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로 울고 있을 때/당신이 꿈 속에서 말씀하셨습니다/상처가 유익하다고/분함으로 화살을 쏘려 할 때/찢어지는 건 내 가슴이었습니다/나를 용서하라고//실패의 길목에서 혼자 서성일 때 /당신은 지혜의 친구를 보내주셨습니다/겸손하라고…”(‘내가 고백할 때’중에서)
 지난해 가을 2억원을 출연해 신성학원 소화장학재단을 설립한 신성여고 출신 전업주부 김효순씨(9회·54·서울시 서초구 반포4동)가 시집 「내가 고백할 때」를 상재했다.

 도서출판 ‘마을’에서 나온 이 시집은 투병생활로 고통과 좌절을 겪던 그에게 고통을 껴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한 신앙생활의 기쁨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책이다.

 김씨는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 아니다.서른아홉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걷기조차 힘든 절망적인 삶을 살던 그에게 글을 쓰게 한 것은 투병의 아픔을 극복하고,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준 하느님과의 만남의 기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또한 자신처럼 육체적 아픔으로 고통받고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는 마음으로 3년전부터 시를 쓴 것이다.

‘수술실’‘물리치료’‘새벽미사’‘기도원에서’‘여린 뿌리에’‘빈 십자가’ 등 50여편의 시어 속에는 오랜 투병생활부터 새 삶을 찾기까지의 과정과 이후의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신앙생활을 담고 있는데 투명하고 절절한 문장은 읽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게 한다.

 “손에 힘이 없어/문을 열지 못하고/팔이 올라가지 않아/머리카락을 빗을 수 없습니다//불거진 발가락으로/신발 신기는 어렵고/무릎도 아파 걷기조차 어렵습니다//…//가족들이 아껴준다 하여/내 고난을 나눌 순 없습니다/힘겨움은 혼자의 각고(刻苦)이고/오로지 나의 십자가일 뿐입니다//…//아,내 전부를 가져가버린/상실의 끝,바로 거기서/나를 기다리는 당신을 만납니다//당신은/좌절의 바다 바로 그 위에서/나를 끌어올리십니다”(‘여린 뿌리에’중에서)

 함세웅 신부는 책머리에서 “김 데레사(세레명)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언어로 하느님께 아뢰고 하느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그녀의 투병은 죽음과 싸운 참으로 처절한 고통이었습니다.이루 형언할 수 없었던 과거의 아픔과 좌절을 그녀는 이제 차분한 마음으로 되뇌고 있습니다.이 시집은 바로 김 데레사님의 삶이며 기도다”고 평가했다. <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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