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희망'을 쓰다 9. 하나로친환경세탁 윤순오 대표

지난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의미있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일본 성공한 강소(强小)상인 30명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결론은 'S.T.R.O.N.G'. '절실함·성실성(Spirit)', '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고객관계(Relation)', '고유 아이템(Only one)', '네트워크(Network)', '기본에의 충실(Ground)'의 앞 글자를 모았더니 말 그대로 '힘'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원장 김진석)을 통해 골목상권에 위치한 165㎡ 이하의 소규모 슈퍼마켓, 제과점, 세탁소 및 100㎡ 이하의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시설개선사업(30개소)와 경영컨설팅(100개소)이 이뤄졌다. 올해의 경우 사업제한면적을 100㎡ 이하에서 165㎡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 지원대상도 일반음식점까지 확대해 점포당 600만원 이내의 시설개선사업과 고객서비스 향상, 경영마인드 혁신을 위한 경영 컨설팅을 했다. '힘'을 얻은 골목상권들의 오늘을 통해 그 비결을 엿본다.
합성세제로 건강 위기…친환경세제 개발에 집중
수차례 시행착오 거치며 세탁 공정별 세제 완성
재료 직접 확보…"환경 지키지 않으면 위험'신념
투자를 통한 '효과'확인, 구두.가방 특화 등 도전
△ 내 몸에 먼저 맞아야
"몸에 바로 닿는 건데 허투루 할 수 있나요. 내 몸이 아프고 나니 더 그 중요성을 알게 됐죠"
'친환경'을 내건 세탁소는 여럿 있지만 실제 세제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세탁소는 드물다. 하나로친환경세탁 윤순오 대표(50)는 벌써 10년째 친환경 세제를 쓰고 있다. 세탁소는 윤 대표의 말을 듣기 전 이미 뭔가 다른 느낌으로 채워져 있었다. 분명 익숙한 '세탁소 냄새'가 없었다.
윤 대표가 세탁 일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의욕 넘치는 20대 중반 일을 시작하면서 욕심을 낸 것이 화를 불렀다. 한창 사업을 키울 때로 기억했다. "서른 초입인 것 같네요. 한참 일을 늘릴 때였죠. 세탁물이 늘어나고 시간 경쟁까지 하면서 세제사용량도 덩달아 늘었어요. 한 달에 20ℓ 용량의 표백세재를 6~7통을 써댔으니 몸이 남아날리 없었던거죠" 당장 몸에 이상이 생겼다.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팔다리가 굳는 느낌에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전에는 없는 피부이상증상까지 생기는 등 일상 생활이 힘들어졌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싶었을 때 우연히 '친환경 세제'와 관련한 방송을 보게 됐다. 환경 호르몬이나 인공세제의 유해성 같은 것을 알게 되면서 뭔가 바꿔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윤 대표는 "형광증백제나 계면활성제 얘기를 들어본 적 있냐"며 "세탁을 빨리 하는데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인체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그렇게 출발한 고민은 지금까지도 윤 대표를 따라다니고 있다. (절실함·성실성.Spirit)

