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36> 어진 고 형방(高刑房)
![]() | ||
| 당시 도적떼가 출몰했던 부대오름 주변. | ||
경디 산질을 뎅기는 디 질룽 골칫거린 도독떼덜이라마씀. 산질 가차이 이신 굴에 살멍 왓다갓다는 양민덜이나 관군덜장 심어당 광 돈을 털어먹곡 저항문 죽여불기장 여십주.
경단 어느 해, 제주섬이 온통 숭년이 드난 도독떼덜이 유난히 득실거려서마씀. 먹엉 살젠 단 보난 도독이 뒌 겁주. 정의현에선 이만저만 들메가 아니라서, 라 관원덜이 모여 앚안 대책을 숙의여신디, 대부분의 의견은 관군덜이 다 산으로 올라강 도독떼덜을 딱 심어당 죽여사 뎅 여서마씀.
계획대로 관군덜이 소굴을 안 습격연 보난 도독떼덜이 삼십여 멩이나 모여 이시난 딱 심어단 하옥시켜십주. 닐이문 다 죽여불 날인디, 밤이 뒈여서마씀. 삼경서부터 고 형방이 옥문을 감시 시간이라십주. 고 형방은 아명 도독덜이주마는 목심을 불로 죽이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옝 생각고 이서서마씀. 경연 짝게 옥문을 안 안터레 들어가십주. 도독떼덜은 숨소리장 죽여가멍 고 형방을 봐서마씀.
“너네덜, 나가 이 옥문을 걸랑 이 소게로 나 입을 꽉 막앙 지둥에 무끄라. 으문 너네덜이 날 이치록 무꺼뒁 도망쳣젱 을 거난, 져! 너네덜이 살 질은 이 질베끼 엇다!”
도독놈덜은 고 형방의 명령대로 소게로 입을 데깍게 막고 홀목을 지둥에 틀어무꺼둰 무사게 옥문을 빠져 나가십주.
샛날이 안 모든 아전덜이 원님 앞으로 모여신디 고 형방만 나타나질 아니는 거라마씀.
“이게 어찌 뒌 영문인고!”
현감의 호통이 터지난 라 관군덜이 옥으로 려간 보난, 도독떼덜이 고 형방을 무꺼둰 딱 도망가 분 거 아니우깡? 그런 일이 이신 뒤 멧 년이 흘러십주. 정의고을에서 제주목에 급 장계(狀啓)를 어갈 일이 생겨서마씀. 관원덜은 도독떼덜 수완 다덜 물러사멍 눈칠 봐십주. 이 때 고 형방이 불쑥 나사서마씀.
“알앗져, 게건 도독떼덜 조심영 뎅겨오도록 라.”
현감의 말이 떨어지난 고 형방은 산질을 란 제주목으로 향여십주. 어느덧 짚은 산질에 접어들어설 지음이라마씀. 부대오름 실 지나가는디 잘락게 무리가 눈앞이 나타나더니, 확 심으멍
“야, 잘 만낫져!”
고 형방은 도독떼덜신디 심젼 굴로 들어가서마씀. 굴 입구엔 도독놈 둘이 창을 들런 산 보초 산 싯고, 굴 안터레 막 들어사난 두목이 의젓게 앚안 지드리단, 갑제기 눈동자가 홰동그랑여졍게 히 고 형방 앞더레 나오란 홀목을 심언 상석으로 모셔단 큰절을 올려십주.
“형방 어르신님을 제 부하덜이 몰라 붸연 이치록 박접여시난 용서십서.”
두목은 고 형방을 상석으로 모션 라 가지 음식은 물론 주안상장 잘 련 대접여서마씀. 바로 생명의 은인신더레 올리는 극진 대접이라십주. 고 형방은 를밤을 도독덜광 그 소굴에서 이 보내여서마씀.
날이 으난 두목은 라 부하덜신디 고 형방을 제주목장 잘 모셩 뎅겨오렝 여십주. 다른 도독덜신디 심졍 봉변을 당지도 몰란 걱정 거라마씀. 고 형방은 도독떼덜 호윌 받으멍 제주목에 도착연 소임을 다 수 셔십주. 돌아올 때도 도독떼덜 호윌 받아신디 두목이 질러레 마중나완 지드리단 또시 굴속으로 모셔단 후게 대접여서마씀.
고 형방이 정의 고을로 돌아갈 시간이 뒈난 두목은 집이 강 반찬이라도 셍 찰리 득 쉐궤길 싸줘십주. 고 형방은 굴을 벗어난 한참 걸어가단 두목신디 받은 쉐궤길 딱 데껴부러서마씀. 양심상 불쌍 양민덜신디 도독질여온 걸 먹을 순 엇어십주.
그 후제론 아명 죄가 한 도독놈덜이라도 사름을 죽인뎅 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옝 영 딱 살려보낸 고 형방만이 정의고을의 하간 장계를 제주목지 어가게 뒈엿고, 고 형방신더렌 ‘어진 고 형방’이옝 불럿뎅 여마씀.(「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들메 : 걱정거리. 속을 태우는 일거리
소게 : 솜
홀목 : 손목
히 : 침착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찰리 : 천이나 헝겊 따위로 기다랗게 만든 큰 주머니. 자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