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괴테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괴테문학 중 정수만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원작을 바탕으로 2012년에 개봉한 영화 '파우스트'
독일 괴테문학의 '최고 정수'
신·악마 둘러싸인 인간 다뤄
모순된 인간 욕망 경계 교훈
 
독일문학의 최고 정수는 괴테문학이라 할 수 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잇는 격동적 시대의 기운 속에서 괴테문학이 보여준 것은 인간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는 극도의 의지와 허무, 고독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간이기에 방황할 수 밖에 없고 고뇌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답이 아닐까. 괴테 작품은 어느 것 하나 고전의 대열에서 제외될 수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정수만을 담은 작품은 「파우스트」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명문장을 탄생시킨 작품도 바로 「파우스트」인 것이다.  

파우스트가 겪는 사랑·파멸 이야기

괴테, 「파우스트」는 1·2부로 구성돼 있다. 이 소설의 주제는 파우스트라는 인물이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을 신과 악마의 대결구도로 이야기는 펼쳐지고 있다.
소설의 1부에서는 학문에 의해서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를 규명하려고 했던 학자 파우스트의 무기력감을 다룬다.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섭렵했으나 그는 지식의 무력함에 빠지게 되는데, 그 절망감 속에서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델레스에게 자신의 모든 지적  물질적 욕망을 채워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영혼을 팔아버린다. 이에 메피스토델레스는 파우스트를 술집과 마녀의 주방으로 끌고 다니면서 타락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평범하지만 착하고 아름다운 그레트헨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미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린 파우스트는 악의 늪에 빠지고 순수한 사랑으로 맺어진 그레트헨까지 구설수에 올라 그녀의 오빠 발렌틴까지 칼부림 끝에 죽게 한다. 결국 파우스트는 도망을 치고 오빠를 잃은 그레트헨은 감옥에서 번민하게 되는데, 파우스트는 다시 악마의 힘을 빌려 감옥에까지 잠입해 들어가 함께 도망치자고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은 그녀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이미 그녀는 구원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파우스트는 악마를 따라 사라지면서 제1부가 끝난다. 

제2부의 무대는 중세 독일의 궁전이다. 왕과 여러 신하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메피스토델레스가 마력을 부려 많은 재물을 얻도록 한다. 그런데 재물에 만족한 왕은 이제 관능적인 욕구를 채우고자 고대 그리스 최고의 미녀인 헬레네를 데려오도록 명하는데, 파우스트는 헬레네의 미모에 반해 자신의 소임도 잊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와의 사이에 사내아이를 낳지만 그 아이가 죽으면서 사랑도 끝나게 된다. 마침내 파우스트는 세상의 향락이라는 것이 사람을 천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오직 자신의 영토를 갖고 군림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왕으로부터 습지의 땅을 얻어 대단위 개간사업을 벌이며, 이상국을 건설하는 꿈에 젖어 정력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죄를 지은 영혼, 사랑으로 구원

이처럼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갖가지 욕망들을 성취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그는 두 개의 욕망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정신적인 즐거움과 육체적인 즐거움, 현세의 욕구와 이상의 욕구 그리고 현실적인 성공과 이상적인 평화가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의 갈등이었다. 즉, 현실에서 명예와 사랑을 이루면서 동시에  받고 사랑하고 몸이 즐현실을 떠나 조용히 사색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것, 현실적이고 싶으면서 비현실적이고 싶은 인간의 모순된 욕망이 한없이 그를 힘들게 한 것이다. 

결국 파우스트는 이미 100세의 고령이 된 데다 눈까지 멀게 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충만함과 환희를 느끼며 죽어가게 되는데, 그것은 그레트헨의 사랑의 힘이 그에게 선사한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절명의 순간에 메피스토델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데려가려하지만, 천사들이 내려와 뿌린 장미꽃이 방해가 되어 데려가지 못하고 오히려 천사들이 그의 속죄한 여인 그레트헨은 천상에서 성모마리아에게 파우스트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결국 악마 메피스토델레스는 신과의 내기에 패하고 온갖 죄악을 저질렀던 파우스트의 영혼은 착한 그레트헨의 기도에 힘입어 구원을 얻게 된 것이다.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 작품의 상징 읽기 - 인간의 순수·사랑으로 귀결
 
이 작품 속에서 파우스트는 자기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고 24년 동안 악마의 힘을 빌려 세상에서의 최고의 향락을 향유한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만족도 느끼지 못하고, 결국 인간의 순수함과 사랑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전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낙토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의 영혼은 구원되고 승천하게 된다. 괴테의 전 생애와 온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파우스트」는 이렇게 결말내려지고 완성된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이 끝나면서 괴테의 인생도 끝이 났는데, 이 작품을 통해 괴테의 깊은 성찰과 고뇌, 긍정적 사고 그리고 조화를 위한 노력과 그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인생 전체의 체험과 온 정신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랑과 여행, 지식의 체험을 했다. 부유했던 집안에서 태어난 괴테는 갖가지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두루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우스트 전설에 기초한 소설이지만 어쩌면 그의 인생 전체에서 느끼고 성찰한 전부가 그 안에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는 것이 아닐까. 생명성을 담고 있는 여성, 즉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 요한 볼프강 괴테(1749~1832)
 
요한 볼프강 괴테는 174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83세까지 장수를 누리면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친화력」 그리고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 등을 남겼다. 음악, 자연과학, 건축 등에도 조예가 깊었을 뿐만 아니라 바이마르공국의 정치에도 참여하여 총리로서 탁월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파우스트」는 무려 50년 넘는 세월에 걸쳐 완성시켰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이 파우스트가 어쩌면 괴테 자신의 자서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설도 있다. 

그의 나이 10세 때 처음으로 인형극 '파우스트'공연을 관람했는데, 괴테의 무의식 속에는 또 다른 '파우스트'가 발육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22살 때 작품을 구상하고 틈틈이 초고를 쓰고 낭독하는가 하면,  41세 때 단편 「파우스트」를 발표, 48세 때 드디어 테마를 잡고 57세 때 제1부를 완성하게 된다. 그 후 친구 '실러'의 격려로 72세 때 제2부를 쓰기로 결심하여, 마침내 80세 때 자기의 생일날 작품의 초연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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