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을 살리는 힘, 문화경쟁력 - 프롤로그

'문화' 해석 따라 가능성 풍부
기술력 바탕 '원형' 강점 부각
창의적인 아이디어 실현 필요
'문화융성'의 시대다. 지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미래 성장 엔진으로 '문화·문화콘텐츠'가 우선 꼽힌다.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에 이어 문화산업이 등장하고, 다시 문화콘텐츠산업으로 확대되는 과정은 비교적 빠른 순환 속도와 '굴뚝 없이' 만들어 낸 고부가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각 지역의 문화·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실과 맞춤형 전략 등을 살피고 지역 미래 성장을 담보한 '동력'을 찾아본다.
기획력 승부수 적중
'지역 뮤지컬이 대한민국의 문화 심장을 접수했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제목 하나가 문화의 계절 5월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순수 안동산(産) '왕의 나라'의 국립극장 초연 소식이다. '반짝 관심'이나 지역애(愛)를 바탕으로 한 부풀리기보다는 지방문화콘텐츠 산업의 모델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기획에서 제작까지 모두 '안동'에서 만들어진 순수 토종 창작물인 '왕의 나라'는 올해로 벌써 4번째 시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안동시는 2009년에 고택관광뮤지컬 '사모'를 시작으로 실경수상뮤지컬 '부용지애'를 만들었고 2011년 경상북도와 손을 잡고 '왕의 나라'라는 대작을 만들어냈다. 안동댐 성곽을 무대로 한 실경뮤지컬로 시작한 작품은 2013년 '시즌 3'부터는 공연장을 실내(안동문화예술의 전당)로 옮기고 유료 전환까지 했지만 매회 전석(1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안동시는 지역에서 배우를 수급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일자리 사업을 연계했다. 연출은 물론 세트와 무대 의상 등 공연과 관련한 모든 것을 지역 업체를 통해 생산했다. 무대에 올리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창작뮤지컬'을 만든 노하우를 지역에 파급했다. 안동을 모델로 만들어진 경북 고령군의 창작뮤지컬 '가야금'은 총 102명의 출연자 중에 90여명이 고령군민이다.
'문화 원형' 살려야 보배
'문화원형의 보고(寶庫)'라는 장점을 가진 제주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는 부분이다. 제주가 지닌 문화경쟁력을 '고부가가치화'하겠다는 논의는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타이틀에 신화·전설은 물론이고,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문화유산에 농업유산 등 차고 넘친다. 지역문화를 집대성한 대표 축제를 시도한 적도 있다. 뮤지컬 역시 대표 문화상품으로 몇 번이고 손을 댔다. 결과물은 나왔지만 지속성은 물론이고 흡족할만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유는 많다. 콘텐츠를 활성화할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 기업들의 역량이 미흡한데다 '사람'이 없다는 '안 되는'사정이 꼬리를 문다. 완성도는 물론이고 '흥행', 경쟁력에 있어 '지역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가까이 '왕의 나라'만 놓고 보더라도 변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킬러콘텐츠를 찾아라
문화산업은 문화예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예술은 활동과 철학이 중심이 되고 작가 명성에 의해 작품가치가 달라진다. 수익은 부차적인 기대다. 반면 문화산업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말 그대로 '산업'이다.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기술과 창의성을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것이 분명한 기준 아래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흥행과 실패란 답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맞춰 중앙에 지역지원전담부서가 구성되고 100억원 규모의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까지 추진되고 있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힘'을 경쟁력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산업을 통한 실현력 제고가 절실하다.
우연인지 이르면 이달 중 ICT를 통해 고부가가치 지역경제를 현실화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연다. 다음카카오가 갖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 등 ICT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풍부한 신(新)재생에너지원과 관광 콘텐츠를 제주도만의 특화된 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예고했다. 다음 수순은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제주에 특화한 '킬러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지역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 미 기자

김영채 다음서비스 부사장이 정리한 '제주형 문화콘텐츠산업'의 키워드는 '감동'이다. 접근 방법은 일반의 기준과 조금 다르다.
김 부사장은 "ICT산업을 지식기반이나 녹색경제의 핵심 인프라라고 하지만 제주에서는 문화콘텐츠라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바탕'"이라며 "그 균형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제주의 가치를 새롭게 끌어내는 '장치'로 적절히 활용할 때 지역 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23년차 내공과 제주 이주 10년이 맞물린 결론이다.
"제주올레가 느림 문화의 코드가 되고 문화 파급효과로 이어지며 관광객을 유도했던 것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김 부사장은 "제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전달하는 장치로 ICT를 활용할 때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전기업을 중심으로 모바일이나 앱, 게임,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다 타 지역들이 부러움을 살만큼 문화소재도 풍성하다. 김 부사장은 "'제주에서 즐겨야 제대로'인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ICT 산업을 바탕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린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K-POP'"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문화의 힘을 앞세운 '아날로그'의 다양성이 제주의 강점"이라며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미 기자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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