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의 유래를 찾아서 25.서홍동

▲ 하논분화구는 약 5만년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마르형 화구호수로 500년 전부터 언덕을 허물어 물코를 틀었고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등 논과 밭으로 이용됐다.
제주감귤 시초지·'벼농사' 하논 분화구 등 유명
아파트 등 도시화 가속…주민간 갈등 해소는 과제

서기 476년 백제 문주왕 2년에 제주에서 귤을 공물 헌상하였다는 고려역사의 기록과 조선시대의 세종실록에도 제사와 귀빈 접대용으로 중요한 과일이라고 기록돼 있는 제주 감귤의 효시가 바로 서홍동이다. 서홍동은 사방이 봉우리로 둘러져 있어 지형이 화로(爐)모양 같다고 해서 홍로(烘爐)라 불렸으며, 1981년 서귀포시로 승격되면서 서홍동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근 시내 중심권과 가깝고 초·중·고교 등 주민편의시설이 밀집돼 전입 인구가 급증하고 아파트 등 대형건물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서귀포시의 중심지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랜 역사 간직한 행정의 중심지

문헌상에 홍로가 처음 마을로 기록이 된 것은 고려 충렬왕 26년(1300)에 동·서도현을 설치할 당시 14현촌 중의 1개 현촌인 홍로현으로 등장한다.

문헌기록에 앞서 고려 예종(1107)에 송나라 술사 호종단이 지장샘에 와서 한 농부의 지혜로서 지장샘의 물혈을 끊는 데 실패해 돌아갔다는 지장샘 전설이 구전되고 있어 홍로의 설촌이 문헌기록보다 200년 앞서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마을의 오랜 역사와 함께 서홍동은 조선 중엽 정의현의 현청 소재지로 행정의 중심지였는데 지금도 마을 안에는 대궐터와 옥터, 향교전이 널려 있다.

서홍동은 지리적으로 산남지방의 동서 중간지역에 있는 마을로서 남쪽으로는 서귀포시내와 경계길을 사이에 두고 천지동과 주거지가 마주되어 있고, 동쪽은 동홍동과 인접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2.2㎞ 떨어진 호근동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 솜반천
'대학나무' 제주감귤의 시초지와 벼농사 '하논'

서홍동은 제주온주감귤의 시초지로 1901년 이재수의 난 이후에 천주교 서홍성당에 근무하던 Esmile J. Taque 신부가 심은 미장온주 14그루 가운데 현재까지도 1그루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의 감귤 재배는 서기 476년 문주왕 2년에 감귤을 공물 헌상했다는 고려사지의 기록과 이조시대의 세종실록에도 감귤은 제사와 귀빈 접대용으로 중요한 과일이라 이야기 등이 기록돼 있어 제주감귤이 널리 재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526년에 제주 목사가 관소유 과수원 30여개를 확장 조성했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의 감귤류는 병귤, 당규자, 산귤, 소유자 등 약 20여개의 품종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지금 주종을 이루고 있는 온주밀감은 Esmile J. Taque 신부가 식물 연구를 해오던 중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임을 세계식물학계에 보고해 인정을 받고 1911년 제주자생 왕벚나무 몇 그루를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준 답례로 받은 미장온주 14그루를 시험 재배하게 된 것이 온주 제주밀감의 시초다.

여기에 호근동 경계에 자리한 하논분화구는 약 5만년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마르형 화구호수로, 약 500년 전부터 언덕을 허물어 물코를 틀었고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등 논과 밭으로 이용됐다.

최근 하논분화구가 5만년 이상의 생태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주목받으면서 보전 및 복원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 옛 서홍성당(현 명현의 집)에 남아있는 최초의 제주온주밀감
지역 주민들 주체 수익사업 다양 눈길

서홍동 마을주민들이 주체가 돼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주도 온주 감귤의 시원지로서 브랜드를 창출하고 멸종위기 재래감귤을 육성 보존하기 위해 '백년의 귤향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홍동노인회에서는 친환경 토종 재래닭 및 고품질 달걀 생산판매로 소득을 창출하고 노인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는 '홍로 토종닭 일자리창출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EM동아리를 구성해 유용미생물을 활용해 EM비누를 제작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지역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는 서홍동 문화공간 솜반천카페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개발로 도시화 이웃 공동체 약화 우려

시내 중심권과 가깝고 주민 편의시설이 집중돼 있어 서홍동으로 이주한 주민들이 많고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이주해 오고 있다.

특히 마을 곳곳에는 아파트와 공동주택들이 꾸준히 들어서는 등 각종 개발이 이뤄지면서 서귀포시의 '핫'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마을 확장으로 자연부락이 훼손되고 이주민과 원주민 간에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또 지역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마을안길 확장사업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솜반천 편의시설 확충 사업도 지지부진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중산간도로를 사이에 두고 원마을과 새롭게 생겨나는 마을로 나뉘면서 이웃 공동체마저 약화되고 있어 지역주민 통합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을 서홍동 마을회장

"주민들간 소통을 강화해 화합하고 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상을 서홍동 마을회장은 "마을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지역 주민간 갈등 등 각종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마을회와 청년회 등 마을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가까운 이웃 만들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안길 확장 등 주민 숙원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주민들의 역량을 모아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마을주민 중심으로 사회적기업 등 각종 수익사업 추진하고 있지만 판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다"며 "주민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마을공동체를 강화해 문화·복지·일자리가 어우러지는 통합적 마을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주민들이 하나가 돼 행복한 서홍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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