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무너지는 '제주해안' 살리자 6. 제주서부 해안

용머리해안 서쪽에 위치한 안덕면 사계리 황우치(항만대)해변은 천혜의 해안절경을 자랑했던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초 화순항에 1㎞의 방파제 축조로 조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모래가 유실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황우치해변은 4~5년전만해도 어느 정도 모래사장의 형태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남아있던 모래마저 유실, 암반과 바위가 드러났다.
더구나 육지부 방향으로 모래와 토사침식이 진행되면서 인근에 소나무군락지의 지반을 심하게 깎아내렸고, 나무가 쓰러지거나 뿌리를 드러내 고사하고 있다.
제주도는 용머리해안 앞바다에 물속에 설치하는 방파제인 '잠제'축조 공사를 지난해부터 시작해 2017년 완공할 계획이다. 잠제공사가 완료되면 해안으로 밀려오는 조류와 파도의 유속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정읍 하모리에 위치한 하모해변 역시 불과 십여년 전만해도 드넓은 백사장으로 모슬포에서 유명한 제주도지정 해수욕장이었다. 하지만 동쪽에 방파제가 축조되고, 해안도로까지 개설되면서 모래유실이 심각해졌다.
하모해변은 모래에 묻혀있던 검은 암반이 들어날 정도로 모래유실이 심각해지면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폐장됐다. 그나마 2012년부터 매해 여름철마다 다른 지역에서 모래를 공수해 정비하는 작업을 통해 비지정해수욕장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까지 이어지는 해안사구도 조류·파도와 바람 등에 의해 침식이 가속화되면서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해변에서 유실된 모래가 인근의 마을어장을 뒤덮으면서 어자원의 황폐화되고 있고, 포구나 항만에 쌓이면서 수시로 준설작업을 해야 하는 등 2차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해안은 검은색의 용암바위로 이뤄진 장대한 절벽과 파란색 바다가 어우러져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울창한 해송림과 잔디밭 등이 넓게 분포해 있어 도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990년대 당시 북제주군은 38억원을 투입해 애월읍 하귀리에서 애월리까지 10㎞에 걸쳐 해안도로가 개설했다. 애월해안도로가 개설된 후 한적하고 평화로웠던 이 지역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애월해안도로가 들어선 직후 제주시 용담동-도두동 구간의 해안도로와 마찬가지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해안경관이 훼손됐다. 최근에는 펜션과 콘도 등 대규모의 숙박시설이 경쟁적으로 건설되면서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
애월해안이 깎아지는 기암절벽으로 강인한 느낌을 준다면 한림해안은 완만한 경사에 조간대(해안에서 만조선과 간조선 사이의 부분)가 넓게 분포해 평안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한림해안 역시 귀덕리와 옹포리를 잇는 8㎞의 해안도로가 개설된 이후 난개발로 옛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한림해안은 다른 곳에 비해 완만하게 육상과 바다가 이어졌기 때문에 해안도로가 바다와 매우 밀접하게 개설됐다.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초까지 조간대를 따라 해안위로 도로공사가 진행되면서 용암암반들이 매립되거나 파손됐고, 해안생태계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구나 당시 지역주민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조간대를 통과하는 노선까지도 계획됐다. 결국 담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옹포천 하부조간대를 가로지르는 1.6㎞의 해안도로가 개설, 자연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림항 서쪽 매립지와 옹포리를 연결해 주는 중간지점에 옹포천 하부 조간대와 바다를 연결하는 물길통로를 만들지만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현재 집중호우시 옹포천을 통해 육상에서 내려온 토사와 부유물들이 쌓이면서 하부조간대는 온갖 퇴적물이 쌓이면서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한림해안도로는 해안과 밀착하게 개설되면서 해안선 변화와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북군은 자연친화적으로 도로를 개설했다고 강조했지만 해안환경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해수면 상승과 풍화작용 등의 자연요인으로 경제적 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용머리해안은 경제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인공적인 개입도 제시됐지만 행정기관과 지역주민들은 자연과 원형보호를 선택했다.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용머리 해안 산책로는 수천만년 동안 쌓인 사암층이 오묘한 해안절경을 이루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해양관광지다. 길이 600m에 높이 20m의 해안절경이 이어지면서 2011년에는 천연기념물 526호로 지정됐으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도 등재됐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밀물때가 되면 용머리해안 산책로가 물에 잠기고 있다. 용머리해안이 바닷물에 잠겨 통제되는 날은 일년 가운데 80일이 넘고, 하루에 3~4시간 부분통제되는 날을 합하면 전체 출입통제 일수는 연간 200일 정도에 이른다.
더구나 풍화작용 등으로 인한 낙석사고까지 겸치면서 용머리해안 통제일수는 더욱 증가, 지역상인의 경제적 손실이 커졌다.
서귀포시는 용머리 해안 출입통제가 늘어나고, 지역상인들의 원성도 증가하자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개방일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자연현상임을 감안해 현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안산책로 암석위에 별도의 인공구조물을 설치할 경우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용머리해안의 지질과 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고, 절벽에 낙석방지를 위한 제방공사 등이 진행될 경우 원형파괴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당장은 경제적인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원형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해안경관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용머리 해안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현상을 체감할 수 있도록 2012년에 용머리 서쪽 해안가에 기후변화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