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37> 진거사와 여시혈

   
 
  정짓내로 불리던 금성천.  
 
엿날 애월읍 금성리 정짓내에 여시혈이 셔십주. 정짓내 꼼 우터레 올라가문 냇바위 안터레 김창호 조상 산이 이신디, 그디가 여시혈이옝 여마씀. 그 당시 그디서 김창호 웃 하르방이 여복게 산 겁주.

를은 제주로 귀양온 진거사옝 는 양반이 돌아댕기단 날이 무난 를밤 지내보카 연 주연을 아서마씀.

“잇수가? 날은 저물고 잘 디가 엇언, 정지라도 좋으난 꼼 신세지쿠다.”

“아이고, 경디 집안이 이꼴이라부난 어떵코마씀?”

“무신 말씀을. 이것도 인연이라 다른 디 아갈 여유도 엇고 어두가부난, 아량을 베풉서.”

“경뎅 문 깨깻치 못여도 음 씨지 말앙 들어오십서.”

진거사가 들어간 보난 볼침읏어십주. 경여도 그냥 앚아둠서 돌아댕기는 아 관상을 보난 빈복연 걸인 중에도 상 걸인상이라마씀. 밤늦도록 주연광 이런저런 이왁을 누단 주연이 한숨 쉬멍 는 말이

“나도 영 가난디, 아장 빈복게 나부난 집안 망게 뒈엿수다.”

“그치록 걱정만 말앙 나안티 좋은 수가 시난, 랭는 대로만 서.”

금성은 엿날에 ‘과모실개’옝 여신디, 진거산 대정현 모실개에 돌아댕기단 유복 처녈 봐신디 아을 그 처녀광 혼인시켜 보카 연

“ 가지 좋은 생각이 신디, 나 랭는 대로  번 여보쿠가?”

주연은 ‘알앙 센.’ 건성으로 대답여신디, 진거산 바로 모실개에 간 새각시 아방을 만난

“돌아댕기단 과모실개에 간 보난, 아주 복 좋은 총각이 셩게, 을 그래 시집 보내문 잘 살 거우다.”

난 새각시 아방은 아쉬왓주마는 이미 늴로 혼인을 약속여부난

“아이고, 인칙 알아시문 좋아실 건디 안뒈엿수다.”

“아쉬왕 맙서. 억혼(抑婚)도  수 시난, 나가 직접 상객으로 새스방을 앙 오쿠다.”

진거산 경 아둰  탄 과모실개로 완, 주연신디 나 는 대로만 랭 아둰, 뒷녁날 아적인 일찍 새스방을  태우고 하인지 안 모실개로 들어가십주. 신부집이 몬저 들어간 앚아시난 또 다른 새스방이 들어오는 거라마씀. 경난 주위 사름덜이 이거 무신 일이곤 수군거려십주. 진거산 몰른 척 시침 때멍

“일이 영 뒈여시난, 좋은 방도를 마련영 해결주.  신부가 두 신랑신디 시집 가진 못난, 신부신디 들어봥 원하는 신랑광 혼를 올리도록 주.”

난 새각씬 들은 것도 싯고 연 과모실개 새스방을 지목난 결국 새각실 앙 오게 뒈여서마씀.

김씨 아은 좋은 새각실 얻언 이 살게 뒈엿주마는 아무것도 엇어부난 체멘이 말이 아니라십주. 진거산 김씨 하르방신디 집터를 정여 주커메 지에집을 짓으렌 여서마씀. 하르방은 엇인 살렴에 어떵 집을 짓느녱 난, 어느 지경에 강 땅 팡 보문 지에가 실 거난 파오렝 여십주. 지에를 파단 집을 짓는디, 진거사가 집터 늬 귀뚱이예 쒜를 박으멍 하르방신디, 집 다 짓일 때지 더 박지도 빠지도 말렌 주의를 줘서마씀.

경디 목시 중에 장난이 심 목시가 몰르게 그 중 하날 더 짚이 박아부러십주. 그디가 바로 여시혈이라마씀. 진거사가 혈 안 터질 만이만 박안 놔둬신디 그걸 건드려 부난 여시 등이 터젼, 집 다 짓언 쒜를 빤 보난 피가 벌겅케 라젼 이서십주. 하르방은 놀래연 진거사신디 들어보난, 나 은 말 안 들어부난  사름이 죽어사 집안이 발복댕 여마씀.

그 말을 들은 하르방은 걱정이 말이 아니라십주. 그로 후제 3년쯤 뒌 어느 날, 판포에 사는  사농바치가 사농 왓단 날이 무난 하르방네 집이 완

“사농 댕기단 정이 영 뒈여시난 를 밤만 잣당 가게 여줍서.”

“아명이나 십서.”

연 자게 뒈여십주. 사농바치가 자단 밤중이 무신 소리가 난 깨여난 보건, 도독놈덜이 들언 집 늬 귀에 훼를 묶언 불을 붙이젱 염시난, 그냥 놔뒁은 안 뒈크란 활로 쏘난 지붕 우티 놈이 맞안 털어젼 죽는 거라마씀. 그 름에 사농바친 바싹 겁난 밤중이 줄행랑 쳐십주.

하르방이 아적이 일어난 마당을 보난 여시  리가 죽언 싯고, 사농바친 엇어져서마씀. 하르방은 집안 망치젱 는 여시를 죽여부난 이젠 걱정이 엇이켕 멍, 정월 초를날 판포 사농바치 집을 아간 ‘사름 죽인 것이 아니고, 사름으로 벤 여시를 죽인 거’옝 멍 사롈 여십주. 그 일이 신 후제론 김씨 하르방 가문이 흥엿젱 여마씀.(「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여시혈 : 지세(地勢) 중 여우의 혈맥이 흐르는 곳

여복다 : 나약하고 보잘 것 없다

볼침읏다 : 볼품이 없다

지에집 : 기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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