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희망'을 쓰다 7.채점석 베이커리&커피 채점석 대표

지난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의미있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일본 성공한 강소(强小)상인 30명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결론은 'S.T.R.O.N.G'. '절실함·성실성(Spirit)', '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고객관계(Relation)', '고유 아이템(Only one)', '네트워크(Network)', '기본에의 충실(Ground)'의 앞 글자를 모았더니 말 그대로 '힘'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원장 김진석)을 통해 골목상권에 위치한 165㎡ 이하의 소규모 슈퍼마켓, 제과점, 세탁소 및 100㎡ 이하의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시설개선사업(30개소)와 경영컨설팅(100개소)이 이뤄졌다. 올해의 경우 사업제한면적을 100㎡ 이하에서 165㎡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 지원대상도 일반음식점까지 확대해 점포당 600만원 이내의 시설개선사업과 고객서비스 향상, 경영마인드 혁신을 위한 경영 컨설팅을 했다. '힘'을 얻은 골목상권들의 오늘을 통해 그 비결을 엿본다.
건강 앞세운 '유기농 제과점' 승부…신뢰로 기반 쌓아
하루 세 번 같은 종류 빵 굽는 등 신선함 유지 강점
"이웃 인정받는 것이 골목상권 경쟁력" 입소문 홍보
'동네 빵집' 얘기다. 한 때 청춘을 상징하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던 것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에 밀려 하나 둘 간판을 내렸다. 그래도 골목 어귀에서 한껏 식욕을 자극하던 구수한 냄새는 여전하다. '동네 빵집'의 부활이다. 대전에 가면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꼭 먹어야 하고 안동 맘모스 제과나 군산 이성당 이름을 모르면 마니아가 아니란 말까지 공공연하다. 전국의 유명 빵집을 성지순례하듯 방문하는 '빵집순례'도 문화와 놀이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들의 매력은 과연 무엇인가. 조금은 투박하지만 조금 더 소박한 맛으로, 아낌없이 듬뿍 넣은 재료와 넉넉한 인심, '선착순'의 힘은 최상급 파티시에나 최고급 베이커리에서는 감히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 빵이 빵을 부르다
그런 곳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서귀포시 신시가지 채점석 베이커리&커피도 그 중 하나다.
간판을 기준으로 한다면 2011년 12월 문을 연 4년차 빵집이지만 손맛은 벌써 30년이나 됐다. 4년 동안 이뤄낸 성과만 놓고 본다면 햇수를 세는 것이 무색해진다.
채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했다. 1980년대 혈기 왕성한 무역학도였던 채 대표를 제빵의 세계로 이끈 것은 친 형이었다. 채 대표의 형은 대한민국 3대 빵집으로 인정받는 군산 이성당에서 빵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빵 맛'도 맛이었지만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쓰며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오븐 열기 앞에서도 의연한 형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한번"하는 마음을 먹었다.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이 주는 포만감도 한몫했다. 채 대표는 "아직도 형이 만들어주던 단팥빵 맛을 잊을 수 없다"며 "입에는 여전히 그 맛이 남아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만들 수가 없는 걸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웃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리는 대신 다시 대학입학시험을 치렀고, 고향인 군산을 떠나 제주한라대학 호텔조리학과 1기로 빵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원하는 제빵기술을 배웠지만 채 대표는 "자꾸 뭔가 모자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세 번째 대학 1학년생으로 관광경영학 공부를 했고, 제주대 산업대학원에서 학위까지 받았다. 채 대표는 "'빵집 사장'이란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덕분에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고객관계.Relation) (기본에의 충실.Ground)
△ 제 2인생 건 '건강한' 도전

