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법 협상은 결국 의원들 머릿수를 줄이는 선에서 매듭이 됐다.엊그제 심야 표결처리된 새 선거법은 대부분 현행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그동안 개혁입법에 대한 국민적 기대마저 무산시켰다.

 새 선거법의 주요 내용은 현행 국회의원 의석수를 줄이고,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선거운동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집약되는 듯 하다.현행 2백99명인 의원정수를 지역구 26석을 줄여 2백73명으로 한다는 것이다.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밥그릇수를 줄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하지만 선거법 개정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소적이다.정치개혁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담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새 선거법에는 그동안 여야가 내놓았던 각종 정치개혁안들이 슬며시 자취를 감췄다.중앙당 축소 지구당폐지 문제라든지,중대선거구와 1인2표 정당투표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중앙당 축소 등의 문제는 현행 고비용 정치구도 타파를 위한 대안으로,중대선거구와 정당투표제는 지역감정에 편승한 지역정당구도의 고질적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관심을 모아 왔다.그럼에도 새로운 선거법에는 어느 것 하나 반영된 것이 없다.특히 국민참정권 확대와 관련,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 요구는 그것이 부분적으로만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불씨로 등장하고 있다.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선거법상 단체의 선거개입 금지(법87조)와 사전선거운동금지(법 58.59조)조항의 개정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그러나 개정 선거법은 이중 87조의 일부만 고쳐 낙천운동만 허용하고 낙선운동등은 사전선거운동으로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이는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의 제한과도 무관치 않은 문제로 시민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법의 안정성이 벌써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법이 법으로서의 위엄과 효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합목적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같은 맥락에서 정치개혁,정치발전의 공동 목표에서 출발한 여야선거법협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특히 권력의 주체인 국민이 이제 정치전면에 나서야한다는 시대적 당위성과 국민적 여망을 담아내지 못한 개정 선거법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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