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 7부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10. 보존과 활용간 균형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는 제주 잠녀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 '현을생 - 제주여인들' 도록 발췌.

무형유산 활용 제주해녀박물관 사례 등 부각
보호·육성 관심 집중, 고령화 대응 복지 치중
'지속 가능한' 아이콘 등 종합적 접근 주문도

'제주잠녀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의미를 앞서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와 함께 오는 11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2016 무형유산-박물관 정보 포럼'을 연다.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이 포럼은 최근 유네스코와 국제박물관협의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박물관의 무형유산 활용과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이 교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그 안에 포함된 '제주해녀박물관'의 사례다.

보호 모범 사례 벤치마킹

이번 포럼에 거는 기대는 크다. 올해로 개관 10년을 맞는 '제주해녀박물관'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활용 방안에 대한 해답을 찾는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박물관을 정지된 사물을 전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무형유산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장소로 인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형유산을 보호·활용·진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국내·외 박물관 활동 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보호 모범사례로 선정된 브라질의 '살아있는 판당고 박물관'(Fandango's Living Museum)과 인도네시아의 '바틱박물관'(Pekalongan Batik Museum) 등의 사례는 그동안 지붕 없는 생태박물관, 민속촌박물관 등 논의 수준에 그쳤던 해녀박물관의 기능 강화와 역할 부여에 있어 '공론화'라는 자극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보존' '유지' 예산만 141억원 

제주잠녀문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제주도 차원에서도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잠녀'를 유지하고 활용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해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로 지정된 영향도 컸다. 일단 긍정적이지만 방향에 있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제주도의 정책은 고령화되고 있는 잠녀의 건강 보호와 소득 향상을 1순위에 뒀다. 세계농업유산 등재 추진을 보태 제주잠녀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진료비 지원과 어족자원 증식, 작업환경 개선 등의 사업에 14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중 가장 많은 65억원은 소라가격 안정 지원, 패류 및 해조류 서식지 제공을 위한 인공어초 투석, 전복과 홍해삼 등 수산자원 종묘방류, 잠녀 저변 확대를 위한 해녀학교 운영지원 등 소득향상 사업에 안배했다. 

잠녀 건강보호를 위한 진료비 지원과 물질작업 중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유색 잠수복 지원, 어업인 안전보험 가입 등 복지관련 사업에도 5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탈의장과 어장진입로 정비 등 작업 환경 개선사업에도 20억원이 투입된다. 안타깝게도 전혀 새롭지 않은 사업이다.

'어업' '문화' 구분 모호

물론 잠녀 관련 사업이 여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내년 세계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록을 위한 '제주 해녀어업'의 보존과 활용방안 용역도 추진된다.

제주잠녀문화를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위해 예산 7000만원을 투입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제주해녀문화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은 △제주해녀박물관 현황 분석 및 세계화를 위한 거점 활용방안 △제주잠녀문화 현황 기초조사 및 국내외 유네스코 등재 사례조사 △제주잠녀문화 육성 기본계획 △해녀문화 세계화 정책방향 수립 △제주도와 중앙정부와의 핵심과제 발굴 등을 내용으로 11월 완료된다.
이밖에도 '제주잠녀문화 세계화 국제학술대회' '제주잠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기념사업' '제9회 제주해녀축제' 등의 작업도 추진된다. '잠녀문화'를 테마로 한 공연 기획도 진행되고 있는 등 움직임은 있지만 '보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특히 문화주체인 '잠녀'를 중심으로 살아있는 공동체를 인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은 여전히 책상 위 신세를 면치 못하는 등 전체 전략에 균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잠녀 문화는 사회적 약자, 양성평등, 자연과의 조화, 사회공헌 등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주요 키워드를 모두 갖추고 있다. 현장 실사 없이 서류와 영상 심의만으로 하반기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지원정책, 보전 의지를 '예산' 투입 정도로 가늠할 리는 만무하다. '잠녀'의 존재론과 그들이 '지속가능한'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9일 오전 제주해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리사 시 작가. 이소진 기자

미국 베스트셀러 '리사 시' 작가 차기작 현지 조사중
삶·문화 주목 "2019년 출간 예정…용기있는 삶 특별"

"여성들은 시대·역사를 초월한 공통적인 특징이나 성격들이 있다. 어머니, 가족, 출산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제주잠녀들의 용기·끈기·가족애는 특별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상하이 걸즈」를 쓴 리사 시 작가(Lisa See·61·미국)가 읽은 '제주잠녀'다.

시 작가는 지난 3일부터 10일 일정으로 제주'잠녀'를 관찰·조사하고 있다. '아시아의 강인한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여온 그가 새 소설의 주인공으로 '제주잠녀'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시 작가는 5년 전 제주 잠녀에 대한 글을 접한 후 이를 자신의 작품으로 옮기는 구상을 해왔다.

'잠녀'라는 존재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4·3과 잠수굿 등 무속문화, 갈옷 과 일 문화 등 다양한 제주 문화 아이템을 연구하며 잠녀를 통해 '제주 여성' 그리고 정체성까지 더듬는 등 그의 손끝에서 빚어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소설 전반에 잠녀들의 일상적인 삶과 작업 방식,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우수성, 사회·역사적 관계성 등을 다룬 외에도 흔히 국외에 알려진 'Sea Woman'이 아닌 'Haenyeo'라는 표현을 분명히 하는 등 제주잠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후 포스트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완성작은 오는 2019년께 출간될 예정이다.

시 작가는 "잠녀의 물질하는 행위와 그들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작품에 세세하게 담을 것"이라며 "특히 독자들이 직접 해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표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사 시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태생의 작가로 로스앤젤레스의 엘 푸에블로 드 로스앤젤레스 유적 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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