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명품도시가 미래 경쟁력이다]5. 군산시

문화예술창작 공간 활용도 높아
군산시 근대문화벨트 사업 성과
우리나라 도시는 외형적 팽창에 치우치면서 신도심이 급속도로 발전한 반면 원도심(구도심)은 급격히 쇠퇴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그동안 원도심 활성화 대책으로 기존 도심과 건축물을 철거한 후 재건축하는 뉴타운방식(도시재개발)을 추진했지만 난개발과 원주민들이 생활터전을 잃는 등 부작용이 컸다.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이 도시계획 형태가 '도시재생'이다. 군산시는 일제강점기에 남겨진 근대건축유적을 기반으로 도시재생전략을 수립, 원도심을 회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근대 3대 항구서 불꺼진 항구로 쇠퇴
전북 군산시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당시 전국에서 수탈된 쌀 등을 일본으로 이송시키는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군산시 중심가였던 군산항 내항인근 장미동과 월명동, 중앙동은 쇠퇴의 길을 걸으며 더 이상 회생 불가한 도심지로 여겨졌지만 최근 희망의 불이 켜지고 있다.
군산시청은 군산항 내항을 중심으로 장미동과 월명동 일원에 우리나라 근대 역사·문화·예술 중심지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화를 이룬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재탄생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항 내항과 장미동·월명동·중앙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수탈기지 역할을 하면서 조선은행, 군산세관, 일본식 가옥 등 170여채의 근대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한때는 철거대상으로 여겨졌던 일제강점기 낡은 건물들이 근대역사와 아픈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소중한 도시자원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제수탈기기 아픈 역사 재조명
군산시 도시재생의 주요 자산이 될 근대건축물로는 우선 1922년에 건립된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손꼽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쌀의 자금과 농지수탈 대출자금 등 식민지 경제수탈을 위한 대표적인 금융기관으로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무대가 됐던 곳이다. 지금은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함께 수탈의 대표 금융기관인 일본 제18일은행 군산지점은 군산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돼 문화예술 창작공간을 활용되고 있다.
1930년대 수탈된 쌀을 보관했던 조선미곡창고(현재 장미(藏米)공연장), 해방이후 위락시설로 활용된 적산가옥(장미갤러리), 일제강점기 무욕회사와 상업시설로 활용된 미즈상사는 카페테리아와 북카페인 미즈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1908년 대한제국 자금으로 건립됐고 벨기에산 적벽으로 지어진 유럽양식의 건물은 옛군산세관본관은 국내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중 하나다.
개항 후 일본 조동종 사찰인 금강사는 광복 후 조계종 사찰인 동국사로 변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이다.
1930년대 건축 당시 일본식 가옥과 정원의 원형을 살려 복원된 고우당을 비롯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 된 초원사진관,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 일제강점기 당시 건물의 흔적들이 곳곳서 남아있다.
△도시재생 선도지역 재도약 추진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군산시는 정부로부터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군산시는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며, 이는 기존 재개발 사업처럼 낙후한 근린 주거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색을 살려 침체한 중심 시가지를 회복하는 사업이다.
군산시는 월명동, 해신동, 중앙동 일대를 군산 내항지구와 연계한 근대 역사문화지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군산시 도시재생 사업은 창조적 상생을 통한 근대역사문화도시 구현을 목표로 △근대건축 보전·정비 연계 주거재생 △상가활성화 기반조성 △지역기업 상생클러스터 구축 △지역공동체 역량강화 등 4개의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근대건축 보전?정비 연계 주거재생사업으로 옛 군산시 3청사를 근대역사전시관으로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동국사 인근 편익시설 확충사업, 옛 경찰서 부지 청소년 문화공원 조성, 지역주민 근대역사문화 해설사 양성사업 등이 추진된다.
또한 쇠퇴한 상권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상가활성화 기반조성사업도 진행된다.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참여·운영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대학, 주민제안·공모사업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시행된다.

"군산시가 근대역사 대표도시이자 전국에서 도시재생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준비작업과 함께 지역주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송석기 군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군산시에 있는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생각도 못했고, 오히려 일제잔재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며 "이후 등록문화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제건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2009년부터 산업문화유산벨트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군산항 내항을 중심으로 원도심 활성화 계획이 추진됐다"며 "조선은행, 미곡창고 등 일제강점기 건물이 박물관과 전시장 등으로 재탄생해 관광자원으로 인기를 끌면서 도시재생 사업의 자원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교수는 "군산시 원도심 주민들은 낙후된 생활여건 때문에 낡은 건물을 철거한 후 재건축·재정비하는 것을 원했다"며 "이 때문에 오랜 기간 활용됐던 군산시청 건물이 1990년대초 철거됐고, 당시 부지는 민간기업에 매각된 후 현재까지 방치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만약 옛 시청건물이 보존됐다면 근대역사의 중요한 자산이자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축이 됐을 것"이라며 "현재도 주민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건축물과 길거리를 보존하는 것이 지속 발전가능한 대안이라는 것을 계속 교육·홍보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지금까지 근대역시도시벨트 구축 및 도시재생사업이 행정기관 주도로 추진돼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지만 앞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군산시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주민참여형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