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모파상 「목걸이」

목걸이, 인간 욕망·상징가치 충분
소설 주인공 욕심·특유 반전 묘미
강한 교훈·간결한 문체 발휘 평가
물질 만능주의 세태 현대인 모사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연극이나 뮤지컬 정보를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제목을 발견하고 혼자 웃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걸이가 언제나 옳아요'라는 뮤지컬이 이달 중순부터 말까지 모극장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걸이는 정말 옳을까' 하는 생각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검색어를 인터넷 창에 띄웠더니 주르르 정보들이 쏟아진다.
이성 친구에게 받고 싶은 선물로 단연 목걸이가 1위에 올랐다는 것을 여러 군데서 볼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보석에 대한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 보석에 대한 욕망이라기보다는 어떤 증표, 상징의 의미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는 중학교 때인가 읽고는 얼마나 허망했던지, 작가의 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주인공 마틸드 로와젤이 느꼈을 허망함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가짜 목걸이를 모르고 인생을 빚 갚는 일에 써버리다니. 너무한 일이야'라며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억울해했던 작품이 모파상의 「목걸이」다. '그러니, 분에 넘는 사치는 금물이야'는 교훈도 새겨가면서.
인생을 빚 갚는 일에 써버린 운명
주인공 마틸드는 가난한 하급공무원의 아내이다. 매력적이고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를 지녔지만 가난한 하급 공무원의 처지로는 그의 용모에 걸맞는 행색을 갖출 수 없었다. 어느날, 남편이 문부성의 장관 부부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초대 받았다는 얘기를 한다. 무도회에 걸맞는 옷차림과 치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마틸드는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남편은 비상금을 내놓으며 옷을 사라고 한다. 옷은 겨우 마련했지만 옷에 어울리는 장신구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무엇을 입고 가야할지 걱정이었다.
결국 마틸드는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무도회가 끝나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 목걸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찾아도 목걸이는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와 똑같은 것을 사기 위해 집까지 팔고 빚을 지게 된다. 10년 동안이나 궁핍한 생활을 견뎌가면서 겨우 빚을 갚게 되는데….
어느 일요일, 산책을 하던 마틸드는 우연히 친구를 만나게 된다. 친구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다. 그에 반해 마틸드는 심신이 피곤한 상태로 주름진 얼굴과 노쇠한 모습이 역력했다. 친구는 마틸드의 변한 모습에 놀라며 무슨 사연이 있냐고 묻는다. 이때 마틸드는 자신이 목걸이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사연을 말하게된다. 그런데 친구는 그 목걸이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간의 허영심과 결말을 겨냥
책의 마지막 문장, "마틸드! 내건 가짜였어, 기껏해야 500 프랑밖에 나가지 않는…"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다. 모파상 특유의 간결체와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문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주인공이 겪었을 허망함을 생각하면 독자들이 오히려 미안함을 느낄 만한 구절이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그렇지 하며 괜시리 작가인 모파상을 원망할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은 달리 해석이 필요치는 않다. 누구나 자신의 몸매나 외모를 뽐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것이 하급공무원의 아내이든, 장관의 아내이든, 그 반대의 성을 가진 사람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문제는 맘껏 뽐낼 수 있으려면 그에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풍족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소설의 주인공 마틸드는 돈이 었었기에 친구의 것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어쩌다 잃어버린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10년이란 세월을 저당잡힌 신세가 얼마나 고달프고, 허망하겠는가.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은 주인공의 허영심이니 사치니 하는 것보다 보석 하나의 값이 10년치 월급을 저당잡힐 만큼이나 큰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이니 지금의 시장가격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치더라도 물질에 대한 지나친 가치 부여는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성년식에 받고 싶은 선물 1위', '100일 기념으로 받고 싶은 선물 1위' 목록에 반지, 목걸이와 같은 보석 및 악세사리류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인의 실제, 그대로 담아
청소년들에게 물었더니, '분수에 맞춰서 살아라'는 말처럼 짜증나게하는 말도 없다고 한다. 어른들도 분수에 맞춰 살지 않으면서 자신들한테만 그런 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인 말과 행동을 청소년들은 이젠 신뢰하지 않는다.
물질중심주의가 낳고 있는 정신의 황폐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병페라는 식의 진단도 이제는 진부하게 들린다.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이냐?" 하는 반문만 되돌아온다. 그래서 작품 속의 마틸드가 보여준 허영심의 최후가 그토록 비참하다는 등의 말은 의미없다. 대신, '분에 넘치는 사치와 허영을 멀리하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없으면 빌릴 수도 있는 용기와 융통성 필요하고, 빌렸으면 안전하게 사용하다 되돌려주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이 더 현실적이다. 요즘 시대는 개인을 소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욕망을 극단으로 부추기고 있다.
모파상의 작품에 나온 주인공들은 대체로 물질 지향적이고, 깊은 정신의 고양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모파상은 현대인의 실제를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그대로 모사(模寫)하고 있다. 그들의 성격 또한 이상증세를 갖고 있다거나 몰염치, 무지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이상 성격이라기 보다는 시대가 낳은 이상증세다.
그러한 인물의 성격을 형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문체 또한 주관이 배제된 건조체의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내용과 형식으로써 현대사회,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자 한 전략이다.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 작가 소개 - 기 드 모파상(1850~1893년)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은 노르망디의 미로메닐 출생의 소설가이다. 그는 어머니의 어릴 때부터의 친구인 귀스타브 프로베르에게서 직접 문학지도를 받았다.
1874년 프로베르의 소개로 에밀 졸라를 알게 되었고, 또 파리 교외에 있는 졸라의 저택에 자주 모여 젊은 문학가들과도 문우관계를 나누었다.
1875년 처음으로 지역신문에 단편 '박제된 손'을 발표, 「비계덩어리」를 발표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모파상은 27세 경부터 신경질환을 앓기 시작하였으며, 그러면서도 10년 동안 단편소설 약 300편, 기행문 3권, 시집 1권, 장편소설 「죽음처럼 강하다」(1889년), 「우리들의 마음」(1890년) 등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