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해양 생태보고서]3.바다 속 계절과 해조류 활용

▲ 바다 속 계절은 육상계절과 달리 한 템포가 늦어진다. 제주바다는 한겨울인 2월에 수온이 최저로 떨어져 수온상승이 시작되는 5월 중순까지 지속된다. 사진은 제주바다속 전형적인 모자반의 해중림으로 모자반은 10m가 넘게 자라면서 삼나무 숲과 같은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월 중순까지 겨울수온…육상기온 마찰 해무 발생
해조류, 산소·영양물질 생산…다양한 산업화 주목

한 계절이 늦게 가는 바다 속.

이따금 한기를 느끼게 했던 초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을 잊게 하는 완연한 봄이 되어 만물이 생동감 넘치고 있다. 이맘때 제주바다 속은 어떤 모습일까? 수중세계를 들여다보면 시기적으로 한껏 자란 미역이 집단을 이뤄 기다란 몸체를 늘어트리고 작은 조류에도 춤을 추듯 하늘거린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키 큰 모자반이 삼나무 숲과 같은 웅장한 모습으로 더 이상 갈수 없다는 듯 빽빽한 해중림의 장벽을 보여준다.

모자반과 미역 같은 해조류는 가을에 싹을 틔워 추운 겨울과 초봄에 한껏 성장하고, 수온상승이 시작되는 5월 중순쯤 녹아내려 한해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바다 식물이 찬 수온에 성장한다. 우리바다 중 수온이 가장 낮은 동해의 경우 제주바다보다 이런 현상이 한 달 정도 더 늦춰진다. 또, 연중 수온이 높은 적도부근의 아열대해역은 산호지대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해조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수온에서 서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다 속 계절은 육상계절과 달리 한 템포가 늦어진다. 제주바다는 한겨울인 2월에 최저수온으로 떨어져 유지하다가 수온상승이 시작되는 5월 중순까지 사실상 겨울인 셈이다. 이후 5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봄철로 보지만 8월의 표층수온은 한여름을 유지한다. 전반적으로 9월~10월이 여름이며, 11월~1월까지 가을철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육상계절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5월부터 수온상승이 되더라도 서서히 오르는 까닭에 장마철까지 육상의 고온과 해수면의 찬 수온이 부딪혀 바다에 해무가 자주 발생한다.

바다의 식물이라 일컫는 해조류.

해조류는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조간대부터 최고수심 20m까지 종류에 따라 서식한다. 육상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환경조건변화에 대응하는 해조류는 같은 종이라도 일년생, 또는 다 년생의 구별과 연중 출현 및 번무시기 등이 지역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대체로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과 봄철에 크게 성장하고 여름으로 갈수록 점차 사라지는 연중변화를 나타내는 종류가 많다. 한국근해의 해조류는 500여종, 식용 가능한 것은 50여종, 제주연안은 410종이 기록되어 있다.

해조류는 광합성에 관여하는 색소의 특정적 구별과 서식수심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으로 나뉜다. 파래, 청각, 매생이 등의 녹조류는 비교적 얕고 밝은 곳에서 자란다. 톳, 미역, 다시마, 감태, 모자반 등의 갈조류와 우뭇가사리, 김 등의 홍조류는 점차 깊고 어두운 곳에 서식하는 특징을 갖는다.

제주해녀들이 채취하는 대표적인 해조류는 5종으로 3월에 톳, 3월~4월 미역, 4월 모자반, 여름철에 우뭇가사리와 감태이다. 이들은 제주바다에 식용 가능한 개체군이 큰 해조류라고 볼 수 있다.

해조류는 특별히 수중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여 산란장으로 활용되며 치어들이 은신할 수 있는 안전한 생육장이 될 뿐만 아니라 초식성 어류와 소라, 전복, 해삼, 성게 등의 연체동물이나 극피동물들에게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먹잇감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해조류는 흔히 식품이외에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로도 많이 쓰이며 비료, 에너지, 건축, 플라스틱, 섬유, 펄프 등 다방면으로 해조류산업의 비중을 늘려가며 미래비전이 속출될 정도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황폐화…해조류 서식환경 축소

수중생물·어민 막대한 지장
매립·오렵물 배출 자제해야

해조류 서식지는 해안선의 조간대에서부터 최고 20m수심 이내의 연안이다. 그러나 연안에 발생하는 백화현상이 갈수록 심각하여 해조류의 서식환경이 점차 줄어들면서 바다 속이 황폐화되고 있다. 해조류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우선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중생물들에게 치명적이며 더불어 생업에 관련된 어민들 역시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연안이라는 범위는 우리가 해안에 섰을 때 발밑에 보이는 바다가 바로 연안이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지척에 보이는 바다가 연안인 것이다. 뿌리를 내려야하는 해조류는 모래지형에 살지 않는다. 실제 연안의 모래지형을 제외하면 해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암반지형은 지역에 따라 전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연안의 모레지형에 인공어초를 투하하고 있으며 수중에서의 해조류이식 등 매년 행정차원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연안의 황폐화는 원천적 조류흐름을 변화시키는 해안의 매립, 방파제의 증, 개축 같은 인공시설과 인간의 생활권에서 흘러들어가는 오염문제가 대부분이다. 큰 비가 오면 하천 주위의 오물오수와 화공약품이 되살아나 바다로 내려간다. 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의 면적이 방대해지면서 빗물이 오폐수를 몰고 예전처럼 흙에서 여과하지 못한 채 바다로 흘러간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바다식목일을 따로 지정해 놓았다. 바다 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매년 5월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하였다. 더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에서 매년 바다식목일 취지에 적합한 행사를 공식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렇듯 온 국민이 사실상 바다환경문제에 봉착되어 있다. 한편, 제주 해안마을마다 돌출되는 용천수의 남탕과 빨래터에서 세제나 비눗물이 고스란히 바로 앞바다에 풀어지고 있는데 문제를 삼아본적 없다. 우리는 관습에 젖어있어 모르지만 특히 외국인들은 이러한 풍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나의 예이지만 바다를 끼고 사는 우리로서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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