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겨울실내, 향긋한 꽃내음이 그립다. 방향제의 죽은 향과 드라이플라워의 바랜 빛은 싫다. 파릇파릇 색과 향의 허브로 심신을 헹궈보자.

제주의 겨울은 허브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기후이다. 허브는 집 마당에, 혹은 아파트단지 화단 한켠에 심어두면 잘 자란다. 허브는 동네 화원이나 오일장에서 화분 하나에 1500∼2500원이면 살 수 있다.

허브를 오종종한 화분에 심어두면 눈에 넣기에도 아까울 정도이다. 구하기 쉬운 로즈마리, 라벤더 등을 집 마당에 넉넉하게 키워 한아름씩 잘라 아침식탁에 향신료로 뿌리고, 목욕할 때 욕조에 넣어 하루의 피로를 푼다. 또는 허브 농축액으로 반죽한 비누를 만들어 뒀다 간편하게 허브의 신선한 향을 몸에 칠해보자.

베갯잇과 쿠션 커버에 허브를 이용함으로써 온 집안에 정체불명의 은은한 향기를 퍼뜨릴 수도 있다. 소주에 허브 한 줄기를 담가 우려내는 허브술 한잔이면 세상 시름조차 향긋하다. 

◈향이 솔솔∼-허브 비누 만들기

허브향을 날아가지 않게 꼭 붙잡아두자. 집에서 허브 비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편하다. 첫째, 기존의 향이 없는 비누 재료를 잘게 부순다. 이때 분쇄기나 강판에 갈면 편리하다. 말린 허브를 갈아서 비누 가루와 혼합한 후, 여기에 허브워터를 넣어서 반죽한다. 다음에 허브 에센셜 오일을 넣은 반죽을 손으로 모양을 만든다.

바구니에 담아 통풍 잘되는 그늘에서 2∼3주 건조시키면 된다.

◈허브 소주 만들기

350ml 소주병에 10cm짜리 로즈마리 한 줄기를 담가둔다. 딱 1주일만 담가두면, 10년 묵은 포도주 못지 않게 향긋한 술 내음이 코를 찌른다.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껍질 벗긴 알로에를 로즈마리와 같은 양으로 넣어 준다. 혹은 꿀을 넣어도 각별한 맛을 얻을 수 있다.

소주 대신 화이트 와인에 허브를 담가두면 쌉쌀하고 신맛이 없어져 좋다.

단, 향에 취해 과음하면 두통에 시달리니 절주야말로 허브술을 즐기는 방법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허브 베개와 풋 바스 만들기

요리·미용·원예 등에 두루 사용되는 허브. 생활 속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건강용품으로도 손쉽게 만들어 쓸 수 있다.

허브 베개는 잠자면서 뒤척일 때마다 향이 나 기분 좋은 숙면을 돕는다. 민트, 라벤더, 레몬버베나, 레몬타임, 레몬향제라늄을 한 컵씩 넣고 1큰술의 에센셜 오일을 넣고 1∼2주 숙성시켜서 베개에 넣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흰색 가제 속에 허브 포푸리를 넣어 베개에 덧대어 써도 좋다.

전신건강의 시작이 머리보다 발끝이라면 민트 풋 바스를 권한다. 민트 12줄기와 찬물 반 컵을 믹서에 갈아서 따뜻한 물에 넣으면 완성. 온종일 시달렸던 발이 쑥 빠지는 것처럼 시원해진다.

◈쑥·마늘·부추도 허브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각종 약리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허브의 처방전은 요리다. 음식에 섞인 허브는 고기나 생선, 내장류의 나쁜 냄새를 없애는 동시에 상큼한 향과 맛을 더해준다.

쑥·마늘·상추·생강·부추·미나리 등도 허브의 일종이다. 텃밭의 상추처럼 뒷마당의 로즈마리를 따서 써보자. 고기 구울 때 로즈마리 가지 5cm만 꺾어 불판 위에 올려놔도 고기냄새를 없앨 수 있다. 고기 삶을 때나 돼지고기를 양념할 때도 타임, 로즈마리, 마조람 등을 파슬리가루처럼 소량만 취해 뿌리면 좋다.

제주도에 흔하디 흔한 꽃 금잔화도 지나치지 말자. 금잔화를 그대로 훑어서 꽃잎만 따서 말려 두면 노랗게 빛 고운 포푸리를 거저 얻을 수 있다. 감귤의 꼭지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 말려두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글=김은진 기자·사진=조성익 기자>

※도움말=‘위드 허브’(금릉석물원 내) 백승익·안향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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