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해양 생태보고서] 1. 해저지형·해류 영향

다양한 수중생물 쿠로시오 해류따라 제주 유입
연산호·남방큰돌고래 등 희귀종 서식지로 적합
제주바다 연안의 해저지형.
남해 먼 바다에 속한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화산섬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따듯한 이치처럼 제주도는 너무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온화한 해양성기후로 사람이나 여타의 동식물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섬 중앙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화산활동에서 생성된 오름, 주상절리, 용암동굴, 현무암지대 등의 지형적 특징은 고스란히 바다 속 해저까지 이어져 내려간다. 해안선이 절벽으로 이루어졌다면 마찬가지로 그 앞바다의 해저지형이 절벽으로 구성되고, 해수욕장의 앞바다 역시 광활한 모래지형이 펼쳐진다. 제주해안 특유의 뾰족뾰족 솟아난 검은 돌의 거친 갯바위형상은 연안의 해저에 가장 흔한 형태로 잠겨져있다.
특이하게 최근 실체가 규명된 표선면 앞바다의 해저 분화구는 축구장 16배 크기로 10m수심 대부터 최고 64m수심에 이르는 거대한 해저분화구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저의 신비를 더욱 자극하는 해식동굴과 수중동굴, 그리고 아치 형태는 제주 섬을 둘러 수 없이 산재되었다. 이렇듯 복잡하고 다이내믹한 해저지형은 엄밀히 약육강식이 작용하는 수중세계의 생물권에게 은신처로 활용되며 더불어 산란장과 먹이활동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연안에 집중된 기초생물권.
기초생물권은 해조나 산호같이 암반에 뿌리를 박고 일생을 살아가는 고착생물을 의미한다. 고착생물들은 한곳에만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 먹이원인 플랑크톤을 나르는 조류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수중세계의 고착생물들 역할은 막중하다. 산중에 숲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고착생물이 모여 군락을 이룬 해저 숲은 각종 어패류 등의 은신처, 산란장, 먹이활동의 터전으로서 그 중요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고착 생물권은 일정의 광합성과 조류소통이 원활해야하므로 해안선의 낮은 수심에서부터 최고 40m수심영역이 생존권으로 연안에 생태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이치로 해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바다 전체가 기초생물권이 아닌, 서귀포바다를 예로 해안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섶섬, 문섬, 범섬까지 지척의 해역이며 섬의 외해로는 수심이 깊어 예외로 본다.

지구상에서 수중생물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산호 삼각지대(Coral Triangle) 즉, 인도네시아와 호주북부, 필리핀북부를 연결하는 해역에서 수많은 수중생물들이 강력한 쿠로시오해류의 지류인 대마난류를 타고 제주해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쿠로시오해류는 산호 삼각지대를 포함한 적도부근에서 발생하여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갈라지는 지류가 제주도를 경유하여 대마도 쪽으로 올라간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올라오는 태풍경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생물들은 수영능력이 없어도 씨앗이 바람에 날려 원거리를 이동하듯 국가를 초월한다. 작게는 플랑크톤에서부터 고래와 같은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는 다양한 종들이 해류에 이동된다. 수중생물의 이동원인은 큰 맥락으로 그 해역의 수온과 먹이가 부족할 때 이사하듯 해류를 타고 떠나버린다. 해류에 이동하는 생물들은 수온이 알맞고 먹이원이 되는 조류소통이 원활한 장소에 정착하고 종족번식의 본능을 발휘하여 그 수를 대거 늘려나간다.
그러한 해류의 영향으로 드러난 제주바다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연산호이다. 연산호는 적도부근에도 있고, 제주바다보다 위도가 더 높은 대마도에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종수가 다양하고 큰 군락을 이룬 곳이 바로 제주도이며 특히 서귀포바다 문섬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섬과 연안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그러니까 세계적으로 연산호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바로 서귀포바다인 셈이다.
연산호는 천연기념물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양상으로 큰 군락을 이루고 있어 섶섬, 문섬, 범섬 일대가 2002년 유네스코 바다생물권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핵심적인 원인의 대상이 되었다.
정착종의 또 하나 사례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이다. 인도,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가 제주연안에도 서식하는 까닭은 그만큼 수온이 알맞고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해역으로 회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밖에 많은 종의 사례가 있지만 산호의 경우 한국산 산호충류 132종 중 92종이 제주바다에 서식하며, 그중 66종은 제주해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종으로 분류되었다.
해류의 영향은 계절에 따라 종을 달리하는 다양한 미기록종과 특산종이 제주바다에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매우 다양한 수중생물들이 회유하거나 또는 정착하기 위해 기회 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어 제주바다는 남방계 생물종 다양성을 대표하는 수중생태의 보고로 꼽는다.
| 해양생물 보전 연안관리 중요 |
| 인위적 원인제공 금물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만 흘러 국가를 넘나드는 해류의 보조역할이라면 국지적인 조류가 담당한다. 조류는 왕복운동으로 해류에 실려 온 생물들을 연안의 구석까지 전파한다. 하물며 바닷물이 드나드는 조간대의 무수한 생물들에게도 이동성을 도우며 플랑크톤 등을 실어 먹이를 공급한다. 해양생물이 전반적으로 연안에 서식하고, 특히 기초생물권인 산호나 해조가 집중 분포된 연안의 조류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이들의 서식조건 첫 번째가 조류소통이 원활해야하기 때문이다.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해중림은 해안에서 15m수심까지. 이어서 산호 층이 40m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기초생물권은 해안선에서 불과 2km 안쪽, 드물게 4km 지척의 연안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여기에 모래지형을 빼고 나면 실제 기초생물권이 필요한 암반면적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권과 인접한 연안의 해양생물을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서는 연안의 관리가 각별해야 하겠다. 현실적으로 바다환경문제에 봉착하면 전문성 결여, 관련자료 부족, 접근성의 난이도 등 특수성 때문에 이해나 설득력이 부족하여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할 때도 있다. 수중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안겨주는 해안의 오폐수유입, 원천적인 조류흐름을 차단 또는 변화시키는 해안의 매립, 방파제의 증,개축은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바다환경변화는 사람의 능력으로 치유시킬 방법이 거의 없으므로 인위적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예방이 최선이다. 단적으로 연안의 백화현상은 갈수록 그 범위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가, 세계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서귀포바다 역시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시급한 시점에 도래되어 있다. 제주는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파라다이스이다. 지금은 우리가 이 천혜의 땅과 바다를 쓰고 있지만 잘 보존하여 대대로 물려줘야할 사명감은 제주인에게 주어진 막중한 과제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