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 27.에필로그

▲ 도내 국가·도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25개를 조사한 결과, 문화유산화를 통한 계승 발전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정동벌립을 짜고 있는 홍양숙 전수교육조교의 모습.
16개월간 국가·도지정 무형문화재 25개 조사
보유자 명맥잇기 한계…콘텐츠 개발 등 주문
무형문화재법 제정…문화유산 보존방안 기대

지난해 1월28일부터 게재한 연재기획 '살아있는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5개, 도지정 중요무형문화재 20개 등 도내 무형문화재 25개를 16개월 26회의 기간 동안 현장실태를 파악하고 '사라져 가는 무형문화의 명맥잇기'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으로 이어지는 전승 체계였으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문화유산화가 떠오르고 있다.

△사라져가는 제주의 문화

2013년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삼달리 어업요를 끝으로 도내 무형문화재는 총 25개로 집계됐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는 제4호 갓일, 제66호 망건장, 제67호 탕건장,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제95호 제주민요다.

도지정 중요무형문화재는 제1호 해녀노래부터 영감놀이, 성읍민속마을 오메기술, 송당리마을제, 납읍리마을제, 덕수리불미공예, 정동벌립장, 방앗돌굴리는 노래, 멸치 후리는 노래, 성읍민속마을 고소리술, 고분양태, 제주큰굿, 제주도 옹기장, 제주불교의식, 제주농요, 진사대소리,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 성읍리 초가장, 제주시 창민요, 삼달리 어업요로 구분된다.

각 문화재는 제주 전통의 모습의 간직한 모습으로 보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가·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무형문화재 전승의 체계의 불안정함이었다. 사람에 대한 전승 구조로 이뤄진 무형문화재는 '사람'이 없으면 명맥잇기가 위험해진다.

실제로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95호인 제주민요(2000년 보유자 작고)와 도지정무형문화재 2호 영감놀이(2011년 〃) 10호인 멸치 후리는 노래(2009년 〃) 16호 제주농요(2007년 〃) 13호 제주큰굿(2011년 〃) 등 5종목은 보유자 없이 전수교육조교 또는 전수장학생에 의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보유자 지정을 위한 제주도문화재위원 심의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능·재능 미달로 수년째 '보류' 상태다.

△문화유산화 가능할까

▲ 납읍포제에서 초현관 등이 폐백하는 모습.
전승 체계 불안에 대한 타개책으로 무형문화재의 '문화유산화' 방안이 주문되고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춤, 노래, 기술 등의 무형유산을 콘텐츠로 만들어 관광자원화하자는 발상이다.

전통 '그대로' 전수하는 것은 기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문화의 힘'에 대한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도내 무형문화재 보유자들도 이를 위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불교의식 보유자 문명구씨는 상설 공연장을 운영해 도민과 관광객들이 쉽게 무형문화재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제주큰굿 전수조교인 서순실 심방은 도내 문화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무속'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놀이'로 순화하기 위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고소리술 전수교육조교인 김희숙씨는 주류면허와 주류영업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주류 판매에 돌입, 제주술의 세계화와 명품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전통 계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무형문화재진흥법으로 변화 기대

지난달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무형문화재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기존 보존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 활용 중심의 정책으로 진일보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무형문화진흥법은 '원형 보전'이란 전승 형태의 틀을 깨고 사회문화적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무형문화재의 성격을 발전해 전형적인 가치를 유지·발전한다는 원칙으로 전개한다. 무형문화재 관련 정택을 탄력 운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예능 중심으로 한정됐던 무형문화재의 범위가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儀式)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등 7개 범주로 확대됐다. 보다 다양한 신규 종목이 발굴·전승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전수교육대학 선정 △원재료·제작 공정 등의 기술 개발 △디자인·상품화 지원 △전승 공예품 인증제·전승 공예품 은행제 등 도입 △전승자의 창업·유통 등 지원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정책도 이뤄진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무형문화재 관련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화하는 세태 속에 전통만을 고집할 때는 지났다. 이제는 헌옷을 벗고 새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이소진 기자  

"'제주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것을 널리 알려야 할 때다"
장덕지 제주도 문화재전문위원장은 무형문화재의 유산화를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제주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는데 성공한 들불축제에서 조차 '제주다운 특징'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 말 문화' 전문가인 그는 "들불축제는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에서 가장 큰 축제"라면서도 "제주전통의 목축문화를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목축문화 재연, 제주전통 민요 시연 등의 전통행사를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며 문화재의 적극적 활용을 강조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재 계승·활용 교육과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설 공연·전시관 설립 등의 인프라 확대를 주장했다.

또 문화유산해설사에 대한 교육과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제주에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자원 등이 풍부하다"며 "유·무형 유산을 콘텐츠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제주도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보유자 심의나 문화재 지정 심의에서 잇따라 '보류'를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능과 재능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문화재 전수학생 모집과 명맥잇기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장 위원장은 "선조들이 남겨놓은 유산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옛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제주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보다 소중히 여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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