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명품도시가 경쟁력이다] 3.파주출판도시

▲ 파주출판도시는 현재 450여곳의 관련 업체들이 입주해 작업건물을 조성하면서 저명한 건축가들이 참여해 참신하고 색다른 건출물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은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로, 건축물 자체가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용현 기자
출판·인쇄·디자인 등 업체 조합 형성한 신개념 도시
고정관념 탈피…비움·개성·자연배려로 경쟁력 높여
2단계 사업 업체들 입주…"상업시설 증가 본질 상실"

 파주출판도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산업단지이자 테마도시다. 출판관련 업계가 자발적인 협동사업을 통해 국가로부터 전략산업기지로 지정받아 계획적인 도시로 건설된 사례는 파주출판도시가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다. 특히 각기 건물마다 개성이 살아있고,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도시개념을 완성하고 있다.
 
△세계최초 출판클러스터 도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에 자리잡은 파주출판도시는 1989년 국내 출판인들이 모여 출판문화산업단지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1991년 사업조합까지 결성됐지만 10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있다가 1997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고시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1998년 출판사와 인쇄소, 물류센터 등 관련업체들이 모인 테마도시로 조성됐다.

파주출판도시는 파주시 교하읍 일대 155만2320㎡ 부지에 편집부터 인쇄·물류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산업단지를 목표로 조성사업이 시작됐지만 일반적인 공업단지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파주출판도시에는 국내 유수의 출판사·인쇄사·제본사·저작권중개사·출판유통센터·디자인회사 등 200여 업체가 입주해 양질의 출판을 위한 클러스터도시로 조성됐다.

출판사가 책을 기획·편집해 인접한 제작사를 통해 제품을 완성하면, 곧바로 출판물 종합유통센터를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책들이 공급될 수 있는 원스톱 체제가 갖춰졌다.
 
△효율성보다 비움 미학 선택

파주출판도시는 늪과 황량한 벌판위에 조성되면서 여는 산업단지와 신도시와는 다른 방향으로 도시계획이 수립·진행됐다.

1990년 토지이용률을 높이는 도시팽창주의가 팽배했던 상황에서 늪을 매립하거나 하천을 복개해 최대한 조성사업 부지를 확보하고, 지형을 평탄화 작업을 통해 밀집형태로 건축물을 배치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기본 틀이었다.

하지만 사업조합은 기존의 도시개발관념을 버리고 주변 환경과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도시공간이 조성됐다.

파주출판도시 사업부지 중심에는 갈대군락 등 전형적인 강변습지인 샛강이 있었지만 복개나 매립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려 물고기와 생태환경을 유지시켰다.

또한 산과 하천의 자연지형을 고려해 건축물들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공간을 남기고 이곳에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등 '비움'의 미학을 도시개발에 접목시켰다.
 
△유명건축물 전시장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산업을 테마로 조성된 도시로 발전했지만 건축전시장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출판도시에는 450여곳의 관련 업체들이 입주해 작업건물을 조성하면서 저명한 건축가들이 참여해 참신하고 색다른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됐다.

사무와 작업을 위한 건축물들이 들어서면서 자칫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도시로 전락될 우려도 있었지만 입주자와 건축가의 협의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개성도 살리는 건축물들이 들어서게 됐다.

입주자와 건축가들은 우선 건물의 효율성보다 예술성을 살리고, 자연환경을 배려하며,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하는 건축지침을 만들어 문화도시로서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에는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비롯해, RIBA건축상을 수상한 '들녘',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미메시스' 등 건축물 자체가 예술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화도시로 새로운 도전 

파주출판도시는 1단계 조성사업이 완료됐고, 현재 2단계 사업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단계 용지에는 기존 출판테마에서 한층 더 나가 영화사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문화 콘텐츠업체들이 입주하고 있다.

파주출판도시가 지금까지 성장동력이었던 '출판'테마에서 '문화'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급속도로 출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파주출판도시내 입주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결국 도시전체의 위기로 직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주출판도시가 문화특구로 확대되면서 상업시설이 늘어나게 되고, 수익성과 효율성을 강조될 경우 출판도시의 색깔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산업의 위축이라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비움'과 '개성', '자연조화'라는 도시개발이념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호진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 과장

"파주출판도시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민간구성원들이 조성사업을 주도하면서 이해와 배려, 신뢰가 쌓이면서 현재 우리나라 대표의 테마형 도시로 발전하게 됐다"

이호진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 과장은 "파주출판도시는 출판기획, 디자인, 인쇄, 제본, 유통까지 한곳에서 가능토록 하기 위해 조성됐지만 산업단지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려 했다"며 "문화테마가 있는 '도시이고 싶다'는 것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파주출판도시 조성과정에서 도시코디네이터 개념을 뒀고, 출판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자연을 배려하고, 주변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설계와 건축물 배치 계획을 수립했다"며 "특히 건물사이에 공간을 두고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비움'이 도입됐다"고 밝혔다.

또 "고도나 외형재질 등 기본적인 큰 틀에서 건축지침을 두고, 건축가들과 협업을 통해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특히 입주기업들이 건물효율성을 양보하고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주면서 출판도시가 건축전시장이라는 새로운 가치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특히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갈대샛강의 자연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주변에 조화로운 건축물을 조성·배치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건축부지 확보 측면에서는 손해를 봤을지 모르지만 자연친화도시라는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출판도시가 건축과 도시경관이라는 하드웨어적으로 도시경쟁력을 갖췄다면 앞으로 출판 관련 행사와 축제, 전시 등 소프트웨어를 더욱 보강하고 있다"며 "2단계 조성사업에서는 기존의 출판에 영상산업까지 확대, 문화특구이자 문화도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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