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의미있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일본 성공한 강소(强小)상인 30명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결론은 'S.T.R.O.N.G'. '절실함·성실성(Spirit)', '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고객관계(Relation)', '고유 아이템(Only one)', '네트워크(Network)', '기본에의 충실(Ground)'의 앞 글자를 모았더니 말 그대로 '힘'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원장 김진석)을 통해 골목상권에 위치한 165㎡ 이하의 소규모 슈퍼마켓, 제과점, 세탁소 및 100㎡ 이하의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시설개선사업(30개소)와 경영컨설팅(100개소)이 이뤄졌다. 올해의 경우 사업제한면적을 100㎡ 이하에서 165㎡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 지원대상도 일반음식점까지 확대해 점포당 600만원 이내의 시설개선사업과 고객서비스 향상, 경영마인드 혁신을 위한 경영 컨설팅을 했다. '힘'을 얻은 골목상권들의 오늘을 통해 그 비결을 엿본다.

프랜차이즈 버리고 '나만의 브랜드'로 승부수
제주 죽 대중화 노력…재료부터 충실한 관리
향토음식 과정 등 이수, '가족 위한'장점으로

 

△ 꿈을 계속 현실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 사람들은 모두 성공을 꿈꾸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는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결혼'으로 시작한 도전은 10년에 걸쳐 차근차근 성과를 돌려줬다. 하늘나리 죽카페 장휴삼(41).정민영(35) 대표의 얘기다.

장 대표는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모 편의점 업체의 제주 1호점을 내는 일을 지원하면서 '유통'이라는 분야의 맛을 봤다. 그런 그가 '죽'을 만난 건 건강 때문이었다. 평소 목이 좋지 않아 음식을 가리던 차에 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사업을 알게 됐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결혼과 동시에 창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신혼여행에서 다녀오자마자 바로 개업했다. '프랜차이즈 5년'경력은 장 대표에게 약이 됐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점점 본사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프랜차이즈 로얄티 같은 얘기는 종종 들어왔던 부분이라 넘겼지만 번번이 인테리어를 바꿔야 한다, 메뉴을 바꾼다 하면서 돈을 요구했었다"며 "수익의 40~45%를 본사에 주고 나면 임대료를 대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야채죽이 6500원이라고 한다면 이중 쇼핑백 550원, 용기 500원, 반찬 등 부재료 1000원까지 제한 게 '원가'인 셈이다. 여기서 인건비며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로 빠듯하지만 본사의 주문을 따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파기될 수 있어 발만 동동 굴렀다.

△제주죽 대중화에 도전장

그렇게 5년을 버티다보니 오기 같은 것이 생겼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죽을 만들어 팔면 이만 못할까'싶은 생각에 창업을 결정했다. 같은 '죽'을 아이템으로 하는데 고민도 많았지만 제주의 죽 문화와 신선한 천연재료에 대한 욕심이 장 대표를 붙들었다.

"타 지역에서 죽은 양을 불려 끼니를 때우는 개념이지만 제주는 '보양식'으로 활용한다"며 "이것을 잘 만 살리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간판을 바꿨다"고 말했다.

생각을 실현에 옮기는 것은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장 대표는 재창업을 준비하며 소상공인시장진흥원의 향토음식과정을 이수했다. 전복이나 보말, 게 등 제주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특징이며 활용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복죽'같은 것이 제주 대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곳에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도 장 대표의 등을 떠밀었다.

지금이야 메뉴판 앞자리를 '제주죽'으로 채울 정도지만 처음은 말 그대로 기본 죽으로 간신히 자리를 지켰다. 메뉴판에 새 이름을 하나 올리는데 무려 2년이 걸렸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보말죽과 돌문어죽, 깅이죽이 매출 상위에 올라있다. 장 대표는 "재료부터 하나하나 공부했다"고 말했다. 재료별 특성을 알아야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쉬운 노릇이 아니었다. 일일이 발품을 팔고 어촌계마다 '삼촌'을 만들며 얼굴을 익히는 데도 한 참이 걸렸다. 장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냉동 재료는 맛이 떨어져 못 쓰고 건조한 것도 맛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제철에 맞춰 필요한 만큼 손질을 해 써야 한다. 반찬도 마찬가지다. 미리 많이 만들어두면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떨어진다. 그 변화를 손님들이 먼저 안다.(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고유 아이템.Only one) (기본에의 충실.Ground)

