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 7부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4. 전승보전 패러다임 전환

'무형문화재'의 기준이 달라진다. 제주잠녀·잠녀문화 전승·보전에 있어 '원형 유지'보다는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조금 늦었지만 '문화재(유산)'등재 작업도 탄력을 받아야 할 시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가 탄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형문화재법 28일 발효…'공동체' 전형 유지 가능
전통지식·생활관습·사회적 의식 복합 '상징적 의미'
학생 교류를 통한 '전파' 등 지속 가능성 확보 필요
문화재 지정 법적 장치 구비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무형문화재법)이 오는 28일 발효된다.
앞서 1월29일에는 '보유자 등의 인정기준 및 절차'에 묶여 중요 무형문화재 등재를 하지 못했던 항목에 대한 지정 근거를 구체화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발효됐다.
이런 법적 장치의 구비는 그동안 단편적인데 그쳤던 '제주잠녀·문화' 전승·보전에 있어 큰 힘이 된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에는 '중요 무형문화재의 보유자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신설, 해당 중요 무형문화재의 기능 또는 예능이 보편적으로 공유된 것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만이 해당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항목에 대해 특정 보유자·단체 없이 문화재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화재보호법에서 분리되는 무형문화재법은 보다 구체적이다. 유형문화재와 달리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무형문화재의 성격을 반영하고 각종 진흥책을 마련해 전승 의욕과 전통문화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 포함됐다.
무형문화재법이 발효되면 무형문화재 범주가 기존 기능·예능에서 지식·생활양식·사회의식 등 생활문화 전반으로 확대된다. 또한 무형문화재 유지 및 전수 원칙이 '원형(原形)'유지에서 '전형(典刑)'유지로 바뀌게 된다.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 보호협약 기준에 맞춰 무형문화재 범위를 확대, 지정 범주가 7개로 늘어났다. 기존에 존재하던 기·예능 범주인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외에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등 5개 범주가 추가됐다.

장기적 관점 대책 필요
제주잠녀문화는 이미 2012년 우리나라 무형유산 국가목록(제주해녀문화)에 등재된 상태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전승·보존 의지만 밝히면 '무형문화재'의 자격도 얻을 수 있다. '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물질기술) '구전전통 및 표현'(물 때 활용 등 민속지식)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물소중이 등 도구)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잠수굿, 불턱, 잠수회 등)이 복합된 문화 자산으로 인정받을 '법적 기반'은 이제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잠녀·잠녀문화는 현재 '해녀학교'라는 이름의 심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과정 수료자들을 잠수회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형'인 셈이다.
보다 관심을 둘 부분은 '미래'다. 지금이야 세계농업유산이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등의 흐름에 편승하는 분위기지만 당장 2~3년 후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움직임은 신경이 쓰이는 만큼 의미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미에현과 이시카와현에서 아마(일본 海女)를 현 문화재로 지정하고 문화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해녀문화'를 테마로 한 '한일학생 교류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5월 도바·시마시 아마 중심으로 지자체와 어업·관광·상공단체 참여해 설립한 '아마진흥협의회' 주도의 이 행사는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일본 외무성 펀드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만 제주대 15명 등 30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제민일보가 입수한 교류사업 보고서를 보면 그 효과가 분명해진다. 제주잠녀를 알고 있든 그러지 않든 참가 학생들은 '일본 아마'의 존재에 놀랐고, 그들이 느끼는 자부심을 동경하고, '지켜야할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평가했다.
※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제주 잠녀 문화의 유산적 가치 인정 |
| 국립무형유산원 12~3월 특별전 제주 잠녀 문화의 우수성과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하는 자리가 예정됐다. 전북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은 최근 공개한 올해 사업 계획에 제주 잠녀를 포함시켰다. 무형유산을 소재로 한 특화 전시 중 하나인 '해녀'특별전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이 기획한 '해녀'전시는 오는 12월9일부터 내년 3월 12일까지로 제주잠녀가 지닌 강인한 생명력과 개척정신, 상생 정신 등을 살필 수 있는 내용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시 기간과 내용 모두 허투루 보아 넘기기 어렵다. 특히 등재 여부와 관계없이 사전 전시 일정을 확정, 제주 내부 보다는 외부에서 보다 후한 잠녀문화의 저력을 확인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밖에도 5월 궁중·불교·무속 의례 등 전통의례의 위엄을 높이고 아름다운 무늬로 공예품의 품격을 더하는 '꽃'을 주제로 한 '장인(匠人)이 피워낸 꽃'(가제) 특별전(5월27일~8월15일)을 계획하고 있다. 4월 30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12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전주 얼쑤마루(공연장)에서 무료 상설공연을 펼친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흥겨운 놀이 '판판판!'(5월) △시대의 명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작고 보유자를 회고하는 '명인 오마주' (6월) △공모를 통해 새롭게 선정된 무형문화재 차세대 전승자인 이수자들의 한마당 '2016 이수자뎐(傳)'(7~8월) △시·도지정무형문화재 공연 '팔도무형유람'(9월) △'김장문화'와 '줄다리기'를 처음으로 무대 공연화하여 선보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10월) 등이 준비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