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해양생태보고서] 12.고둥

포식자로부터 자가보호 기능 차별화
수심 깊을수록 완만…환경 영향 받아
청자고둥·나팔고둥 등 특이한 종류도
고둥을 우리말로 흔히 고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소라라고도 부른다. 이 모두는 방언으로서 고동, 고등, 고디 등으로 부르고 있으나 정식용어는 '고둥'이다. 고둥은 나선모양으로 한 장의 껍데기를 가진 동물이다. 분류상 고둥은 복족류에 속하고 복족류는 연체동물에 속한다. 복족류는 배가 발판 역할을 하며 기어 다니는 것들이고, 연체동물은 조개나 오징어처럼 몸이 연하고 마디가 없는 것들이다.
연체동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을 거느린 고둥은 세계적으로 7만5천여 종, 우리나라에는 약 360종이 알려져 있다. 고둥은 바닷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조간대의 갯바위에서부터 먹이원인 해조류가 서식하는 수심까지 따라가며 민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아주 흔한 패류이다. 고둥이란 용어는 이것이 고둥이라고 딱 하나를 지칭하여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고동은 기어 다니기에 적합한 넓고 편평한 근육성의 발을 지닌 소라, 다슬기 등의 복족류를 통틀어서 일컫는 통칭이기 때문이다.
고둥의 특징.
고둥의 머리에는 촉각과 눈이 있고 수컷 중에는 생식기를 갖는 것도 있다. 대부분 암수한몸이며 체외수정을 하지만 드물게 체내수정을 하는 종도 있다. 고둥은 난생 또는 난태생을 하며, 유생을 낳는 종도 있을 만큼 다양한 산란형태를 갖는다. 어린시기의 고둥은 조간대의 낮은 수심에서 살다가 성장하면서 해조류가 서식하는 모든 수심을 오르내리며 활동한다.
고둥의 가장 큰 특징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패각이 있다는 점이다. 패각은 딱딱한 껍데기로 연약한 몸을 보호하는 기능과 수분의 증발을 막아 물 밖에서도 일정시간동안 활동할 수 있다. 패각의 겉면에는 해조류 등을 자라게 하고 위장하여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해놓는다.
고둥은 어류의 이빨역할과 같은 치설이라는 특이한 기관을 가지고 있어 해조류를 갉아 먹거나 해조류에 붙어 있는 작은 생물체를 먹고 산다. 같은 종끼리 집단을 이루고 군집생활을 하는 고둥은 본래 해조류를 주식으로 하지만, 때로는 다른 생물의 알을 포식하거나 죽은 물고기에 몰려들어 육식하는 모습을 잠수 시 흔하게 목격된다.
고둥의 발은 이동수단으로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면서 기능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다. 발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몇 개의 발이 있는 것이 아닌, 배를 바닥에 깔고 기어 다니는 모양으로 이동하면서 발 주위에 점액질을 분비한다. 점액질은 바닥면과 마찰을 줄이기 위함이다. 달팽이의 경우 칼날도 상처 없이 넘어갈 수 있는데, 비법은 점액을 듬뿍 분비하면서 빠르게 굳혀 날카로운 곳을 거침없이 기어 넘어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고둥이 위기를 느끼면 온몸을 수축시켜 패각 속으로 숨고 딱딱한 덮개로 패각의 입구를 완전히 봉쇄한 채 위기를 모면할 때까지 꼼짝하지 않는다.
나선으로 틀어지는 소라
복족류를 통칭해서 고둥이라 부르지만 소라는 이중 다른 고둥류와 구별하여 이름 지어졌다. 소라의 껍데기는 두껍고 견고하며 패각의 입구를 막고 있는 뚜껑도 두껍다. 특히 소라의 표면에는 작은 가시가 돋아 있어 다른 고둥류와 구별된다. 야행성인 소라는 한낮에 암반 틈 사이에서 은신하는데, 양쪽 벽에 가시가 단단히 걸려 파도에 몸이 흔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어들어간다. 어린시기에는 파도영향이 큰 낮은 수심 대에 살아 가시가 긴 편이며, 완전하게 성장한 소라는 파도영향을 덜 받는 깊은 수심에 서식하여 가시가 없는 것처럼 짧아진다. 그런 이유로 깊은 곳에서 물질을 하는 상군해녀의 태왁망사리에는 굵은 소라들로 채워진다.

고둥류 중에는 맹독을 가진 종도 있다. 청자고둥의 경우 치설이 작살 모양으로 변형되어 발사시킬 수 있다. 여기에 강력한 독까지 들어 있다. 청자고둥은 작은 어류를 대상으로 치설을 발사하여 기절시킨 후 큰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한입에 집어삼키듯 먹어 치운다. 또 이 치설은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복족류 중 가장 큰 나팔고둥은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1급 보호 종으로 지정되었다. 최대 30cm까지 자라는 나팔고둥은 조선시대에 나팔을 대용한 악기로사용했으며, 만선한 어선이 포구에 다다르면 나팔고둥으로 나팔을 불어 동네사람들에게 입항을 알리기도 했다. 불가사리는 작은 고둥을 포식하지만, 나팔고둥은 거꾸로 불가사리를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을 잡아먹는 불가사리의 유일한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 "해독·소화 기능 탁월" |
| 고동의 식용가치 고둥은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하여 칼슘, 구리, 철, 마그네슘, 아연, 칼륨, 나트륨 등의 무기질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간의 해독 작용과 소화 기능을 도울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의 효능과 영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둥류는 해산 종에서 민물 종, 그리고 지상에 올라간 종까지 거의 모두를 식용할 수 있고, 패각은 수집가들의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높아 고둥은 아주 오랜 옛적부터 인간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 갯바위에서 채취할 수 있는 보말고둥 등과 상품가치가 높은 소라, 전복 등은 예전부터 식용하고 있었던 것들이다. 최근에는 따개비, 거북손, 군부 등 동네사람들만 기호했던복족류 외의 절지동물까지 다양한 식용방법이 경쟁적으로 방송을 타면서 일반인과 관광객들의 상식이 높아지고, 이를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갯가에 몰려들고 있다. 제주해안의 일부구간은 갯바위의 조간대에서부터 그 일대 앞바다까지 어업자원보호법에 의해 마을어촌계의 공동어장으로 지정된 곳이 상당히 많다. 그런 곳에서는 해산물 채취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대상은 패류의 소라, 전복, 해삼, 성게, 오븐자기, 보말, 참고둥 등과 해조류의 톳, 미역, 감태, 우뭇가사리, 청각, 모자반 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갯가에서 채취를 즐기는 요즘, 금지구역에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