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의 해양 생태보고서 17. 아열대화 진행

세계적인 수중생태환경을 품고 있는 제주연안에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생물 종 다양성 보전과 해양의 전반적인 관리방안이 절실하다. 사진은 같은 종끼리 서식하는 연산호가 9종이 섞여 밀집한 모습이다. 이는 먹이원이 충분한 한정된 곳에 뿌리붙일 암반이 모자라고 수온상승으로 연산호의 번식이 왕성한 결과다.

제주바다 40년간 수온 1.2~1.6도 올라
열대·아열대종 대다수 차지 변화 주목
백화현상 등 해조·산호류 서식지 감소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진행중이다. 기상청 보고에 따르면 2070년에는 한반도 남녘 전체가 아열대기후에 편입된다. 2100년에 이르면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아열대가 된다. 물론 바다를 포함한 예측이다.

기상변화에 민감한 제주

제주바다 수온은 최근 40년간 1.2~1.6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온상승은 바다수위를 높이게 되는데, 한반도해역의 평균 해수면은 최근 40년간 약 10㎝ 상승한 결과가 나왔다. 현재 제주바다의 아열대화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아열대화란 결국 지구상에서 가장 무더운 적도의 아열대가 북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적도와 보다 가까운 제주도는 북상하는 태풍을 먼저 맞아야 하는 것처럼 아열대화 역시 가장 먼저 표식이 드러난다. 적도에서 발생해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쉬지 않고 북상하는 쿠로시오해류. 이 난류를 따라 올라오는 열대, 아열대 수중생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배가 되고 있다. 일단 제주바다에 정착한 수중생물들은 이를 기점으로 수온상승률에 따라 서해, 남해, 그리고 동해로 더 북상할 준비를 하게 된다. 제주바다가 점차 아열대화 되는 과정은 각종 수중생물들의 변화에 따른 현상에서 나타나지만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대상은 이동성이 쉬운 물고기들의 변화다.

동중국해, 대만, 제주 등 따듯한 물에 서식하는 아열대성의 자리돔은 수온 상승 여파로 이미 오래전 남해와 부산 일대 바다로 상당수가 올라갔다. 최근에는 더욱 북상해 울릉도, 독도해역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열대어들의 증가

간혹 보이던 아열대성의 주걱치, 줄도화돔, 파랑돔 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제주연안의 수온이 점점 산란에 적합해지면서 대거번식의 기회가 된 것일까.

특히 지난 가을철에는 낮은 수심에 구름처럼 몰려있는 치어 떼들을 보고 처음에는 종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들이 조금 더 성장하면서 주걱치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대로라면 주걱치의 개체수가 자리돔과 비슷하다가 어느 순간 제주바다에 가장 흔한 어종으로 불릴 날도 머지않을 듯하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2010년 제주해역 해중경관 모니터링 보고서에는 제주연안에서 발견되는 어종은 열대어종 64.2%, 아열대어종 25.4%, 온대어종 10.4%로 나타났다. 단기간 조사였지만 그 이전에 축적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제주연안에서 발견되는 열대, 아열대어종이 전체 어종의 80~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후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필자가 수중에서 직접보고 느낀 바로는 최근 아열대종의 산란확대와 신종출현빈도를 미뤄 과거 5년 단위와 최근 5년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차가운 물이 따뜻해지는 것과 이미 데워진 물이 더 따뜻해지는 차이로 해를 거듭할수록 아열대성 생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란 것이다.

드물게 4~5마리쯤 발견되던 파랑돔이 수십 마리씩 떼를 짓고 있다.

고착생물의 변화

일생을 한자리에 붙어 살아야하는 산호나 해조류 등은 어떤 방식의 변화든지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975년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아열대성 독성의 분홍멍게는 그간 잠재해 있다가 2008년 산란에 적절한 수온이 도달하자 서귀포 전 연안의 빈 암반을 빼곡하게 채워가며 급속도로 대량번식을 했었다. 이 시기의 산호와 해조류 등은 더 이상 번식해나갈 자리가 없어 3년여 번식을 멈추기도 했다. 분홍멍게의 천적은 큰 파도로서 태풍이 올 때마다 떨어져 나가 수명을 다했지만, 파도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지금도 잔여세력이 남아있다.

또 하나의 예는 몸체가 석회질로 이뤄진 돌산호들이다. 대표적으로 그물코돌산호, 거품돌산호이며, 수온상승으로 5~15m 수심의 암반 점유율이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돌산호들이 암반을 차지함으로서 해조류, 산호류들의 서식환경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조류가 백화현상으로 줄고 있는 실정이다. 그물코돌산호는 납작한 형태로 암반을 덮고 자라 개체마다 직경 50㎝를 훌쩍 넘기며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거품돌산호는 주먹만 하지만 군집을 이루고 암반을 잠식해나가는데, 군락지가 상상외로 넓고 빽빽해 그 속에는 다른 종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본래 아열대해역에서는 해조류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돌산호들이 낮은 수심까지 점령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고수온에 해조류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미루어 수온이 높아질수록 제주연안의 해조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적극적 환경 실천주의 필요"
 

연안생태계 지속되는 위기

수온상승이 계속될수록 생물의 이동이나 번식이 왕성해지고, 신종출현이 지속되면서 기존 어패류 등에게는 자칫 먹이가 부족할 수 있다. 해저에 모래지형을 빼고 나면 얼마 되지도 않는 암반을 두고 자리다툼하는 고착생물들의 생태교란은 일시적, 혹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성이 잠재돼 있다. 제주연안이 완전히 아열대가 된다면 먼저 해조류의 소멸로 이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각종 어패류들은 물론 어민 등에게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같은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시나리오는 암울하다. 문명을 추구하는 한 지구온난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수위를 낮추고자 전 세계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아닌가. 세계적인 수중생태환경을 품고 있는 제주연안이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생물 종 다양성 보전과 해양의 전반적인 관리방안이 절실하다. 우리는 이 노력에 부흥하기 위해 개개인의 적극적인 환경 실천주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환경변화는 우리가 이에 적응하는 방법까지 새로 터득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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