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26. 무형문화재 '삼달리 어업요'

제주지역서 희귀한 '고기를 낚는 어업요'로 중요
남성 중심 노동요 특징…삶·정서 솔직하게 표현
사람에 의한 전승 '한계'…문화유산 방법 찾아야
 
▲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삼달리 어업요'는 어부들의 삶·정서 등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소리르르 보유한 전승자들이 적어 문화유산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사진은 보유자 강성태씨가 민요패 소리왓과 '삼달리 어업요'를 부르며 공연하는 모습.
지난 2013년 10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삼달리 어업요'가 지정됐다. 삼달리 어업요는 '터위(테우, 떼배의 제주어) 네젓는 소리'와 '갈치 나끄는(낚는) 소리' 등 2곡이 포함됐다. 삼달리 어업요는 제주 동부 일부지역에서 꾸준히 불려왔지만 어업 기술 발달로 인해 지금은 현장에서 들을 수 없는 '희귀한 소리'가 돼 전승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리를 보유한 전승자들이 적어 문화유산으로써의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남성이 부르는 어업요
 
제주도는 '섬'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중이 높았다. 바다는 제주인들에게 삶의 터전인 셈이다. 그래서 어업과 관련된 노동요가 많이 불려졌다.
 
해녀들의 작업에 따르는 '잠수질 노래', 먼 바다로 출가하며 부르는 '네젖는 소리', 잡아온 멸치를 터는 작업을 할때 부르는 '멜 후리는 소리' 등이 그 것이다.
 
이 가운데 삼달리 어업요로 지정된 '터위 네젓는 소리'와 '갈치 나끄는 소리'는 기존 어업요와 차이점을 보인다. 
 
여성이나 혼성으로 불려왔던 다른 어업요와 달리 이 2곡은 남성들이 주로 부르는 소리였다. 배를 몰거나, 생선을 낚는 노동은 주로 남성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삼달리 어업요 보유자인 강성태씨 역시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어업요(해녀노래, 멸치 후리는 노래 등) 가운데 유일한 남성 보유자로써 의미가 크다.
 
아쉽게도 현재는 어업 현장에서 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업기술의 발달로 '터위'는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한가로운 어부들의 심정 표출
 
삼달리 어업요가 지정된 성산읍 삼달리는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산다는 뜻에서 '주어동(住漁洞)'이라 불렸다. 그만큼 어업량이 풍성했기에 노래 역시 잘 발달돼 있었다.
 
'터위 네젓는 소리'는 세 사람이 노를 젓으며 선후창 형식으로 부르거나 독창으로 부르기도 한다. 순풍에 돛을 달고 노를 젓는 한가로운 어부들의 심정이 잘 표출된 곡이다.
 
"에~행행에~ 어기야 뒤기양 어기야차 소리로 우거냐줍서"라는 후렴으로 "한라산 동영하에 백년무근 구상나무 비어다가 신구선 터위를 무어놓코 존날존택일 바다그넹에 대천바다 한가운데 신구선 터위를 띠워놓고 동해바당에 요왕님전 이내소원 드러줍서"란 가삿말이 전해지고 있다. 가락과 선율이 유장해 옛 선인들의 흥취를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소리다.
 
흥얼거리는 형식의 노래로 소리의 구비를 잘 살려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낸다.
 
'갈치 나끄는 소리'는 특별한 노동 기능성이 표출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정서를 낚시줄에 엮어간다. 
 
"강남 바당에 놀든 강갈치야 가다나 찡끗 오다나 찡끗 거러나지라 나낙신 두낭이 맹게낭순이 되여나지고 나술은 두낭이 썩은 칡줄이로 구낭이야"란 가삿말은 갈치를 유인하기 위하는 모습을 담았다.
 
△'소리' 문화유산화 해야
 
▲ '삼달리 어업요'의 전승자인 강성태씨가 노래가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소진 기자
제주지역의 '고기를 낚는 어업요'로는 삼달리 어업요가 거의 유일하면서 전승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2012년 11월 발표한 '삼달리 어업요 기초조사 보고서'에서도 "전승지역이 제주 동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희귀노래인 만큼 무형문화재로서의 전승가치가 매우 크다"고 희소성을 강조했다.
 
더구나 '갈치 나끄는 소리'의 경우 조천읍에 보유자가 있었으나 세상을 뜨면서 현재 어업요의 계승자는 삼달리 어업요의 보유자는 강승태가 유일하다.
 
다행히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보존의 토대는 마련했으나 '전승'의 역할은 아직 미약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 강씨는 전수조교인 박경선씨(55·여)와 단둘이 활동하고 있다. 강씨 슬하에서 소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5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문화유산으로써의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람에 의한 전승' 과정에 대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씨의 나이는 85세로 고령이다. 도 역시 "조사대상자가 고령인 관계로 전수교육 체계 및 활동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행·재정적인 지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사람에 의한 전승'이 아닌 '소리'를 문화유산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노력해야 할 때다. 이소진 기자
▲ 테우를 타고 사둘로 자리돔을 잡고 있는 모습.
삼달리 어업요 보유자 강성태씨

제주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21호 삼달리 어업요 보유자 강성태씨(85)는 전승현장에서 직접 소리를 배운 유일한 '보유자'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해방 직후 아버지를 따라 바닷일에 나섰다가 노래를 배웠다.

당시 성산읍 삼달리 부근에는 중·고등학교가 없던 탓에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일터로 나서야 했다.

어린나이에도 부친을 따라 터위(테우)를 타고 바다를 나가며 갈치, 자리돔 등을 낚으며 생계를 이었다.

그때 부친과 함께 일하던 어부 이배근씨로부터 '터위 네젖는 소리'와 '갈치 나끄는 소리' 등을 전수 받았다.

강성태씨는 "당시 이씨는 노래를 잘 부르기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다"며 "그 분께 직접 전수받고 지금까지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특히 울산, 일본 대마도 등지로 출가물질을 하는 삼달리 해녀들을 인솔하며 해녀들의 노래인 '해녀 네젓는 소리' '서우젯소리' 등을 습득, 어업요에 능하다.

60대에 들어 어업활동을 그만두고 밭농사에 주력했지만, 어업요 계승에도 힘써왔다.

해녀박물관, 성산읍 노인대학 등에서 소리를 전수하고, 들불축제, 탐라문화제 등에 참여하며 어업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령'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강씨는 "사실 75세"라고 주장했다. "출생신고 당시 '일(一)'이란 글자를 '십(十)'으로 표기해 실제 나이보다 10살이 많게 등록됐다"며 계승에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실제로 강씨가 노래를 부르는 데는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제주도의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강씨는 삼달리 어업요로 지정된 '터우 네젖는 소리' '갈치 나끄는 소리' 등을 비롯해 해녀노래도 독창할 정도로 목청이 좋고 건강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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