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힘 문화경쟁력] 3.경상북도

'스토리 콘텐츠'로 영세성 극복
융·복합 성과…'6차 산업' 주목
정통사극의 명맥을 잇고 있는 드라마 '징비록'에 이어 이를 가상현실로 만날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시점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외에도 일반 영상에 이어 '3D'를 접목한 발전 과정은 충분히 눈길을 끈다. '문화콘텐츠'라는 것이 완성형 상품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부가가치'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문화콘텐츠 보고+'경북 스타일'
이들 작업은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꾸준한 실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경상북도의 문화콘텐츠 기반은 사실 '출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14.0% 점유율의 캐릭터와 콘텐츠 솔루션 등에서 부각을 보이고 있다. 처음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은 게임 분야였다. 소프트웨어 집적의 대구와 인접해 있다는 점과 더불어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결과였다. 이후 지자체 차원에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에 집중하며 '경북 스타일'을 만들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만화 등에 대한 제작 지원과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운영을 통한 인프라 지원, 콘텐츠공정거래 법률자문서비스 등 유통 지원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며 크고 작은 성과를 일군 것이 대표적이다.
그 중 하나가 TV방송용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다. 4년 전 지역 출신인 권정생 작가의 원작을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만든 28분짜리 영상은 현재 56부작으로 확대 제작돼 공중파 TV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에 힘입어 청도 소싸움과 지역 특산 미나리를 연개한 극장용 3D 애니메이션 '변산 싸움소 바우'가 제작됐다. 역시 지자체 지원과 지역 인프라, 외부 기술력이 복합된 결과다.
문화기술과 플랫폼 접목
경북의 성공사례가 눈에 띄는 이유는 '스토리'에 있다. 경북은 지역의 빈약한 문화콘텐츠산업 환경을 대신해 스토리 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았다. 타 지역에 비해 탁월한 문화 원형과 전설, 설화를 주제로 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문화기술과 플랫폼을 접목하는 형태의 사업을 선택했다.
지역스토리랩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지역특화 콘텐츠 모델을 구축했다.
현재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웹툰 '제비원 이야기'도 한 예다. 경북 안동의 제비원 석불상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해 포털에 연재하고 출판사업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웹툰을 캐릭터를 활용한 가치 창출 외에 애니메이션과 게임,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경 뮤지컬 역시 경북의 실험이 통한 결과물로 꼽힌다. 순수 지역민들이 스텝과 연기자로 참여한 지역맞춤형 뮤지컬 '왕의 나라'는 지역 문화 자생력에 대한 지역 자긍심을 높인 예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단위 공연산업을 통해 각 분야 공연 핵심인재 300여명을 양성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도 저예산 관객 참여형 마당극 '웅부안동전' 등을 제작하는 등 지역 공감을 유도했다. 이들 성과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북 5대 중점 문화 산업 중 공연산업(51.5%)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히기도 했다.

이들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북 역시 '산업'과 '인프라' 어느 쪽에 중심을 둘 것인가를 놓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역특화'에 해석 역시 경북의 실험을 훼방 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융·복합'을 중심으로 한 끊임없는 도전은 괜찮은 성과를 내놓고 있다. 지역맞춤형 뮤지컬 '왕의 나라'는 사실상 문화관광체육부(문화콘텐츠)와 고용노동부(일자리 창출), 미래창조부(신기술 개발), 중소기업청(지역기업 인큐베이팅) 등 관련 사업을 연계해 만들어냈다.
'완제품'보다는 개발 과정에 우선 순위를 둔 것 역시 '경북 스타일'로 이어졌다. 콘텐츠 자생력 측면에서 '흥행'에 좌우되는 상품 보다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보다 경쟁력 있다는 얘기다.
경북은 안동을 거점으로 시작했던 '지역맞춤형 실경뮤지컬'제작과정을 지역 내 23개 시군과 공유했다. 전문가 유입과 수도권 마케팅 기술 등 컨소시엄 구축에 유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올해는 '6차산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역시나 어떤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인 만큼 '조율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종현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팀장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경북은 제주와 비슷한 고민을 해 왔다. 문화콘텐츠 산업 기반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구축되면서 지역 업체의 기술력은 물론이고 마케팅 능력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활용할 수 있는 '문화원형'은 많지만 결과물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성 팀장은 "꼭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 주자로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예산 자립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구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노력 역시 치열했다. 실경뮤지컬 '왕의 나라'를 위해 고용노동부의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 공모에 참여 500명의 인원을 양성했던 것도 그 일환이다.
다음으로 꼽은 것은 '콘텐츠 자생력'이다. 성 팀장은 "스토리콘텐츠는 구상에서 보완까지 큰 예산을 들이지 않는 대신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라며 "이런 아이템을 어떻게 산업화로 연결하는지 핸들링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조율자'다.
성 팀장은 "아직도 진흥원이 사업 주체가 돼야 하는지 아니면 가능성보다 산업 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라며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일자치창출 등 시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의 답이 하나일 수는 없다"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