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의 청소년 인문학 콘서트 35. 조지 오웰 「동물농장」

▲ 「동물농장」은 전체주의 이데올로기가 갖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동물농장의 주인이 된 나폴레옹이 동물들을 모아놓고 노동강령을 설명하고 있다.
시대·역사·이데올로기 분석
권력암투로 깨진 평등·평화
동물 의인화 빗댄 시대 비판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고위급 협상이 43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고 한다. 늦여름에 한반도에 불어닥친 살벌한 기운이 잠시 하강세를 보이는 듯 하다. 합의문에는 지뢰 사고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과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결정이 포함됐다고 하는데, 부디 아무런 일이 나지 말아서 오래도록 평화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공간을 막론하고 두 갈래로 갈라진 체제와 이념은 하나로 합의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 체제 배경
 
조지 오웰인 쓴 「동물농장」은 전체주의 이데올로기가 갖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은유와 풍자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1945년에 씌여졌다.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해에 씌여졌는데, 지금 읽어도 결코 낯설지 않다. 오히려 작품 속에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떠오르거나 적용해볼 수 있는 나라, 인물들이 떠오른다. 마치 세계사 공부를 문학작품으로 하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시대와 역사, 이데올로기 문제를 꿰뚫어 본 작가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자면, 스탈린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키고, 그 이후 레닌이 집권하면서의 변화해가는 전체주의의 맹점을 다루고 있다.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에서는 새로운 체제가 건설되는데, 노동게급이 주인이 되는 세상, 인간평등과 평화를 주창하던 구호는 어느 새 사라지고 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진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스탈린 체제에 대한 비판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으나 어느 시대이건 어느 체제이건 전체주의적 속성을 지닌 권력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 동물농장  칠계명
 
1.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
5.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
6.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
7.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스스로 농장 경영하는 동물들
 
어느 장원농장에서 평소에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던 가축들이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호소에 힘입어 반란을 일으킨다. 농장주 존스와 관리인들을 내쫓고 동물들 스스로가 농장을 경영하게 되는데, 그 중 비교적 지능이 뛰어난, <나폴레옹>, <스노우 볼>, 그리고 <스퀼러>의 지도와 계획 아래 평등한 동물공화국 건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풍차 건설을 계기로 주동인물들 간의 권력투쟁의 노출된다. 결국 이상주의자 <스노우 볼>은 나폴레옹에 의해 추출되고, 나폴레옹은 간교한 <스퀼러>를 대변자로 내세워 동물들을 설득하고 조작하며 개 아홉 마리를 앞장세워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때부터 농장운영방침도 바꾸어 중의를 모으는 일요회의도 폐지하고, 모든 일을 나폴레옹과 그 측근들에 의해 임의로 결정하고 풍차 건설을 빙자해서 동물들의 자유를 허물어뜨리게 된다. 그리고 <존스>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동물들의 내적 불만을 외적공포분위기로 제압하게 되는데, 이 돼지들은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동물들을 첩자로 몰아 숙청하기도 하고, 옛날처럼 작업량을 늘리고 식량배급을 줄이기도 한다. 
 
반면, 나폴레옹을 둘러싼 지배계급층은 <존스>시대의 인간보다 더 사치스러운 생활 속에서 호의호식하는 생활을 하는데... . 그들은 <존스>가 살던 집으로 모려들어 호의호식 배를 불리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적이었던 인간들과 상거래를 트면서 자본의 맛을 들이기 시작한다. 이른바 저들이 만들어놓은 <칠계명>에 대해 철저하게 반대쪽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돼지들이 살이 쩌 가는 것에 비례해서 다른 동물들은 몰골이 드러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작품의 상징 읽기

 
마르크스·스탈린·트로츠키…수퇘지로 비유

권력 폐단·우매한 민중·언론 등 오늘날 시사


이 작품의 주요등장인물들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의인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라는 늙은 돼지는 사회주의 이론을 제창한 마르크스를, 로 볼 수 있고, 나폴레옹이라는 수퇘지는 당시 독재자였던 스탈린을, 나폴레옹과 권력다툼으로 쫓겨난 또 하나의 수퇘지가 있는데, 이는 권력다툼으로 쫓겨난 트로츠키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퀴일러> 라는 몸집이 작고 화술이 뛰어난 수퇘지가 있었는데, 이는 능란한 말솜씨로 어리석은 다른 동물들을 설복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란 말로는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갖은 권모술수를 다 부리지 않는가.
 
등장인물 중에 힘이 세고 아주 성실한 <복서>라는 말 한 마리가 등장한다. 이 말은 모든 잘못을 제 탓으로 돌리며 수퇘지에게 모든 충성을 다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국 노동현장에서 부상을 당하고 죽게 되지만, 그 말의 죽음까지 나폴레옹 수퇘지는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만다. 노동계급의 처지가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외 동물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당나귀가 있었는데 그는 성질이 비뚤어져서 혁명의 진행에 늘 트집을 잡고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인물 유형은 지금도 흔하게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일반대중들의 태도가 그러하고, 지식인들의 태도가 그러하다.
 
이밖에도 <조운즈>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농장의 원래 주인으로 동물들에 의해 쫓겨나는데 이는 스탈린에 의해 멸망한 <짜아르>정권을, <필킹턴>은 동물농장과 이웃하고 있는 농장의 천하태평하고 한가로운 농부로서 서구 자본주의 진영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프레드릭>이라는 자는 동물농장과 이웃하면서 아주 빈틈이 없고 영리한 농부로서 당시 독일을 중심으로 한 파쇼의 진영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 양떼들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들은 우매한 민중 혹은 언론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은 민중들을 설득시키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언제나 정치권력의 편에 서서 권력의 입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비판하고 있는 문제를 지금의 시대에 적용해 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걸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런 작품을 읽다 보면,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것인가' 하는 데 의구심을 멈출 수 없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다. 1903년에 아버지의 부임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다. 1907년에 귀국해 명문 이튼 고등학교를 나왔으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경찰관으로 미얀마에 부임했다. 그러나 대영제국주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식민지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참을 수 없이 싫어서 1927년에 귀국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회주의자가 되어 에스파냐 내전에서는 트로츠키 계열의 POUM(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당) 부대에 가담해 싸우다가 목에 총알이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또한 소련의 후원을 받은 공산당이 다른 당파에 대해 심한 탄압을 가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뒤로 평생 동안 반공산주의자, 반전체주의자가 되었다. 『동물농장』(1944)각주[1] 에 이어서 발표한 또 하나의 반전체주의 미래 소설 『1984년』(1949)이 있는데, 그는 이 소설을 쓴 이듬해인 1950년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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