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의 청소년 인문학 콘서트(51)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고대부터 문학 단골주제 '선과 악'
불평등한 사회 현실 함께 꼬집어
절망은 끝이 아닌 구원의 출발점
인간에게 과연 '선'이란 존재할까
최근 신문지상이나 TV 뉴스를 통해 몇몇 극악무도한 사건들을 보면서 인간에게 과연 선이라는 것은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맹자와 같은 사람은 측은지심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라 하여 힘들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빵 한조각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는데, 돌보고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을 보며 차마 인간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인간의 선악 문제는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학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욥기의 철학이 의미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레미제라블」은 1862년 작품이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작품은 프랑스 시민혁명을 소재로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빅토르 위고가 약 17년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나폴레옹시대와 그 이후 프랑스의 사회상과 정치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19세기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독재 시대, 프랑스 왕정을 거치는 동안 장발장이 겪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19세기의 프랑스 사회상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빅트로 위고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당대 프랑스의 비현실적인 사회적, 법적 불평등을 비판하고 있다. 작품은 모두 5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의 제목이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플뤼메 거리의 목가' '장발장'이다.
냉대와 편견에서 관용과 양심으로
주인공 장발장은 19년의 감옥살이를 하고 가석방된 사람이다. 그는 굶주린 누이와 그 자식들을 위하여 빵 한 개를 훔쳤다는 죄로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범죄자이기에 노란 딱지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어디를 가나 그것을 제시해야 했다. 노란딱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냉대와 편견에 시달리게 한다.
감옥에서 풀려나긴 했으나 살길은 막막하던 차에 그는 어느 날, 마리엘 주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주교의 은수저를 훔치게 된다. 다시 잡혀온 장발장에게 마리엘 주교는 오히려 은촛대까지 내주면서 "나는 당신의 영혼을 샀소" 라고 말한다. 이 말에 감복한 장발장은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신부의 자비로운 모습에 감동한 장발장은 자신의 이름을 마드렌느로 개명한 후, 도시 개발에 헌신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 결과 시장이 되기도 하지만 장발장 사건을 담당했던 경관 자베르의 끊임없는 추격을 피하지 못한다. 자베르의 의심마저 따돌리지 못한 장발장은 다시 갇히게 된다.하지만 감옥을 탈출한 장발장은 여공 팡틴의 딸 코제트를 악당들에게서 구해주고, 파리로 데려간다.
자베르의 계속되는 추격은 이어지고, 그들은 수도원에 몸을 숨기게 되고, 성인이 된 코제트는 마리우스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832년 6월,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키고, 공화당 쪽에 선 마리우스는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장발장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자베르는 간첩 혐의로 체포되지만 장발장이 나서서 자베르를 석방시켜 준다.
결국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마리우스는 부상을 입게 된다. 부상 입은 마리우스를 하수구에서 구해낸 장발장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자베르에게 발각된다. 그러나 자베르는 장발장과 마리우스를 체포하지 않고 풀어준다. 그리고 자베르는 현실적 법과 양심의 갈래에서의 조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자살한다.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결혼하고, 장발장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마리우스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 장발장임을 알게 된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보살핌으로 장발장은 마지막 생을 평안하게 마감한다.
인간은 누구나 선·악이 공존한다
작품에서는 끝없는 양심의 가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자들을 보호하려고 거듭 죄짓는 것을 마다하지 못하는 인간 장발장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순수하고 선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없는 은총을 베풀어준 밀리에르 신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항상 순수함을 잃지 않은 코제트, 경제적 어려움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 했던 팡틴, 장발장을 집요하게 추격하다가도 법과 양심 앞에 고뇌하는 자베르, 항상 정직하게 정도를 걷는 인물 마리우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구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인간의 내면 안에는 선과 악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누구의 삶도 딱히 선하다고만, 악하다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장발장이 남을 사랑하고 관용을 베풀 수 있는 것은, 절망은 삶의 끝이 아니라 구원의 출발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빅토르 위고(1802~1885)
프랑스의 시인, 극작가, 소설가, 사상가이자 행동하는 혁명가였던 빅토르 위고는 1802년에 프랑스 브장송에서 태어났다.
1817년 15세의 나이로 아카데미프랑세스의 시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문학에 투신, 26세에 첫시집 「서정시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평생을 정력적인 창작활동과 문학운동에 바쳤던 그는 낭만문학의 우상이었으며, 1885년 83세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민중의 양심을 위해 자신의 격정적인 삶과 문학을 바쳤던 작가라 할 수 있다.
특히 1851년 루이 나폴레옹 3세가 쿠테타를 일으키자 그에 반대한 위고는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냈다. 남긴 작품으로는 「노틀담의 곱추」 「세기의 전설」 「두려운 해」 「93년」 등이 있다.
■ 작품 속 책갈피 |
| "평등의 첫 번째는 공정함이다." "개혁 의식은 일종의 도덕 의식이다." "진보야말로 인간의 존재방식이다." "가난한 생활에 의한 남자의 실추, 배고픔에 의한 여자의 타락, 암흑에 의한 아이들의 쇠약이라는 현대의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책은 여전히 쓸모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