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2. '제주해녀문화'의 대표성

등재 종목 낙점 전후 '일본 아마' 등 경쟁 구도 지속
'탁월한 가치' 잣대로 평가 하향평준화 우려도 제기
자체규약·민속 전승, 정체성·자긍심 평가 확대해야
지난 2014년 문화재청이 '제주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대상 신청 종목을 낙점했다. 이를 전후해 끊임없이 제기됐던 것이 일본 아마와 '원조(元祖)'논란이다. '왜 등재해야 하는가'가 아닌 '먼저 등재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경쟁구도는 국내·외로 확산되며 '유산 등재'의 취지를 흔들고 있다.
무형유산보호협약 주목
'원조' 논란만 놓고 본다면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 모두가 경쟁대상이다. 해안가는 물론이고 섬 지역의 경우 해산물 채취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특히 일본은 아마서밋 등을 통해 아마(海女·あま)의 역사를 조몬 시대 중엽으로 설정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에현 도바시 우마무라의 시라하마 유적에서 대량의 전복 껍데기와 함께 사슴뿔로 만든 이와비오코시(전복 따는 도구)가 발굴됐던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주를 기준으로 자급자족 경제에서 '패류 채집자'의 존재는 기원전 3세기(상모리 패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으로 '해녀'의 존재는 6세기부터 인정한다. 「삼국사기」에 '진주를 캤다'는 기록에 기인한 것이다. 명칭을 기준으로 하면 조선왕조실록 '숙종 40년'(1714년)과 위백규의 「존재전서」(1791년) 중 '금당도유선기'에서 '해녀'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이건의 「제주풍토기」(1629년)와 이형상의 「탐라순력도」(1702년), 조선왕조실록 '숙종 28년'(1702년) 등에 나온 '잠녀'를 꼽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네스코 등재 작업에 있어 '원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에서도 명시됐듯 '공동체'와 집단·개인이 보유한 무형 문화유산의 존중이 우선이다.
'제주해녀'가 아닌 '제주해녀문화'를 등재하기로 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산적 가치를 놓고 볼 때 제주해녀가 시대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여성 중심의 해양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민속지식과 생업 문화를 전파했다는 점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인류무형유산에 있어 미래세대의 필요충족 능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 변화는 인정된다. 굳이 원조여야 하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강조할 이유가 없다.
'제주해녀'대표성 확보
그보다 절실한 것은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유네스코 등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아닌 국내에서 '왜 제주 해녀여야 하는가'란 질문이 시작됐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세계수산대회 '한일 해녀포럼'은 '제주해녀'가 빠진 채 진행됐다. 한일 해녀 종사자 100여명이 초청됐고 상당수 논의가 이미 제주에서 진행됐던 것들이지만 무시됐다.
제주해녀에 한국해녀의 대표성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제주 해녀의 이주사'로 하향 평준화 시켰다. 일본 아마와 공동등재 여부에 대한 의견까지 교환하는 과정은 제주해녀와 그 외 해녀(일본 아마 포함)간 경쟁 구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고령화로 사라지고 있다'는 현상에 집착하는 것 역시 인류무형문화유산 보다는 제주어(소멸위기언어)와 마찬가지로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직업'으로 사회유산 등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적어도 10여년 넘게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나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살아있는 문화유산'가치
'제주해녀문화'는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으로 가치가 있다. 이미 관련 연구도 진행됐다.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진행한 '해녀문화 대중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해녀들이 가지고 있는 협업적 노동문화와 근면·자족적인 정신, 직업의식 등을 전승 대상으로 꼽았다. 해녀문화와 관련한 지적 재산권 확보와 주체적 역량을 가진 현장 인력이 해녀문화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전파하는 시스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학문적 기틀을 통해 해양문명사나 생활문화사 등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아직 유효하다.
제주해녀가 남긴 해양문명사적 가치로 '고유 직업으로서 세계성' '해양지역 민회문화(Citizen Assembly)의 원형(잠수회)과 해녀항쟁' '경제적 개척주의' 등을 꼽기도 한다.(이경주·고창훈. '제주해녀의 문명사적 가치와 해녀문화의 보전과 계승' 「제주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 민속원. 2005)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제주해녀 특유의 '공동체성'에 주목한다. 제한된 공간인 바다 어장에서 공동으로 해산물을 채취해 판매하고, 그 수확을 동일하게 배분하는데 있어 자체 규약을 바탕으로 한 호혜평등의 원칙을 고수한다. '머정'(운)과 '게석'(격려·배려)으로 대표되는 겸허함과 소속감, 나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기술 숙련도에 따라 상하 구분을 두는 공평함, 불턱으로 함축되는 질서와 상하 배려, 삶의 미덕, 민속지식의 전승은 '제주 해녀문화'의 우수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취재팀=고 미 경제부 부국장 대우·강승남정치부 기자·이소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도 12월까지 채록 사업 진행…11개교 31명 고등학생 대상
제주 청소년들이 제주해녀 생애사를 기록에 나선다.
젊은 세대들이 문화유산 보존에 직접 참여, 콘텐츠 제작 주체자로 활동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제주도 해녀박물관은 오는 12월까지 제주해녀문화보급의 일환으로 '고등학생이 기록한 제주해녀 이야기'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은 현재 11개교 31명의 고등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13일 열린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본격 교육이 시작됐다.
참여 학생들은 각 학교마다 지정된 허영심 사대부고 교사, 강만익 중앙여고 교사 등 지도교사 11명을 중심으로 개별적인 채록 사업을 실시하게 된다.
조사는 출생·성장·교육·결혼·가족 등의 기본조사부터 △첫 물질 △육지물질 △바다에 대한 회고 등 물질조사 등이 진행된다. 채록 결과는 10월께 보고서로 제출된다.
해녀박물관은 이들 보고서를 중심으로 편집해 12월께 책으로 발간, 일반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강권용 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 사업의 핵심은 책이 아닌 학생들의 참여에 있다"며 "그동안 전문가와 현장 해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문 교육이 아닌, 문화유산을 지켜나갈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전문가 육성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