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지역을 관통하는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 문제가 드디어 법정 송사(訟事)로 확대됐다. 특히 이번 송사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제주도민이라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개발과 보존의 첨예한 대표적 상극(相剋)문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사건이 법정으로 비화됐다는 사실에서도 그렇고 판결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런지 가늠하기 어려워 우려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본란에서는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송전탑 건립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판단도 공익사업과 환경보전 가운데 어디에 우선을 두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겠지만 결국 그것은 도민의 절대적인 이익으로 귀결돼야 한다. 그러나 도민이익이라는 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금전이나 실물로 형상화되기 힘든 것이어서 장차 발생하게 될 이익까지 배제해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결코 가시화가 될 수 없는 비형상적이지만 향후 엄청난 재산적 가치는 물론이며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해서 환경을 온전히 보전하는 일을 광의(廣義)의 공익사업이라 생각한다면 문제해결은 쉽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송전탑 건설이 한창인 중산간은 마지막까지 개발이나 시설물의 설치를 억제해야할 보루이다. 송전탑설치공사 금지가처분신청을 낸 송당리 마을만 하더라도 제주도내에서 가장 빼어난 오름군락지이다. 때문에 오름을 관통하는 거대한 고압 송전탑 설치는 공익사업을 빙자한 개발폭력이라는 지적을 아니 받을 수 없다.

장차 증가하게될 동부지역 전기사용에 대비한다는 한전측의 설치 이유가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설치방법에 문제가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지중화 사업이 어렵다면 주민들의 요구처럼 주변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마을을 우회하여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설사 제주도의 경관영향평가를 거쳤다 하더라도 마을주민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수렴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손쉬운 방법이라고 해서 수려한 경관지에 시설물을 설치하려 한다면 그것은 개발을 앞세운 환경파괴일 수 밖에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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