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3. 유산 관리 중요성 부각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무형문화유산 관리 전반에 체계적 지원 기준과 모델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작업중인 제주해녀. 자료사진

첫 등재 칠머리당영등굿 관심 부재…6년여 걸음마만
자연유산 치중, 어업·농업유산 등 균형감각 주문도
공동체 정체성 등 유네스코 정신 입각 활용방안 필요

제주는 이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을 확보하고 있다. 사실상 '제주해녀문화'는 두 번째 도전이다. '첫' 타이틀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녀'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무형문화유산 관리 전반에 체계적 지원 기준과 모델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열외인 '무형유산'

제주특별자치도에 있어 '유네스코'후광은 '자연부분 3관왕'에 쏠려있다. '제주해녀문화'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칠머리당영등굿을 거론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제주에서는 첫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라는 기념비적 성과와 '무속문화'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목록에 포함된 점은 5~6년 묵은 기록에서나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지난 15~16일 ㈔한국문화인류학회·㈔제주학회 주관으로 열린 '박물관과 무형유산'주제 제주해녀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 김헌선 경기대교수는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유네스코 등재 이전과 등재 이후' 발표를 통해 '제도의 문제'를 건드렸다. 구체적인 예를 들지는 않았지만 보호·보존의

대상을 구체화하지 못한데다 제도를 만들고 특정한 문화재 제도를 고안한 학자와 지식인 공무원 등이 본 취지에서 어긋나 역행하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무엇을 보존할 것인지, 어떻게 전승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 부족도 지적했다.

사실 '칠머리당영등굿'은 전형적 정부 주도 문화재 정책 흐름 한가운데 있다. 1980년 11월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고, 2009년 9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모든 과정은 문화재청 주도로 이뤄졌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국가 지정 문화재다 보니 지역 차원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기준이 없어 수년 간 안내판 하나 만들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계승한다'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대로라면 전승 시스템 역시 탄탄해져야 맞지만 '단절' 위기가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의존 대신 민간 주도로

'제주해녀문화'에 거는 기대는 유형 유산에 치중한 과거 답습에서 벗어나 무형 유산의 가치 인정과 지원.관리 등에 있어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먼저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명작 포함)에 이름을 올린 것들 중 전승·보존에 있어 국가의 역할은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이 민간(보존회·사업회 등) 주도로 전승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년 한차례 시연 행사 등에 있어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유네스코 유산 등재'보다는 '국가 지정 문화재'라는 점이 먼저 작용했다.

최근 등재된 아리랑이나 김장문화는 종주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등재가 곧 정부 지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자치단체의 역할론과 연결된다. 칠머리당영등굿의 전승·보존 책임의 상당부분을 '보존회'에 맡긴 상황에서 '제주해녀'만 특별관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라는 타이틀이나 세계농업유산 등재 등과 호흡도 과제인 상태다.

등재 이후가 중요

유네스코가 질색하는 것 중 하나가 '인류문화유산의 정치적·상업적 연계'라는 점을 봤을 때 지역 차원의 문화 정체성 확립과 보존·전승 의지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리랑(2012년)의 선정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 지속적으로 재창조되고, 공동체 정체성의 징표이자 사회적 단결 제고'였다.

김장문화(2013년)에서는 '이웃 간 나눔 정신 실천과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 증대'와 더불어 "비슷하게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 간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었다.

농악(2014년)도 '음악이나 춤 등 공연예술적 측면뿐 아니라 오랜 세월 공동체 생활의 구심점이 돼 왔고, 관객까지 참여할 수 있다 유연하고 개방성을 지닌 무형유산'이란 점이 부각됐다.

18번째 타이틀을 앞두고 있는 '해녀문화'가 '가장 원시적 형태의 나잠어업'이 아니라 '해양 중심의 여성 공동체로 민속지식과 자체 규약을 바탕으로 한 삶의 방식 유지'라는 점이라고 봤을 때 등재 이후에 대한 실천적 로드맵을 서둘러야 한다. 

취재팀=고 미 경제부 부국장 대우·강승남정치부 기자·이소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마을기업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에서 직접 만든 향초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해녀들.

 

평생을 함께, 떠나도 하나인 바다

제주살래 '엄마의 바다'…은퇴 해녀 일자리 사업

제주 귀농귀촌인을 주축으로 구성된 마을기업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대표 안광희·이하 제주살래)' 올해 '엄마의 바다'를 뭍으로 옮겨왔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거주하는 은퇴 '해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수공예품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향초'지만 평생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온 '바다'를 담아낸 것들은 깊은 감흥을 자아낸다. 

자신의 대체물인 해녀와 물고기·전복·문어·성게 등 클레이 모형은 얼핏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의미가 있다. 만들어진 상품은 제주살래가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가 '일당' 형태로 지급된다.

지난 6월 한달간 클라우드펀딩 '와디즈'에서 향초를 판매한 결과, 325만3500만원을 모금(목표금액 130% 초과)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 지난달 엄마의 바다는 동그라미재단(이사장 성광제)의 지역의 착한기업 키우기 사업인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 4기에 선정되며 콘텐츠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현재 다음카카오와 스토리 펀딩을 통한 협업을 추진 중이다. 내달부터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프리마켓 등 오프라인 판매도 진행한다.

안광희 대표는 "해녀들은 은퇴를 했어도 바다를 떠나 살 수는 없다"며 "외형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을 표방한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동안의 수고를 녹여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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