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 7부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9. 공감대 전제한 집대성 작업

물질 채비를 하는 잠녀들-강봉수 촬영

유네스코 등재 목표 굵직굵직한 사업들 계획
지자체 주도 진행…도민·잠녀 체감도 떨어져
'제주가 바라는' 우선 과제, 홍보 강화 등 주문

"해녀들은 혼자서 물질을 나가지 않는다. 몇 명이서 함께 나간다. 물질을 할 때도 늘 주변에서 함께 물질하는 해녀와 눈을 맞추고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동료의 숨비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나와야 할 때 물속에서 기척이 없는 것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벗이다. 바다에서 경쟁자이자 위험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벗이다.(「섬: 살이-섬 학자 김준의 인문적 섬 읽기」  '물질' 중)

체감도와 거리 먼 작업 
올 초였다. 제주 경제의 성장 모멘텀 공유를 위해 마련된 도민 대토론회에서 '제주잠녀문화'가 문화융성의 아이콘으로 언급됐다.

당시 토론에 참석한 표재순 문화융성위원장은 제주잠녀의 자연순응과 독창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유니크한 문화 원형을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이란 가치 부여는 그러나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감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 등에 공유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7억 7000만원을 들여 △제주해녀문화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국제학술대회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기념사업 △제9회 제주해녀축제 개최 △제주해녀어업 세계중요어업유산 지정 추진 계획 수립 △제주해녀문화 국제화 콘텐츠 개발 등이 진행된다. '제주 잠녀'를 테마로 한 상설 공연 등의 구상도 구체화한다는 복안이다.

제주잠녀문화를 집대성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은 반갑지만 과정에 있어 '주인 역할'이 모호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대표목록 대표 목록 등재에 있어 약점으로 꼽히는 '공고한 전승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제주가 바라는'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지자체를 넘어 국가간 경쟁 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

제주잠녀문화를 활용한다는 계획에 있어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제주잠녀와 도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점은 유네스코 등재 취지를 흐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해녀전승위원인 이선화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아쉽다"며 "지금처럼 과업 중심에 결과를 통보받는 식의 진행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마 브랜딩' 속도와 의미
당장 '경쟁'은 피했지만 일본의 '아마 문화' 마케팅은 해당 그룹의 자존감과 생업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아마 마케팅은 지역적 움직임에 '진주 산업 사양'과 '동일본 대지진'이란 사회환경적 변수가 보태진 결과물이다. 제주의 유네스코 등재 작업에 자극을 받고 8개 현에 흩어진 아마를 한 데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2008년 9월 미에현 도바시에서 한·일 해녀 교류회가 열렸고, 2009년부터는 일본 열도 아마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포럼 성격의 대집합 행사가 마련됐다.

아마서미트란 이름의 이 행사는 처음 미에현 도바·시마시가 주축이던 것이 이후 아마가 있는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 2012년 '아마진흥협의회'가 설립됐다. 아마들을 주축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역 어업·관광·상공단체가 의기투합했고 아마문화 확산을 위한 비교적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녀 문화'를 테마로 한 학생교류 사업 등 전승 및 전파 작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아마 브랜딩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2007년 시작된 '아마를 세계유산으로' 캠페인은 지금도 시민운동 형태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유네스코 등재 심사를 받고 있는 제주에서는 공식적으로 시도조차 못해 본 일이다. 그나마 민간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이 위안이 되고 있다. 

※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와이진 NG수중사진가, 김재연·김옥자 잠녀 아덱스 참가
'일본 아마와 차이' 소개 의미…"세계 알리는 작업 계속"

지난 15~17일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해양박람회인 아덱스(ADEX·Asia Dive EXpo)에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를 소개하는 작업을 해 온 수중사진작가와 현직 제주잠녀 2명이 만들어낸 협업에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덱스에 참가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수중사진 작가 와이진씨(사진 위)와 김옥자(아래 사진 앞)·김재연 잠녀. 와이진 페이스북

내셔널지오그래픽 수중사진 작가 와이진씨(37)와 김재연(38)·김옥자(77) 잠녀가 주인공이다.

바다로 묶인 이들이 풀어낸 것은 제주 잠녀의 존재와 더불어 그들이 지닌 문화정체성과 가치다.

박람회에서 와이진 작가는 잠녀의 역사와 그동안 제주에서 작업한 사진들을 전시했다. 두 잠녀는 직접 잠수복을 입고 물질 시연을 했는가 하면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제주와 제주잠녀를 소개했다. 반응은 좋았다. 와이진 작가는 "적어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제주 잠녀와 일본 아마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아덱스 참가 역시 100% 자비로 진행됐다. 2년 전부터 참여했던 와이진 작가는 '씨우먼'(Sea woman)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직접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뿐만 아니다. 와이진 작가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며 4만명의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여류 수중작가다. 제주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번 '잠녀'로 압축된 활동은 그와 더불어 유명세를 타는 기회도 얻었다.

와이진 작가는 "박람회 후 잠녀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잠녀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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