일단 결심은 했지만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금처럼 '친환경'이 대중화되지도 않았던 때라 윤 대표는 약초와 관련한 책은 학술서적까지 구해 읽기 시작했다. 적당한 배합 비율을 찾지 못해 한 3년은 썩은 풀이며 약초, 나무 열매를 따위를 버리고 또 구하기를 반복했다. 인터넷을 뒤져 일본의 천연화장품 정보를 찾은 것이 그를 살렸다. 윤 대표는 "누가 보면 미친 짓이었지만 정말 진지했다"며 "그렇게 시행착오를 한 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공정은 다 직접 만든 세제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탁소 곳곳에 친환경 재료가 눈에 들어왔다. 상황버섯에 칡.더덕.하수오 같은 뿌리며 편백, 녹나무, 오미자, 어성초, 각종 해초 등이 건조나 발효 등의 공정을 거쳐 세제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왠만한 세탁은 밀가루와 설탕 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호언했다.
실제 윤 대표가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얼룩의 특성에 따라 배합하는 재료를 바꿔준다. 의뢰가 들어오면 세탁물 특성에 따라 즉석에서 세제를 배합해 쓴다. 한 켠에 세제로 쓸 약초를 계속해 달이는 모습도 여느 세탁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냉장고도 천연 재료 보관용으로 변한지 오래고, 재료별로 습기며 온도 관리까지 애지중지다.
섬유유연제도 직접 만들었다. 윤 대표는 "파라벤이란 성분을 주의해야 한다"며 "구연산이나 무.고구마, 막걸리, 커피를 이용하면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향에 섬유도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운동화 찌든 때를 빼고 낡은 가죽옷이나 명품 가방 얼룩과 광택까지 친환경세제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맞춤형 세탁병원'이란 이름도 내걸었다. 윤 대표는 "실크 같은 동물성 단백질도 친환경세제로 처리할 수 있다"며 "각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차고 따뜻한 성질을 어떻게 다룰지, 서로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내는지를 확인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윤 대표는 모나 실크, 레이온 등을 물빨래 처리할 수 잇는 경단백질 세제도 고안해 활용한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검증까지 받았다.
수 십 권은 되는 전문서적은 얼마나 읽었는지 손때가 잔뜩이다. 세탁물 접수를 하고 오염 등에 대한 처리를 한 뒤 고객 반응까지 꼼꼼이 정리한 고객 카드는 윤 대표의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재료들 모두 윤 대표가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직접 구한다. "몇 번 오일장에서 재료를 사왔는데 중간 처리 때문인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재료를 사다가 세제를 만들면 비용부담이 커져서 세탁비를 올릴 수밖에 없어서 직접 발품을 팔기로 했다"
재료들을 가능한 쪄서 자연 건조하는 것도 윤 대표만의 비법이다. 윤 대표는 "몇 번 찌고 오래 말리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잡냄새도 없고 효과도 좋다"며 "먹어도 몸에 무해할 정도"라고 귀띔했다.(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골목대장'효과에 자신감 부쩍
66㎡(20평)가 채 안 되는 공간은 전산화된 시스템 덕분에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세탁한 옷은 접수번호에 맞춰 정리를 하고, 한켠에는 '한 1년은 젊어진' 운동화나 구두가 오와 열을 맞추고 있다. 모자와 가방까지 각각의 특성에 맞춰 처리된 후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15년 전 현 위치에 간판을 걸었을 때는 그나마 동네 장사가 됐다. 계속해 상권이 커지면서 경쟁업체도 늘고, 일방통행으로 접근성에 제약을 받으면서 다른 세탁소들과 마찬가지로 매출에 변화가 생겼다. 윤 대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소비자는 똑 같다"고 말했다.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기 맡기면 깨끗해진다'는 신뢰만 지키면 고객은 늘 찾아온다"며 "이왕이면 가격이 착하고 서비스가 좋은 것을 찾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세제라고 재료 구하기가 어렵고 만들기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섬유탈취제로 '계피'만한 것이 없다. 윤 대표는 "계피를 소주에 넣어 한 일주일쯤 둔 뒤에 물을 적당히 섞어주면 좋은 향과 탈취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물을 많이 넣으면 부패 가능성이 있으니 아끼지 말라는 팁도 일러준다.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까지 생기면서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윤 대표지만 도경제통상진흥원 시설개선 및 컨설팅 지원 사업 신청을 하고 반성을 많이 했다고 했다.

윤 대표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지원 예산보다 많은 돈을 투자해 세탁소 바닥 등 구석구석을 손봤다. "친환경세제를 만드는 동안 뭐 때문에 사서 이런 고생을 하냐 싶었던 적도 있었다"며 "그만큼 투자를 한 덕분에 지금 이렇게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설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정리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윤 대표는 SNS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저장이 가능하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이정도 하고 보니 사람과 환경이 같이 맞물려 산다는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며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세탁소'에 대한 생각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명확한 목표 설정.Target) (네트워크.Network)' 고 미 기자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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