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무너지는 '제주해안' 살리자 1.동해안 해변

정동진·원평 등 거대 모래절벽 형성 주거지 위협
해수부 조사결과 우려 94곳· 심각15곳 훼손 심해
해수면 상승·무분별 개발 주 원인 대책 마련 시급

▲ 해수면 상승과 난개발로 연안침식이 심각한 정도진.
드넓은 백사장에 파란바다가 어우러져 최고의 해양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동해안 해변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파도와 바람에 의해 동해안 해변이 심하게 깎여나가면서 연안침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동진과 경포대 등 동해안 유명한 해변들이 수년안에 원형이 사라져 더 이상 해양자원으로 가치를 잃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동해안 명품백사장 위기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해변이 심각한 해안침식으로 인해 명성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전국적인 해맞이 장소로 이름난 정동진은 새해 첫날에만 10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각광을 받으며 동해안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자 관광지다.

하지만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했던 정동진 해변은 중간지점부터 거대한 모래 절벽이 만들어졌다. 해류와 파도로 인해 모래가 깎여나가면서 1~2m이상 깊이의 모래절벽이 수백미터에 걸쳐 형성, 해변 중앙을 절단시켰다.

올겨울 정동진 해변은 주차장-모래시계 공원에 이르는 100여m의 산책로까지 해안침식으로 곳곳이 무너져 내려 해돋이와 물놀이 관광객의 안전사고 위험까지 높아졌다.

심지어 시멘트와 벽돌로 쌓은 방벽은 물론 목조데크로 만든 산책로 일부도 모래지반이 사라지면서 훼손되기도 했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원평해수욕장은 정동진 해변보다 연안침식이 더욱 심각하다. 모래가 깎이면서 백사장이 잘려나갔고 2m 깊이가 넘는 모래 절벽이 생겼다.

더구나 모래침식이 육지방향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해안가 소나무숲까지 훼손됐고, 향후 인근 주거지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원평해수욕장은 모래침식을 막기 위해 수년간 대형포대로 제방을 쌓은 후 지난해만 1300㎥의 모래를 공급하는 양빈작업도 이뤄졌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고, 모래 침식만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다.

경포대와 안목해변 역시 연안침식으로 1~2m 깊이의 백사장이 단절되면서 모래 절벽이 발생한 것은 물론 소돌해변은 모래유실로 해안도로 일부구간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 외 강원도 연안은 초도, 봉포, 영진, 속초, 월천 등 대다수 지역에서 모래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북지역 역시 울진군 봉평리와 신포리 음금리 등 해안이 연안침식 심각지역으로 관리받고 있다.

▲ 강원도 원평 해수욕장 역시 연안침식이 심각해 소나무 숲까지 위협받고 있다. 김용현 기자
△난개발 침식부추겨

강원도 동해안 대부분의 해안에서 연안침식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전국 연안 2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 결과, 침식 우려 지역은 94곳으로 집계됐고, 침식심각 지역도 15곳에 달했다.

특히 동해안은 모니터링 대상지 88곳 중 67%인 59곳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의 침식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침식심각 지역 15곳 모두 동해안으로 조사됐다.

강원도청 산하 강원도환동해본부 역시 2013년 9월부터 1년간 강원도 고성군부터 삼척시 동해안 해안을 104곳을 대상으로 해안 침식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침식이 가장 심각한 D등급은 정동진과 원평 등 모두 21곳으로 확인됐다. 또 침·퇴적 변화가 우려되는 C등급 해안은 59곳 등으로 나타났다.

동해안의 침식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태풍·해일·파도강도 등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안 지역은 태백산맥과 연안사이 거리가 6~7㎞에 불과해 도시가 남북방향으로 길게 개발됐고, 특히 해변에 모래를 공급해주는 해안사구를 중심으로 해안도로와 주택·상업·관광지 등으로 난개발이 이뤄지면서 모래공급원이 차단됐다.

여기에 제방과 방파제, 해안매립 등 해양인공구조물까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해류와 파도의 변화가 심해지면서 모래가 심하게 깎이게 됐다.

또한 하천주변의 매립이나 댐과 보 등이 설치되면서 하천을 통해 해안으로 유입되는 모래량도 급격히 줄면서 동해안 연안침식이 심각해진 것으로 전문가들을 분석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동해안 연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모니터링을 통해 파도와 해류 등의 변화유형을 확인한 후 다각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주로 침식이 심각한 백사장에 다른 지역의 모래로 메우는 양빈작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1~2년 정도 지나면 또 다시 모래가 유실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제1차 연안정비기본계획을 통해 2000∼2009년 631개의 연안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완료된 사업은 281개 사업에 불과하다. 현재 연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용현 기자

 

김인호 강원대학교 해양건설공학과 교수

"제주와 동해안의 해안자원은 무궁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안침식 원인을 찾고 행정과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모여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인호 강원대학교 해양건설공학과 교수는 "동해안은 남해·서해와 비교해 연안침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며 "해수면상승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적 요인과 함께 해안과 사구지역 난개발과 무분별한 항만사업 등 인위적인 요인이 겹쳐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해안침식 형태는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해안침식방지사업은 정확한 원인분석 없이 수치해석과 일부 수리모형실험에 의존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다수 지자체는 해안도로의 경우 건설과, 너울성파도 등에 의한 재해는 재난관리과, 일반적인 해안관리는 해양수산과 등에서 제각각 담당,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며 "연안정비사업은 국토보존관리차원에서 조기에 투입해야 하지만 예산배정의 후순위에 밀려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체계적인 해안침식 방지와 연안관리를 위해서는 복잡한 해안물리현상을 이해하고 관측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활용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는 자세를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침식방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해안침식관리 부서를 일원화시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사구를 복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토지주나 건축주 반발 등으로 어려움이 많아 인위적으로 모래를 공급해주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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