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의 청소년 인문학 콘서트 33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

아들·아버지 갈등 대립 다뤄
친부 살해 주인공 비극 정점
예측 불가능 인간 미래 재고

흔히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나 정항감이 심하고, 상대적으로 어머니에 대해 극단적인 애착을 갖는 경우, 이를 두고 정신분석학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규정한다. 이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서사시 『오이디푸스 왕』에서 프로이트가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프스 왕』은 비극 서사시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작 『시학』에서 비극 작품의 가장 뛰어난 본보기로 『오이디푸스 왕』을 언급하고 있다. 『오이디프스 왕』은 서구 문명의 원형이라고 불릴 만큼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과 대립, 친부살해 등을 다룬 문학과 예술의 원형 모티브라 할 수 있다.

비극의 주인공은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그 왕비 이오카스테의 아들이다. 왕 라이오스는 예언자 한 사람에게서 그 자신의 아들로 말미암아 멸망하리라는 사실을 알고는, 간난아이인 오이디푸스의 발을 핀으로 단단히 묶어 죽이라고 왕비 이오카스테에게 시킨다. 왕비 이오카스테는 하인에게 이 일을 지시하지만, 그 하인은 아이를 들판에 버린다. 아이의 운명은 신에게 맡겨진다. 한 목동이 오이디푸스를 발견하고 거두었다. 하지만 목동은 아이를 기르기 힘들어지자 다른 목동에서 주었고, 그는 또 오이디푸스를 코린트로 데리고 가서 자식이 없던 코린트의 왕 폴리버스에게 준다. 왕은 오이디푸스를 친자식처럼 기른다.

청년이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폴리버스와 메로페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가 자신의 생부인지, 아폴로 신전의 예언자에게 묻는다. 예언자의 말은,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아버지의 피를 손에 묻힐 운명이라는 것이다. 낙담한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피하려고 코린트를 떠난다.

테베로 가는 길에 오이디푸스는 생부인 테베의 왕 라이오스를 만난다. 서로를 알지 못하는 둘은 2륜 전차의 우선 통행을 놓고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테베의 왕 라이오스를 살해하게 된다. 예언자의 말이 적중됨 셈이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많은 점쟁이를 괴롭히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다. "아침에 다리 네 족, 오후에 두 족, 저녁에 3족인 생물은 무엇인가?" 라는 수수께끼에 "사람이다" 라고 답함으로써 스핑크스를 저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 것이다. 이에 오이디푸스는 보상으로 왕족의 신분과 왕비이자 그 남자의 친모인 왕비 이오카스테를 차지한다. 예언이 모두 맞아떨어졌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운명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

 

▲ 파솔리니의 영화. '오이디푸스 왕'(1967) 한 장면.

오이디푸스의 불행과 저주의 원인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젊은 시절의 라이오스와 만나게 된다. 펠로프스 왕궁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무렵 라이오스는 크리시포스 왕자와 동성애를 하여 아폴론의 저주를 받는다. 바로 자식을 낳아서는 절대 안 되며, 만약 이것을 어기면 자신의 아들 손에 죽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라이오스는 테베로 돌아와 이오카스테에게 접근하여 아들을 얻었고, 그 아들이 바로 라이오스를 파멸로 몰아넣는 오이디푸스인 것이다.

왕위에 오른 지 18년이 되던 해 어느 날 오이디푸스는 모든 일이 신탁대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테베에 몰아닥친 재앙에 대하여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모든 것이 오이디푸스 왕 때문이라고 밝힌다. 오이디푸스는 이 말을 듣고 전혀 믿을 수 없었지만 점차 사실임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죽인 사람이 다름 아닌 아버지 라이오스 왕이었다. 결혼하여 자식을 넷이나 낳은 왕비 이오카스테는 바로 어머니인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곧이어 오이디푸스도 왕비에 옷에 꽂힌 핀을 뽑아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죄 값을 치르기 위하여 테베를 떠나 거지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오이디푸스 왕』은 인간의 운명과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과연 인간의 운명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나는 누구인가? 오이디푸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이라고 놀려대지만 실제로 눈 먼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다. "왕께서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얼마나 처참한 일에 빠져 있는지, 그리고 어디서 살고 누구와 함께 지내고 있는지 모르십니다."하는 테이레시아의 말은 이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을 죽인 사람에게 저주를 퍼붓는데, 그 저주는 부메랑처럼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그러니 아무리 인간의 이성능력이 놀랍다하더라도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우연을 가장해 찾아오는 별의별 사건 앞에 속수무책인걸 보면, 아무도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는 호언장담 할 수 없다. 그러니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면 너무 교훈적인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비극 시인이다. 아이스킬로스·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힌다. 극작가요 시인일 뿐만 아니라, 예술 밖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름을 크게 떨쳤다고 한다. 부유한 기사 계급의 아들로 태어난 소포클레스는 어려서부터 음악, 체육, 무용 등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사모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하여 페리클레스와 함께 장군으로 전쟁에 나갔고,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도 공을 세웠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에는 재정관으로 아테네 동맹국의 재정 책임을 도맡았으며, 재관으로서 종교에도 크게 이바지 하였고 할 수 있다.


그는 특히 비극예술의 완성자로서 유명하다. 비극 경연에서의 1등 우승은 24회나 되었다고 한다. 극·송가·비가·잠언 등 123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나 현존하는 것은 7편 뿐이다. 그 밖에 다수의 단편(斷片)이 있다. 그는 극에 있어서 3부극을 폐지하고 합창 대원을 늘리는 등 극의 단순성을 극복하였으며, 치밀한 구성, 완벽한 기교 등으로 비극을 완성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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