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온영태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온영태 경희대 명예교수는1949년 출생.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 졸업후 서울대 환경대학원 및 미국 펜실버니아대학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경희대 교수로 부임, 2014년 정년퇴직후에도 명예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환경디자인분과위원장 및 국토해양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온 교수는 또 대한건축학회 도시 및 지역위원장, 한국도시설계학회장 등을 역임할 만큼 도시계획 분야의 석학으로 활동하고 있다.

읍면 확산 방치땐 환경 훼손…과도한 억제는 공간 부족·지가 앙등
훼손 않는 범위 내 100만 인구 수용 위해 성장관리기법 성공 해야
정책 기획·계획·집행 전 과정서 공직사회 투명·공정한 관리 주문
전문가 최선 대안 제시 및 이해당사자 합리적 대안 선택 협조 부탁

#제주에서 성장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성장관리 정책은 도시계획 분야와 도시개발 분야가 근간이 된다. 도시계획은 한정된 토지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틀을 정하고, 도시개발은 정해진 도시계획의 틀 안에서 필요한 토지를 합리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분야다. 제주는 최근 몇년간 투자 유치 증가 및 정착 주민의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도시개발이 도시지역을 벗어나 읍면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제주 고유의 아름다운 풍광과 청정한 자연 환경이 훼손되고, 지나치게 억제하면 필요한 공간의 부족 및 지가 앙등(昻騰)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게 위축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제주미래비전의 성장관리는 도시계획·개발 분야에서 앞서 제기한 2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다시말해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바탕 위에서 제주 성장 잠재력을 계속 신장시키는 공간 정책이다.

#제주도가 증가하는 인구 수용을 위해 기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동지역)내 시가화예정지를 확장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증가 인구와 기능 수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기존 시가화지역의 압축적 이용과 도시성장경계 설정, 도시지역의 외연적 확산 억제를 위한 비시가화지역의 계획적 관리, 지역발전과 연계한 새로운 택지공급방식 등 미래비전이 제시한 새로운 방향에 따라 그 규모나 계획 내용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인구 증가에 따른 주택, 교통, 상·하수도 등 생활 인프라 제공 확대로 자연환경의 잠식이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외부 인구·투자 유입으로 도시개발이 활성화되면 지역공동체 파괴, 자연환경의 잠식·훼손 등 부작용도 수반된다. 제주미래비전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성장에 필요한 택지, 주택, 기반시설을 원활히 공급하는 전략적 방안을 담고 있어 실천이 중요하다. 

#제주형 성장관리방안으로 개발이 허용된 도시지역내 녹지지역의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한편 비도시지역의 생산관리와 보존관리지역은 '보존'토록 제시했다. 사유재산권 행사 제약에 따른 충돌 및 해결 방안은.

=개발이 제한된 비도시지역내 생산·보존 관리지역의 '보존'영역 지정 원칙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한정적으로 개발이 허용된 도시지역내 녹지지역 전체를 보존영역으로 묶으면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에따라 현재 차등 적용중인 녹지지역별 행위제한의 정도에 따라 포함 여부를 정하면 다소 해소할 수 있지만 불가피하게 보존영역에 포함될 사유지에 대해서는 청정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용을 허용하고, 특별히 보존 가치가 높은 토지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상 기준을 수립해 공공에서 매입하는 등 사유재산권 침해에 따른 갈등 소지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제주형 성장관리 방안으로 시가지 확산을 제한하면 땅값이 상승, 저소득층 주거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래비전은 시가지 확산 억제로 우려되는 택지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시가지의 압축적 이용, 지역개발과 연계한 신규 택지 공급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기에 저소득층 주거확보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크지 않다. 또 다가구 혹은 다세대 형태로 공급되는 원도심내 매입형 임대주택을 지역 전체에 분산· 공급할 수 있어 저소득층 주거문제 해소에기여할 수 있다.

#제주미래비전에서 영국 계획허가제를 근거로 제시한 제주형 계획허가제 운용은 무엇인가.

=영국은 지자체가 작성한 도시계획에 의해 개발행위의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허가 규제방식을 채택하며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 개별적인 개발 행위의 내용과 성능을 적극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주형 계획허가제는 개발사업 내용과 성능을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기준으로 심의·허가하는 영국식 계획허가제의 틀은 유지하되 허가의 판단기준과 절차는 우리나라 용도지역제 틀 안에서 운용토록 절충했다. 개발이 허용되는 중간영역은 사업 내용의 청정·공존 원칙을 기준으로 인허가를 결정하고, 전략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이용영역은 공공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부합한 사업만 허가하는 것이다. 

#제주형 계획허가제의 성공 요건은.

=우선 계획허가제가 적용되는 대상지를 도시계획으로 확정한후 개별사업의 내용과 성능이 청정과 공존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상세한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또 공무원, 전문가, 이해당사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유연한 허가절차관리체계도 구축하고, 특히 운용주체에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지기에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돼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 제주미래비전은 원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제주공항과 제주신항만 사이 6㎞에 '저상용 궤도 열차'나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신교통수단 도입을 제시했다. 추천하고 싶은 수단은.

= 신교통수단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제주시의 공항과 신항만 2개 관문 사이에 위치한 원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만·공항·원도심간 기능적 연계도 쉬워 서로 상생 발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청정 제주의 이미지에 맞는 무가선 트램을 선호하지만 비용상 어렵다면 전기로 운행되는 BRT 도입도 고려할만 하다.

#제주미래비전의 성장관리는 1차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공직사회와 함께 실천에 나서야 할 도민 역량도 중요하다. 당부할 사항은.

= 여러 이해가 상충될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려면 공무원은 관련 쟁점에 대한 열린 논의를통해 합리적인 결정에 이르도록 프로젝트의 기획·계획·집행 등 전 과정을 투명·공정하게 관리하고, 전문가들은 최선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해당사자들은 논의로 이견을 조정하는 합리적 대안 선택에 협조하는 3자의 상호보완 역량이 강화될 때 제주미래비전 성공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정책 기획 단계부터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 만드는 과업지시서가 프로젝트 성패의 50~60%를 좌우하고, 초기단계에 참여한 전문가가 마무리까지 참여해야 책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온영태 교수의 제주현안 해결 제언]

"환경보전 중심 성장관리 100만명 인구 수용 가능"

경제발전의 목표 관점서 필요
미래비전 정책 실천으로 해결

제주미래비전이 100만명 인구 증가를 목표로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수립, 좁은 섬 특성상 적정성 여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온영태 교수는 환경보전 중심의 성장관리기법 도입으로 가능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온 교수는 "100만명 인구의 과다 또는 적정 여부는 판단 기준에 따라 달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우선 전제했다. 온 교수는 이어 "환경보전을 강조할 경우 8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 미래비전 기준 및 90만명의 개발이 예정된 토지 수용능력 기준에 비춰볼 때 100만명 수용은 과다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온 교수는 그러나 "경제발전의 목표 지향적 관점에서는 적어도 100만명 유지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증가 인구를 기존 시가지의 압축적 이용과 신규택지개발로 수용하는 미래비전 성장관리기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100만명도 수용도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미래비전에서 제시한 것 처럼 현행 시가지내에서 용적률·건폐율을 조정, 고밀도 개발을 통한 녹지환경 확보로 100만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는게 온 교수의 설명이다.

온 교수는 "인구는 도시계획의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개발시대에는 정부가 인구의 도시 유입책을 실시하면서도 인프라 확충에는 무관심한 결과 열악한 정주환경을 낳았다"며 "증가 인구를 수용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도시개발로 정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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