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사로서 청각장애인들의 귀와 입이 돼 주고 학대아동을 돌보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는 천사보육원의 이복희씨(26·북군 애월읍)는 신세대 사회복지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뛰어든 자원봉사의 길. 이씨가 자신의 20대 청춘을 봉사라는 화두에 쏟은 지 8년째를 맞고 있다.

 이씨가 처음부터 적은 봉급에 중노동이나 다름없는 사회복지사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과 보낸 첫해는 이씨에게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장애가 뭔지도 모르고 봉사를 시작했어요. 나이도 어릴 때라 ‘어떻게 하면 이곳을 빠져나갈까’하고 고민할 때가 더 많았죠. 하지만 이젠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느낍니다”

 이씨는 한국농아인협 제주도협회에서 일하면서 각종 행사와 지역방송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통역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가구회사 ‘나무와 손’에서 사업을 돕기도 했다.

 장애인 복지를 공부하고 싶어 사회복지사 교육을 받은 이씨는 현재 천사보육원에서 학대받은 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장애인 복지만큼 중요한 것이 매를 맞는 아이들의 행복이에요. 가정과 사회의 그늘 속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다시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보육사를 선택했죠”

 아이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금방 자신을 엄마처럼 따른다는 이씨는 부모들이 데리러 올 때는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딱딱한 시설분위기가 아닌 집처럼 편안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중이다.

 3, 4일에 한번 집에 가는 날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보육원에서 보내는 이씨. 그러나 이씨의 앙증맞은 얼굴에는 ‘불만없다’는 웃음만이 넘친다. “남자친구 사귈 시간도, 친구들과 만날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보다 아이들 돌보는 게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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