미로 대규모 리조트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우려가 현실로 되고 신화역사공원은 이미 이름뿐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가 신화역사공원이라면 차라리 '위록지마'(爲鹿指馬), 사슴을 말이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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