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조판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조판기 국토연구위원은1966년 출생. 서울시립대 도시행정과 졸업 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1995년 국토연구원 노사연구본부 근무를 시작해 2004년 대통령직속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역임한 바 있다. 조 위원은 기획재정부 국유재산관리위원회 실무위원, 도시정책학회 홍보위원장, 국방부 군사시설이전적지활용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관련분야 31회 연구실적, 논문 11편을 발표하면서 도시계획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 살기' 문화 현상 정착…연간 1만5000명 유입 지속 분석
도시 성장관리 사례로 대중교통 중심 지향 미국 포틀랜드 제시
제주 도입 성공 위해 환경보존 주민 합의 및 공영제 이행 권고
경관관리체계 수립때 사유재산권 제약 따른 정당한 보상은 필수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 및 교통난 등으로 최근 몇 년간 평균 1만여명씩 증가하는 외부 유입 인구가 2017년을 정점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2017년은 당장 내년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은행이 예측한 2017년 외부유입 인구 둔화는 이른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투자유치 요인도 어느 정도 제주인구 증가에 기여했다고 본다. 다만 경제적 요인 외에 대한민국에서 '제주살기에 대한 동경'은 어느 정도 문화적 현상이 됐다. 제주살기에 대한 대기 수요가 굉장히 많다는 뜻이다. 기존 카페, 펜션 등에 종사하려는 분들의 유입 외에 현재는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에 더하여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유입되고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매년 1만5000명 이상 인구유입이 당분간 지속되리라 본다. 

#제주미래비전은 제주가 인구 증가에 따른 무분별한 도시 성장 방지를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토지이용규제 정책 및 추진을 제안하면서 그 사례로 미국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인구 증가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 토지이용과 토지개발은 난개발을 초래, 주민과 지역사회 생존을 위협한다. 그래서 모든 국가, 지자체는 토지이용에 대한 성장관리 기법을 갖고 있다. 미국 사례만을 본다면 1970년대부터 급격히 성장한 지역에서 대부분의 토지를 보존지역으로 설정하고 대중교통이 미치는 장소를 중심으로 증가 인구 수용지역을 설정하면서 도시를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지역이 살기 좋은 포틀랜드 도시다. 포틀랜드는 도시개발을 대중교통 지향의 도시개발(TOD:Transit-Oriented Development)을 따른다. 지하철, 버스 등으로 형성된 포틀랜드의 대중교통체계는 매우 편리하고 저렴하다. 도심에서는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도시 성장 관리정책을 제주에 도입할수 있는지.

=물론 가능하다. 다만 시민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토지이용과 환경보전에 대한 도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토지이용시스템은 대한민국 전역에 공통적으로 용도지역제가 도입된 상태이다. 용도지역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육지에서는 실효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제주에서는 환경을 보전하는 수법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개발제어를 계획적으로 제주도에서 관리하고 있으나 언제든 현재의 용도지역제 체계에서는 난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성장관리정책 도입에 또 하나 필요한 사항은 대중교통체계가 조속히 완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정책은 사업성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신교통수단 도입 등을 고민하고 공영제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효성 높은 경관관리체계 확립 위한 과제는.

=경관관리체계 확립에 있어 가장 문제는 사유재산권 행사의 제약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법리적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토지이용제한은 경찰권 행사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개발권 양도제(TDR) 등 가능한 수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개발 압력에 시달리는 공동목장 등을 공유자원으로 만드는 토지이용정책은 무엇인가.

=제주에는 육지와는 달리 공동목장, 물, 바람 등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유자원이 많다. 대규모 외부자본에 매각된 공동목장은 제주의 고유자원이고 한 번의 매각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는 주 대상이다. 그래서 제주미래비전은 공동목장을 공유자원화, 제주 자본육성의 틀 거리로 삼자는 것이다. 매각이 아닌 임대나 개발시 주민과 대규모자본이 공동개발, 그 수익을 제주에 남도록 제안했다.

#제주미래비전의 청정과 공존 핵심가치에 부합해 추천하고 싶은 신교통수단은.

=제주의 교통은 대중교통수단인 현행 버스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어 신교통수단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광역급행 교통수단으로는 BRT, 제주시내 교통수단으로는 저상형 무가선 트램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트램 도입은 단지 대중교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을 위한 수단으로도 트램만한 수단이 없다. 이는 유럽의 여러 도시가 증명하고 있다. 트램이 도입되면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제주 원도심을 이용할 수 있다. 트램 도입은 유럽 등 일부 국가가 시행중인 관광세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관광세를 지불한 관광객에게는 트램 등 대중교통수단 무료 이용 바우처를 발행, 제공하는게 바람직하다.

#무분별한 외국인 투자 중심 정책으로 환경이 훼손, 관광객 감소를 겪은 사례로 스페인 마요르카섬을 제시한 배경은.

=지중해에 있는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은 제주처럼 관광객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졌다.  특히 저가관광으로 마요르카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결국 물 부족과 쓰레기 처리 등의 문제 심화로 관광객이 감소하자 환경중심, 보존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제주는 다행히 마요르카 수준에 이를 정도로 환경파괴 등의 문제는 심각하지 않지만 마요르카 수준에 이르기 전에 친환경적인 관광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내년 1~3월 관광객에게 부과할 환경부담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 제주미래비전은 제주의 문제를 해결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형 관광세 도입을 제안했다. 관광세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모두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다. 심지어 자유주의 국가의 원조인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주정부에 도입돼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도시로 유명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인프라와 관광시설은 주로 관광세로 운영된다. 제주도의 경우 중앙정부와 협상, 조세법정주의 등의 어려움으로 환경부담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환경부담금으로 가더라도 향후 관광세를 부과하여 쓰레기 처리 문제, 교통문제 등을 해결하여야 한다. 특히 관광세를 부담하는 관광객에 대해서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토록 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공도 반드시 뒤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 환경부담금 부과 및 혜택 제공은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제주를 지키는 공존이라 할 수 있다. 

"환경보존·자족경제 실현 인구 100만명 적정 분석"

미래비전 성장관리 기법 도입
도심지와 읍면 균형발전 배분

2025년 제주도시재정비계획 및 제주미래비전이 계획인구를 100만명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 조판기 박사는 "청정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경제적 자족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구 100만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먼저 인구계획에는 정답이 없다"며 "자연환경보호구역 등 규제지역을 제외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용지'를 기준으로 제주는 현 인구의 몇 배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증가에 따른 상수도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조 박사는 "섬 지역은 주로 물 공급량을 수용인구의 한계로 보는데 빗물 등을 활용하면 제주의 인구 한계는 거의 없다"며 "다만 청정환경을 지키면서 병원시설, 백화점 등 생활편익시설과 제주의 경제적 자족성을 이루려면 100만명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조 박사는 이어 "쓰레기도 인구 증가에 따라 발생량이 느는게 당연하지만, 재활용 관점에서 인구 100만명이 되면 제주 내에서 쓰레기를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그러나 "암세포처럼 퍼지는 난개발로는 청정환경을 유지할 수 없어 증가 인구를 수용하되, 계획적 입지와 시기를 조정하는 제주미래비전의 성장관리 기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 박사는 또 인구 배분과 관련해 "증가 인구를 기존 제주시, 서귀포시 도심지에 담는 것과 더불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읍·면지역에 소규모 택지를 조성·공급하는 것이 성장관리기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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