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 <42> 쉐 죽은 못(牛死池)

엿날, 지금 애월읍 하가리 동네에 아주 심이 씬 과부 아주망이 셔신디, 서방이 냉겨 놓은 밧디다 농를 짓으멍 살아서마씀. 어느 해, 부중 때가 뒈어가난 서방이 벌단 천 펭쯤 뒈는 밧을 거시령 놔두젠, 장남을 빌언 조반을 이 멕이멍,
“밥이 일을 여마씀. 엔주지 말앙 끈 먹읍서.”
여십주. 과부 아주망이 ‘밥이 일을 댄 말’은 ‘베가 불어사 밥심으로 일을 댄 는 뜻’으로 은 말이라십주. 경디 그 장남은 심은 씨어도 머리는 잘 안 돌아가는 고정백이라부난 그 말이 무신 뜻인 중 잘 몰라십주.
아주망은 낮전이 어디 실 뎅겨올 디가 잇언, 늦이카부덴 정심은 동고량에 밥을 숨빡 거련 레광 디 보제기에 싼 보내여서마씀.
아주망은 낫이 비슥여사 실 갓다 완, 어떵 밧은 잘 갈암신가 연 물 언 밧디 간 보난, 쉔 밧담에 그냥 메여전 싯고, 밧은 갈아난 흔적도 읏이 잠대 양주머리에 아적이 싸준 정심 보제기만 랑게 아전 잇인 거라마씀.
검칠락연 밧 갈레 보낸 장남을 안 보난, 밧은 아니 갈고 낭강알에서 태펭게 쿠릉쿠릉 자고 잇인 거라마씀. ‘이거 어떵 뒌 일인고?’ 연 깨우난, 머리만 북북 긁으멍 ‘난 조랍기도 고 밥이 일뎅 난 그치록 엿수게.’ 는 거라마씀. 하도 어이침사가리읏엇주마는 아정 허운데기 메영 푸꺼불 수도 엇고, 부엣절에 이녁이 갈젠 잠대에 쉐 메완 휫휫 갈아보난 벨 거 아니라십주.
를 늦추문 또시 놉이영 쉐영 빌어사 거난, 물기 전이 다 갈아불젠 쉬지도 아니고 욕심부련 다 갈아서마씀. 끗난 보난 사름도 쉐도 다 지쳔 씨러질 정도가 뒈고 목이 탁탁 맥혀십주. 제우 쉐 이껀 간 질디 신 못더레 들이치난, 쉔 그제사 물러레 엎더젼 두린 듯 산 듯 아먹언게, 실몃이 못더레 씨러져부러서마씀.
아주망이 려간 쉐를 일려세우젠 보난, 쉔 눈 헤양케 뒈싼 급체로 죽언 잇인 거라마씀. 루종일 물 굶진 채 쉬우지도 아니고 밧을 갈아부난, 물을 급게 먹단 고 난 겁주.
그 후제론 사름덜이 그 못을 ‘쉐 죽은 못(牛死池)’이옝 멍 려와서마씀.
(「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부중 때 : 여름철 농사를 위해 조의 씨앗을 뿌릴 시기
거시리다 : 곡식을 거둔 뒤 애벌갈이를 하다
장남 : 여기서는 ‘건장한 일꾼’을 일컫는 말
엔주다 : 사양하다
끈다 : 무게나 부피가 차 넘칠 만큼 넉넉하다
고정백이 : ‘고정한 사람, 순박한 사람’을 일컫는 말
검칠락다 : 깜짝 놀라다
어이침사가리읏다 : 어처구니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