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의 수의계약 추첨제는 바람직한 것인가.제주시가 전국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듯 하다.당초의 제도적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수의계약 추첨제도란 관급공사시행에 앞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한 무작위 추첨에 의해 당사자를 골라 공사계약을 맺는 제도다.각종 관급공사의 수의계약 때 특정업체에 편중되거나 선심성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주시 당국이 올해부터 도입,실시하고 있는 제도다.수의계약에 따른 주변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소 생소한 이 제도는 시행이 예고된 지난해부터 내외의 관심을 끌어 왔다.행정의 투명성과 관급공사를 둘러싼 이른바 '불랙 커넥션'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도란 생각에서다.하지만 이 제도는 행정의 투명성 확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또다른 부조리 소지를 남겨 놓아 실효가 의문시 되고 있다.상대의 능력 여하의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선택된데 따른 부작용이 그것이다.이를테면 업체 등록만 되어 있으면 복권당첨식 추첨에 의해 어느날 뜻밖의 공사를 떠맡을 수 있다.업체로서는 행운일수도 있다.하지만 이같은 행운은 여간해서 기대하기 힘들다.도내 토목 상하수도 업체만해도 1천여개를 넘는 상황이고 보면 기대치는 공사 한건당 1천분의 1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당첨 업체의 신뢰도나 역량을 사전에 가늠할 여지가 없어 이에따른 사후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제도의 도입과 관련 일각에서는 투명성만을 앞세운 무책임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수의계약은 나름대로의 특장이 있고,명분이 있는 것인데 역기능만을 지나치게 의식한 조처가 아니냐는 것이다.

 투명한 것을 보이기 위해 신의성실에 입각해야 할 계약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의 전도다.마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학생들 얼굴을 애써 외면하고 천정만 바라보고 수업하는 교사의 결백증과도 다름없다.구악을 제거하기 위해 보다 큰 신악을 불러들이는 제도라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업체들 조차도 마다하는 복권당첨식 공사떠맡기기는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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