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문화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주만의 특화된 아이템 개발과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제주캐릭터 상품이 전시된 '아시아-EU 카툰 커넥션'.
'문화융성' '창조경제' 최종 목표는 '지역 균형'
분야간 크로스오버·콘텐츠 제작에 분석 필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제주만' 한계 벗어야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란 국정기조는 '지역 균형'이란 교집합과 만난다. 수도권 쏠림이 만든 양극화를 해소해야만 지역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등 오래된 과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움직이고 있기는 하다. 지역에서 시작해야 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역시 현실이다. 그 안에서 '제주'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 신산업.일자리 창출 목표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융성' 구상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국회 시정 연설에서 "문화융성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핵심 전략산업"이라며 "문화융성은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문화와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신산업을 일으키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후속 작업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1319억원을 신규 투입해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K-컬처 밸리로 이어지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본격 가동하고 이를 통해 인재양성-기획·창작-창업·구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들어갔다.
'문화 수도'얘기도 나왔다.
코리아문화수도는 문화의 서울 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방 주민들도 문화생활을 만끽함으로써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지역재생을 이루도록 지원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문화격차를 지역 격차로 본 접근이다. 열악한 문화 수준이 도시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수한 인력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데 이것이 결국 정치. 경제적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이들 구상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빅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상업 기준 벗어난 성공
말이 쉽지 빅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융·복합 공연, 웨어러블 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연, 가상현실 기기로 즐기는 버추얼 테마파크 등 분야간 크로스오버와 문화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본 재료와 더불어 시장을 봐야 한다.
문화를 상업적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빅 컬러 콘텐츠는 '상업적 성공'을 전제로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역 특화'지만 특화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가장 지역적인 것(문화원형)인지, 아니면 지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문화산업 및 기술, 기반)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원형의 보고(寶庫)인 제주에서 아직껏 내로라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한 데 대한 신중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반대로 기술력 등은 충분하지만 '할 거리'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대구의 경우 SW 등 IT 기술력은 전국 상위권이지만 가공할 아이템에 있어서는 여전히 고민중이다.
문화콘텐츠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특화'에 대한 재해석과 더불어 지역간 융·복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템·기술 이상 고민해야
제주는 분명 기회를 얻었다. 카카오의 지원을 받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본격 가동으로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옮기고, 프로모션과 시장 개척 등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제주ICT기업협회에 이어 제주애니메이션협회가 구성되는 등 지역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판은 깔렸지만 문제는 제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것이다. 전국 자치단체가 '문화콘텐츠'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같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특화'는 아이템과 기술 그 이상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제주의 장점이 부각되는 부분은 '마켓'이다. 타 지역에 비해 탄탄한 관광 인프라와 문화콘텐츠시장을 접목하는 융.복합 시도는 제주 안에서가 아니라 제주 밖에서 이미 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에서 진행되던 문화콘텐츠 관련 컨퍼런스와 견본시, 마켓을 지역에 분산하는 과정에서 '제주'가 우선 순위에 오르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이 자리 잡아 문화가 형성된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소통'을 내걸고 다양한 네트워크 실험을 하는 것 역시 이와 연결된다. '제주'의 강점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다시 '제주만'이라는 한계를 벗어야 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고 미 기자
'코리아 문화수도' 모델 관심
제주 원도심 구상과 유사 수용 능력·지역향유 과제
이달 초 경기도 시흥이 아시아 최초 '문화수도'로 선정됐다.
'코리아문화수도'는 해마다 한 도시를 '문화수도'로 선정해 전국의 문화예술 자원과 역량을 1년간 집중시키는 문화운동이다. 문화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해 지방에서도 문화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나아가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지역재생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융성'차원에서 진행되던 정책을 집대성한 것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문화복지를 내걸었지만 결론은 문화를 통한 지역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 입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특정 국가 안에서 대상지를 선정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유럽, 아랍, 아메리카의 문화수도가 그 도시의 자생력 있는 문화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축제를 구성하고 외부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서울 등 대도시 위주로 이뤄지던 공연, 전시, 문화이벤트가 문화수도로 이동하는 형태를 갖춘다.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지역재생은 제주가 '원도심'에 펼치는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문화수도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잔치는 첨단 기술과도 쉽게 접목된다. 관광의 필수 요소인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 등 이른바 '4거리'와 교통·숙박·게임·사은행사 등을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O2O 서비스'로 한데 묶이는 과정 역시 제주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도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미리보기 등의 방식으로 펼쳐내고 전국대회형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있어 제주의 수용 능력과 주민 향유의 간격을 좁히는 것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