 

건강한 먹을 거리에 이어 '죽 카페'라는 아이디어는 '가족'을 통해 만들었다. '죽'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할 때 '이유식'이 메뉴에 포함됐다. 장 대표는 세 아이 모두 직접 만든 죽과 이유식으로 키웠다. 아이들에게 먹이는 이유식을 주변에서 알게 되면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큰 아이를 키우면서 3가지 메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둘째 아이 때 다시 3가지가 늘어났다. 셋째 아이와 더불어 3가지가 추가되면서 9가지 이유식을 메뉴판에 올렸다. 아이들을 통해 검증한 건강한 손맛은 '소리없이' 통했다. 지금은 8가지를 주력으로 주문에 맞춰 적당량만 공급한다.

베이글과 스프, 커피를 메뉴에 포함한 과정은 '단편 드라마'에 맞먹는다. 가끔 들르는 젊은 손님들에게 취향을 묻고, 다시 스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체인을 수소문했다. 무작정 업체를 찾아가 '도와달라' 통사정을 했다. "골목 작은 가게를 하는데 꼭 스프를 취급하고 싶어서 가게문도 닫고 새벽부터 비행기를 타고 왔다. 체인을 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서 힘들다고 구구절절 사정을 얘기했죠. 담당자가 몇 번이고 윗분과 상의하는 것 같더니 마지막에 오케이 사인을 줬어요. 조리법 같은 것을 가르쳐 주겠다, 대신 재료는 공급받는 걸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 때는 정말 살 것 같았어요" (절실함·성실성.Spirit)  

 

골목상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관리'에서 비롯된다. 장 대표의 지론이다. 처음 메뉴개발을 위해 교육을 받았던 것도 그랬고 지금도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이나 소상공인시장진흥원 등 관련된 사이트에 매일 접속해 교육과정이나 지원 프로그램을 점검한다.

오래지는 않았지만 대기업 근무 경력이 도움이 됐다. 장 대표는 "자영업을 시작하고 보니 프랜차이즈와 일반 창업의 차이가 피부에 와 닿았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일수록 요구하는 것 만큼 귀찮을 정도로 끊임없는 사후관리를 요구한다. 일반 창업은 직접 찾아야지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향토요리과정도 그런 관심에서 찾은 수확이다. 골목상권 시설 개선 및 컨설팅도 우연한 기회에 찾았다. 장 대표가 꼽은 '참 잘한 일'에 두 가지 모두 상위권이다.

이번 시설 지원에서 하늘나리 죽카페는 업체 특성을 잘 살린 조명 간판과 에너지 절약 LED조명, 제주산 신선 재료를 강조한 인테리어로 업그레이드 됐다.

장 대표는 "그동안은 상호를 알리는 것만 생각했는데 간판을 통해 무엇을 판다는 것을 홀보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알았다"며 "메뉴를 전면에 배치해서 손님들의 선택권을 도와주는 것 역시 영업의 기본이라고 했다"고 웃었다.

넉넉하게 느껴진 표정은 매출로도 확인됐다. 메르스로 잠깐 고전한 것을 제외하고 한달 매출이 개선 이전에 비해 20~30% 늘었다.

별다른 홍보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까지 매장을 찾을 정도가 됐다.

장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홍보까지 하기에는 힘이 부친다"며 "대신 포인트 적립이나 기념일 이벤트를 알리는 수준에서 고객 관리를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게 관리하는 인원만 5000명이 넘는다.

얼마 전 부산에서 프랜차이즈 제의가 들어왔지만 장 대표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고사했다. "간판을 나눈다는 게 '그냥 해봐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직 시기상조다 싶더라고요. 내 돈 벌자고 남이 어떻게 되던 상관 않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 스스로 일정 수준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어요. 이해해주시더라고요" (네트워크.Network), (기본에의 충실.Ground)

건강한 기운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아쉽게도 하늘나리의 간판은 조금 일찍 조명을 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돈이야 나중에 더 벌면 되죠.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인데 일을 한다고 아이들을 외롭게 할 수는 없죠". 맞는 말이다. 고 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