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 <35> 시흥리 현씨 남매

   
 
  말미오름에서 본 시흥리.  
 
지금으로부터  5백 년 전, 심돌이 이제 을처록 바당 펜더레 이루와지기 전의 일이라마씀. 당시는 말미오름(斗山峰) 뒷펜이 ‘대섬머세’옝 는 고단에 집 멧 채만 이실 땐디, 그 중  집에 현씨(玄氏)광 각시, 두가시 살아십주.

현씨는 꼼 심이 엇어나신고라 식을 나문 심이 씬 식을 나사 켄 늘 생각여서마씀. 경단 어느 해 각시가 아기를 베난, 심 씬 아읠 날 욕심으로 계속영 쉐를 열 리나 잡아 멕여십주. 그치록 영 아을 나보젠 믿고두고 열 리 썩이나 잡아멕인 건디, 난 걸 보난 이라마씀. 현씨는 ‘아차!’ 여십주게. 주마는 쉐궤기 멕인 기운이 그레 가신고라 그 아의 심은 이만저만 것이 아니여십주.

얼메 엇언 다음에 또 각시가 아기를 베여서마씀. 현씨는 또시 쉐를 잡아 멕이기 시작여십주. 경연 아홉 리째 잡아멕연 생각을 여보난, 혹시 또 을 나문 어떵코 는 생각이 들어마씀. 에에, 경문  리라도 아껴사 켕 연, 이번엔 아홉 리만 잡아 멕연 중단여십주. 경디 난 걸 보난 이번엔 아이라마씀. 현씨는 ‘어불쌍!’ 여십주. 주마는 아홉 리 먹은 아도 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마씀.

당시 대섬머세에 사는 사름덜은 이제 시흥리 입구에 이신 ‘큰물’이옝 세미 물을 질어당 먹을 땝주. 현씨 도 놈광 이 허벅으로 그 물을 져 날라사 여서마씀. 오름 으로 난 물질은 꼬불꼬불 좁고 험여십주. 어느 저실, 설한풍이 몰아치는디, 현씨 이 허벅에 물을 젼 눈발을 헤치멍 그 질을 올르단 보난, 사슴  리가 려오단 탁 마주치는 거라마씀.

그때는 인가가 하지 아닌 때난, 한라산에 눈 하영 묻어불문 사슴덜이 눈을 피영 먹을 걸 아보젠 해벤더레 려올 때라십주. 사슴은 사름을 보난 화르륵 돌안 도망치젱 여서마씀. 현씨 은 물허벅 진 차 활락게 튀연 내안게, 아나는 사슴을 앞질렁 간 두 뿔을 심언 홱 돌리난, 사슴이 벌렁 나자빠지는 거라. 경연 사슴을 심언 뚜러메연 집의 들어가난 현씨도 과연 의 심에 놀랏젱 여마씀.

그 시에 구좌멘 김녕에서 씨름판이 벌어진뎅 는 소문이 퍼져십주. 현씨는 이 기회에 아광  중 누게가 심이 씬지 심벡게 젱 여십주. 경연 아을 씨름판으로 보내여 둰, 신디 남장(男裝)을 시켠 쪼차가 보렝 여서마씀.

씨름판엔 현씨 아을 이기는 사름이 엇어십주. 완전 도판는 거라마씀. 현씨 아은 기세등등연 판을 휘둘러 가난, 이디저디 수군수군기 시작여십주. 결국 군중덜이 ‘와아!’멍 일어산 거라마씀. 정의(旌義) 놈이 목안(牧內)에 왕 도판암젠 ‘이놈 발모둠치기 여불켕’ 여십주.

바로 그 때 남장 누님이 탁 나산,

“보자 니 훙알진 것이 놈의 을에 와그네 도판젱 는 걸 보멍 도저히 그냥은 못 보겟다. 나고  번 붙어보자.”

난 누님인 중 몰른 현씨 아은 하가수이 네견, 려들언 내싸내싸엿주마는 아멩여도 아홉 리 먹은 동생이 열 리 먹은 누님을 이길 순 엇어십주. 둘러단 모살 우터레 확 내부쪄 둰, 누님이 군중신더레 아서마씀.

“난 저 목안 서촌에 사는 사름인디, 정읫놈이 오란 도판을 난 목안 사름으로서 궤씸기 짝이 엇언  번 붙어보난 하찮은 놈이로고마는. 두어 번 마당질 여시난 안창이 을여실 거우다. 정다시라실 거난 불쌍연 기냥 내 붑주.”

그제사 김녕 사름덜의 울분이 아앚앗고, 누님의 지혜로 동생의 위기를 구여 줫젱 여마씀. 을 일름이 시흥리로 바꾸기 전엔 이런 힘 씬 사름덜이 하영 살앗젱 연 ‘심돌’이옝 불러난 상이라마씀. (「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심돌 : 성산읍 시흥리의 옛 이름

고단 : 일정 지역을 가리키는 말

두가시 : 남편과 아내. 부부

심 : 힘

어불쌍 : 잘못된 일이나 언짢은 일을 알게 된 때에 뉘우쳐 탄식하는 소리. 아뿔싸

심벡다 : 실력이나 힘을 힘껏 겨루다.

도판다 : 놀이나 놀음판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다

훙알지다 : 보잘 것 없다

하가수이 : 하찮게, 가소롭게

내싸내싸다 : 서로가 있는 힘을 다해 다투면서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하다

안창 : 오장육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깊은 속에 있는 내장

을다 : 울릴 정도로 엄청나게 아프다

정다실다 : 어떤 일을 하려다 낭패를 크게 봤거나 욕을 톡톡히 당해 다시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혼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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