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무너지는 '제주해안' 살리자 8. 제주동부 해안

제주동부 해안은 기암절벽과 용암석, 해안사구 등이 드넓게 펼쳐져 천혜의 해안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2000년대초부터 경제논리를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원형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사진은 숙박시설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경관이 훼손되고 있는 월정리 해변. 김용현 기자

섭지코지 콘도·관광시설 개발 해안환경·경관 훼손 심각
월정리 해변 등 카페·음식점 밀집화 가속 원형 사라져

제주시 조천읍에서 서귀포시 표선면까지 이르는 제주동부 해안은 함덕·김녕·월정·신양해수욕장 등 해변이 분포해 있고, 기암절벽과 용암석, 해안사구 등이 드넓게 펼쳐져 천혜의 해안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2000년대초부터 경제논리만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원형이 심하게 훼손됐고, 경관사유화 문제도 야기되는 등 체계적인 보호대책이 시급하다. 

△대규모 개발로 시름하는 섭지코지

제주해안은 검은 용암석과 함께 사구(모래언덕)라는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수만년전부터 해류와 연안류에 의해 운반된 해변의 모래가 북서계절풍에 의해 내륙으로 다시 운반되면서 해안선을 따라 평행하게 쌓인 모래언덕이 드넓게 분포하고 있다. 

제주의 해안사구는 육지지역과 달리 해저로부터 공급된 패사인 석회질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표적인 곳이 성산읍에 위치한 섭지코지다. 

섭지코지의 남쪽해안의 기암절벽에는 주상절리 등이 잘 발달돼 있어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동쪽 해안 끝은 북쪽의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남쪽까지 시야가 트이면서 해안경관 관광지로 유명하다. 현재 등대가 설치돼 있고, 제주도의 25개 봉수대 중 8기의 봉수대(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23호)가 있다.

이처럼 섭지코지는 모래언덕과 함께 기암절벽과 패총 그리고 해변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고, 성산일출봉과 어우러진 해안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섭지코지는 보광휘닉스아일랜드와 오션스타 레저콘도 등 대규모 숙박시설과 관광시설 등이 잇따라 조성되면서 해안사구의 원형을 잃고 있다. 

섭지코지 해안과 모래언덕은 대형건물에 영향을 받으면서 경관적인 가치를 잃어가고 있고, 더구나 신양리 패총 3지구 상당지역에 대형건물이 건설되는 등 들어서는 등 환경 및 문화재 훼손 논란까지 커졌다. 

섭지코지 일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해안경관이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는 콘도와 리조트 등의 건물이 섭지코지를 가로질러 조성되면서 성산일출봉을 가로막고 있다. 때문에 해안과 언덕 그리고 등대에서도 제대로 볼 수 없다.

결국 공공자원인 섭지코지의 80%가 사기업에 넘어가면서 결국 해안경관이 사유화되고 있고, 원형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섭지코지는 애초부터 해안경관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허용한 후 경관사유화로 이익을 보는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이익을 환수해 보전사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어야 했다. 하지만 해양관광단지 개발논리에 파묻히면서 결국 현재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카페촌으로 변질된 월정리 해변

구좌읍 월정리 해안지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적한 농어촌마을로 하얀 해변과 함께 모래언덕, 그리고 밭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형적인 제주의 해안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월정리 해안은 조간대와 함께 완만한 해안지대가 펼쳐져 있어 자연경관과 생태환경이 뛰어난 곳이었지만 개발의 손길이 닿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998년대 월정리-세화리 해안도로가 조성되면서 교통접근성이 좋아졌고, 2000년대 중반부터 도로변을 중심으로 난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해안원형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시골스런 분위기에 아름다운 해안으로 손꼽히는 월정리 해변은 현재 카페와 식당 그리고 숙박시설이 해안을 둘러싸이면서 이미 원형을 잃어버렸다. 

현재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시 도심권 해안도로(용담동-도두동 구간)처럼 급속도로 카페와 음식점 밀집화 되면서 자연경관을 사라지고 시가지처럼 변하고 있다.

더구나 월정리 해안도로는 사구와 해변사이를 가로지르는 코스로 조성됐고, 인근에 방파제 축조로 해류흐림이 바뀌면서 모래날림과 유입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북서풍이 부는 겨울철에는 해안도로에 너비 5~10m에 깊이 50㎝이상의 모래가 덮이고, 카페촌까지 모래가 쌓이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행정당국은 해안도로에 모래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인근의 모래언덕을 파헤치는 등 또 다른 환경훼손도 발생하고 있다.

구좌읍 세화리부터 김녕리를 거쳐 동복리에 이르는 구좌해안도로는 바다와 매우 밀접하게 조성되면서 조간대(해안에서 만조선과 간조선 사이의 부분)를 가로지르면서 해양생태계를 단절시켰다. 

더구나 조금만 바람이 세게 불거나 물결이 높아도 파도가 해안도로를 덮치는 등 월파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상당 구간은 월파피해를 막기 위해 파도차단벽을 설치하면서 해안경관을 막아버리는 등 바다조망이라는 해안도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조류 가운데 하나인 홍조류가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우도 홍조단괴 해빈.

'섬속의 섬'인 우도에 있는 홍조단괴 해빈은 해조류 가운데 하나인 홍조류가 성장하면서 만들어졌으며, 100% 가까이 홍조단괴로만 구성된 곳은 우도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다.

이러한 지질·해양환경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홍조단괴 해빈은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홍조단괴 해빈에 대한 항공 및 위성사진 분석결과, 면적이 1979년 10월 1만8318㎡에서 2014년 1만2765㎡로 34년 사이 30.3%(5553㎡)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홍조단괴 해빈이 유실된 주요 원인은 1993년 축조 호안을 비롯한 해안도로 등 인공구조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호안축조 이후부터 1만5000㎡대가 무너지며 2003년 1만4343㎡로 줄었고, 2010년 13275㎡, 지난해 1만2765㎡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시는 올해 1월 홍조단괴 해빈 보호방안으로 기존 호안을 철거한 후 해안도로를 따라 405m의 자연석 석축을 쌓은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1년 홍조단괴 해빈의 침식원인 및 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용역 당시에는 해빈 중앙부에 위치한 호안벽과 해안도로, 주변 건물 등 인공구조물로 인해 모래의 순환구조가 파괴되면서 침식이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해빈 중앙부에 위치한 모든 인공구조물을 철거해 원형복구하고,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결국 4년이 지나서야 절충안으로 해안도로는 유지하면서 호안 일부만 철거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해안도로를 유지하고 호안만 철거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모래의 순환구조가 회복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보호대책의 방향을 잡는 데만 4년 넘게 걸리는 등 허송세월하는 사이에 홍조단괴 해빈은 계속 유실되고 있다.

지질·환경·경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홍조단괴 해빈을 보호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가치를 살리는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원형회복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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