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의 해양 생태보고서]7. 해파리.

▲ 해마다 여름철이면 독성의 해파리들로 인해 해변이나 해수욕장 피서객들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수중속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온난화 가속 증가추세 불가피
미기록종 제주해안 출현 가능
어류남획 등 복합적 요인 결과
 
해마다 여름철이면 독성의 해파리들로 인하여 해변이나 해수욕장 피서객들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되고 있다. 문제는 연안에 출현하는 다수의 해파리를 사람의 힘으로 모두 막아낼 수 없다는 것과 온난화현상이 가속될수록 매년 해파리의 증가추세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은 아주 작은 맹독의 해파리가 나타나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2012년과 2013년에는 전국 연안이 대형 노무라입깃해파리 때문에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 당시 바다 속에서 잠수를 하면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한눈에 20여 마리가 보일 정도로 흔했고, 그들을 일일이 피해가며 유영했던 기억이 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인간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종이다. 우산직경이 1m가 넘기도 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최대 무게가 200kg의 초대형으로 무리를 짓는다. 
 
맹독성의 해파리들.
 
해파리는 종류를 불문하고 기다란 촉수에 수많은 독성의 자포를 붙이고 있다. 다만 종에 따라 강약이 다를 뿐 촉수에 독이 없는 해파리는 거의 없다. 물속에서 소리 없이 휘두르는 촉수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해파리의 촉수는 피부에 직접 닿아야 쏘이지만 대형해파리 주위는 촉수에서 떨어져 나온 자세포들이 떠 다녀 근처에만 있어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은 크기가 15cm 이내의 작은 맹독성 해파리들이 연안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또 처음 발견되는 미기록종 해파리까지 출몰하여 다양한 해파리가 제주해안에 출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독성의 해파리는 원양해파리류 2종과 애기백관해파리로도 불리는 작은부레관해파리이다. 특히 작은부레관해파리의 독은 매우 강하여 전기해파리라고도 하는데, 풍선처럼 생긴 10cm안팎의 작은 부레관을 수면에 띄운 채 평생을 살아야 하지만, 수중에 이어지는 용수철모양의 촉수들은 5m까지 늘어트릴 수 있다. 호주 등 아열대지역의 경우 수십,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나타나 해수욕장이 폐쇄되는 사례가 흔해졌다. 제주는 5년 전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이래 매년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작은부레관해파리는 6월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끊어진 모자반 등이 수면을 떠도는 그 틈새에서 함께 떠다닌다. 그러다가 바람과 파도에 밀려 결국 해안에 모습을 드러내고 해수욕객들을 괴롭힌다. 해수욕장 개장 전에 태풍이 생기면 큰 파도로 인해 대부분 해안으로 떠밀려 수명을 다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해에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수온이 늦게 오르고 있어서 7월의 중순이 가까운 이 시점까지 단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 
 
해파리의 증가원인.
 
▲ 해라피 중 최고의 맹독성을 가진 작은부레관해파리.
해파리의 대량 출현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현상이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어떤 요인에 의한 결과인지를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파리가 대량 출현하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1) 어류의 남획 ; 수산식품 선호도 증가와 어구어법의 발달에 따른 어류의 남획은 어류자원의 감소를 초래하였다. 어류남획에 의한 해파리의 증가는 두 가지 측면으로 첫째는 쥐치류와 같은 해파리를 잡아먹는 포식자의 양이 줄어들어 해파리가 증가했으리라고 추정하는 것이며, 둘째는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어류량이 감소함으로써 먹이 경쟁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이 치열한 경쟁없이 풍부한 먹이를 먹을 수 있음을 의미하고, 개체 수 및 생체량의 증가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2) 수온상승 ; '무희나선꼬리해파리' 와 같이 한해성 종도 있지만, 대부분의 해파리들은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양관측자료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연안의 표층수온이 상승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수온상승으로 겨울에도 생존 가능한 종이 증가하였으며, 따뜻한 물에 서식하는 해파리들의 분포해역이 넓어짐과 동시에 생존가능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난류의 이동은 다른 해역의 해파리들이 우리나라 해역으로 유입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3) 인공구조물증가 ; 해파리의 생활사 단계 중 폴립은 암반이나 수중 구조물에 부착해서 살며, 이 단계에는 무성생식을 하면서 새로운 폴립들을 무수히 만든다. 따라서 항만 및 교각시설 공사 시에 만들어 지는 수중 인공구조물은 폴립들이 부착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공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하나의 폴립에서 새로 생겨날 수 있는 폴립의 개수는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며, 각각의 폴립에서 생기는 어린 해파리인 에피라가 십 수개에 달한다고 할 때 폴립 단계에서의 번식 정도가 전체 해파리 개체 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도감 참조)
▲ 파란고리문어는 낮은 수심의 모자반 틈에 은신하고 있다. 길이 15cm의 작은 체구지만 복어와 같은 맹독성을 지녔다. 파란고리문어는 영화007 옥터퍼스의 상징이기도 하다.
해파리를 발견하면 일단 그 주위를 벗어나는 방법이 최선이다. 하지만 불가피 촉수에 쏘였을 때에는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그 통증 부위에 붙어 있는 촉수를 가장먼저 제거해야 한다. 제거를 위해서는 고무장갑이나 카드를 이용하면 되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물건을 쉽사리 구할 수 없다면 통증 부위를 물에 담그고 먼지 털듯 가볍게 털어낸다. 


필자의 경우 동행자들이 노무라입깃해파리에게 쏘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이유로 피부연고제를 항상 휴대하는데, 해파리에게 쏘였을 경우 촉수를 즉시 털어내고 피부연고를 바르면 이후 집에 돌아왔을 때 상처부위가 거의 아물 정도로 효과가 매우 빨랐다. 초기 응급처치 후 조금이라도 증상이 남아있으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산성성분은 독소를 약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간단한 응급처치로 상처 난 부위를 식초나 희석된 아세트산에 15~30분정도 담근 후 수건으로 덮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부레관해파리의 독은 산성으로서 식초를 사용하면 오히려 독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사용금지 경고도 하고 있다.


올해는 맹독성 문어인 '파란고리문어'가 처음 나타나 관광객이 손가락을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열대종인 파란고리문어는 필자가 이미 십년 전 제주바다에서 관찰한 경험이 있다. 해변에서 관광객이 발견할 정도의 맹독문어는 온난화현상으로 그만큼 개체수가 늘었다고 생각되며, 해파리에 이어 올해부터는 독성문어까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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