그렇게 2012년 12월 '채점석 베이커리&커피'가 시작됐다. 밀가루와 설탕 등 재료 대부분을 유기농으로 하는 '유기농 제과제빵점'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기는 했지만 '유기농=비싸다'는 인식과 더불어 시장 규모가 작은 서귀포에 터를 잡다는 것은 도전이었다. "빵으로 건강하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기분을 나누고 싶었죠.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랬던 그의 바람이 반응으로 돌아오는데 줄잡아 반년 정도 걸렸다. 유기농 재료뿐만 아니라 자연발효 효모를 사용하고 보존료나 방부제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 '고집'으로 이룬 성과다. 같은 종류의 빵을 하루 세 번 굽는 등 신선함을 유지한 것 역시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요인이 됐다. 그렇게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관광객들까지 찾는 '유명 빵집'으로 이름을 올렸다.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매일 오전 8시면 곰보빵과 팥빵을 만들고, 오전 9시는 도넛이 채 대표의 손 위에서 모양을 잡는다. 오전 10 식빵과 모카번, 오전 11시 카스텔라 빵과 건강빵, 오후 3시 케이크, 오후 5시 곰보빵과 팥빵의 순으로 빵을 굽는다. 그의 정직함이 인터넷 블로그와 SNS를 통해 알려졌고 오늘을 만들었다.(고유 아이템.Only one)

△"빵은 나눔의 상징"
통밀.호밀로 만든 건강빵들 사이 새우바게트.터틀브래드(거북이빵), 시그니처 메뉴인 팡도르 등등 전국적으로 맛 소문이 난 제품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채 대표의 24시간은 늘 부족하다.
대한민국 제과.제빵 기능장 자리까지 오른 채 대표는 후배 양성을 위해 시간을 쪼개고 있다. 제주한라대학교 관광학부 호텔조리학과에서 빵을 미래를 건 후배들에게 '열정'과 '신념'을 전수하고 있다. 채 대표는 "'제과제빵'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주는 분야"라며 "프랜차이즈로 쉽게 문을 여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 자신만의 철학과 기술을 갖춘다면 해볼만 하다"고 코칭했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은 그는 물론이고 그가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사항이다. 채 대표는 한라대학교와 가족회사를 맺고 제과제빵 기술 외에 '사람'을 가르친다. 포항 한스드림이나 광주 베비에르, 대만 제과점까지 국내외 유명 제과점과 협약을 맺고 직원 정기 연수를 진행하는 등 '사람'에 투자한다. 대를 잇는 빵집이라는 두 번째 꿈은 그의 딸에게 바통이 넘겨진 상태다.
빵집과 후배 양성 외에 채 대표는 '재능기부'에도 투자한다. 그를 지켜보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지역 아동센터와 주민센터에 고소하고 훈훈한 빵 냄새를 피운다. "빵은 나눔의 상징"이라는 그의 말이 꼭 들어맞는 부분이다.(절실함·성실성.Spirit) (네트워크.Network) (기본에의 충실.Ground)'
△ '이름'의 자부심
'잘 나가는'매장에 더 무엇이 필요했던 걸까. 아니 꼭 필요한 도움이 보태지며 지금의 위치를 지키게 됐다.
제주도 경제통상진흥원의 골목상권 시설 개선과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실내 인테리어를 바꿨다.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는 만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실내를 자연친화적 분위기로 바꾸는 것 만으로도 손님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채 대표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빵을 만드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죠. 거창한 홍보 보다는 진심을 전하는 것이 더 큰 효과가 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몇 번이고 망설였던 빵 포장지도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바꿨다.
채 대표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빵을 파는' 곳이 라면 동네빵집은 이웃들과 '넉넉함'을 나누고 세월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며 "이웃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언젠가 내 아이가, 또 그아이의 아이가 내 이름을 단 가게에서 매일 빵을 굽고 동네 역사를 만든다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고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고 미 기자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빵은 눈물이고, 나눔 입니다.
포항 한스드림 한상백 쉐프인 막내동생은
하얀 밀가루는 순수하다고 합니다.
항상, 건승하시고 대박나는 빵가게를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
짜요. 화이팅. 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